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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휠 Dec 07. 2022

글쓰기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묻다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은 두 사람의 양방향 인터뷰

장애일보 기자단: 장애인과 비장애인 대학생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함께 장애인과 관련된 이슈를 취재하여 기사를 작성합니다. 취재 기사 또는 체험 수기/칼럼, 인터뷰 등을 발행합니다. 


안녕하세요, 핀휠 대드리입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팀을 이뤄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핀휠 소속 대학생 기자단이 매월 꾸준하게 기사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장애일보 기자단 1기에 속하시는 5팀의 기자님들께서는 2월까지 기자 활동을 이어가시게 됩니다. 기사를 작성하며, 서로 친해지기도 하고 서로를 더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 '나의 팀원을 인터뷰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팀은 김도균, 강예린 기자님들입니다. 두 기자님들은 글을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함을 넘어서 사랑한다는 마음이 느껴지는 분들입니다. 꾸준히 글을 쓰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글로써 타인과 소통하는 것에 익숙함이 느껴집니다. 두 분이 작성하시는 기사와 칼럼뿐만 아니라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인터뷰를 실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인터뷰 전문과 하단에는 기자님들이 작성해주신 기사와 칼럼이 모여있는 장애일보 홈페이지 링크가 준비되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기사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도균 기자가 강예린 기자에게 묻다]


Q. 장애일보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당시에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현실에서의 타협점을 찾는 데 염증을 느끼던 중이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좋았고, 그와 관련한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자에 대해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저와 잘 맞는다면 지속해서 방향성을 잡아가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장애인 인권, 소수자들의 인권과 삶이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고 바라던 참이었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만큼 참 좋은 기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당사자성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일도, 또 저조차 몰랐던 다양한 현실을 마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Q. 장애일보 활동 전 기대한 바가 있다면?

→ 아무래도 요즘 비장애인과 장애인 할 것 없이 가장 관심을 두게 될 수밖에 없는 이슈 중에 하나로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런 계기를 통해 처음으로 장애인의 생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본 비장애인도 있을 수 있겠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기대했던 부분이라고 한다면 함께 기자단원으로 활동하는 비장애인 분들의 의견들을 나누거나 알아갈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통합의 첫 단계라면 다른 것보다 서로를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일이 첫걸음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더 그랬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다양한 기관이나 장애인 당사자분들을 인터뷰할 기회가 될 것 같아 좋았습니다. 어떠한 계기나 이유가 없이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질문하는 일은 어떠한 무례함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좋은 기회를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대학 입학 후 장애일보 외 다른 활동을 해본 적이 있나요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순간을 말씀해주세요.

→ 장애일보 외적으로 제가 대외활동이라고 부를 수 있는 활동을 해본 기억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과 학생회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한 해 간 홍보부 차장으로 활동을 했었는데, 다양한 이벤트를 모두 함께 구상하고 어떤 방향으로 홍보를 해야 매달 이벤트에서 더욱 많은 인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지 고심하는 일이 어렵기도 하였지만 아주 즐거웠습니다. 저 스스로가 하나의 축이 되어서 이끌어가고 있는 느낌이 보람되기도 한 기억입니다.     


Q. 장래희망과 그 꿈을 갖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세요.

→ 저는 아주 오래전부터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실 입시를 목전에 두고서는 또래 상담사로 오래 활동하기도 했고, 제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그 방향으로도 한참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기회만 된다면 배우고 싶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심리학을 배워보고 싶기도 합니다. 다시 돌아와서 현재 가장 목표, 꿈이라고 한다면 작가가 되는 일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작가라고 해서 등단만이 목적이 아니라 정말 글을 계속 꾸준하게 쓰는 사람이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런 꿈을 가지게 된 계기 역시도 책에 있습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이라는 책 한 권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형의 존재를 알게 된 동생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 형이 글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계기로 차차 화해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어릴 때 저도 좋은 영향을 주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점점 글을 쓰는 시간에 제 마음이 차분해지고 또 한편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어 저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며 더 단단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점차 더 많은 생각을 고민하면서 문장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Q. 휴학 중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어떤 목적을 두고 하신 건가요?

→ 사실 처음에는 취업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저 스스로가 만족스러운 결정을 하기 위해서, 조금 더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보는 유예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는 쓰고 싶었던 글을 마음껏 쓰고, 이렇게 기자단 활동도 해보면서 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또 저의 방향 역시도 다듬어보고 있습니다. 현재는 쓰고 싶은 글을 쓰고, 다양한 공모전에도 투고해보고 있습니다.


Q. 대학 졸업 후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 계획이라기보다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차차 잡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지라도 저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나름의 역할을 잘 수행하면서 나를 더 선명하게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요?

→ 아무래도 잘 정리해서 글로써 의견을 전달하는 일을 다른 것보다는 수월하게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분하게 듣고 타인의 이야기를 쉽게 잘 전달하거나, 저의 의견을 잘 다듬어서 피력하는 일을 글로 표현하는 일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Q. 평소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걸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때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 모순적이게도 두드러지는 차별이 없을 때 오히려 인식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어려움을 떠나 ‘인식’으로만 보자면 스스로가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는 모두 장애인이 될 것이니 장애인을 존중해야 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꽤 많은 비장애인이 이런 말에 동의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저 역시도 이러한 말에서 느껴지는 불편감에 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도 있었으니까요. 지금은 나름의 이유를 찾아가고 있는데요. 장애인도 역시 사회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데에 동의한다는 말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골적인 장애인 혐오를 하는 비장애인에게 또 다른 비장애인은 ‘너나 네 자식도 장애인이 되어보라’라는 말을 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나에게 공감할 수 없으니 너도 똑같이 차별로 아파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각자의 일상을 무사히 지켜나가기를 바랍니다. 가능성에 기댄 공감에서 이제는 조금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랍니다.     


Q. 장애일보 활동 이후 가장 인상 깊게 본 스크랩 기사가 무엇인가요?

→ <[유아특수교육] ①"우리가 맡는 아이가 적다고요?"…교사는 속이 탄다>는 기사와 <[유아특수교육] ②함께 사는 법 배운다지만…통합교육 갈 길 멀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다루어졌던 기사였습니다. 유아특수교육과 관련해서 교사 선발이 오히려 감소가 된 측면을 지적하면서, 특수교사의 확충이 필요하다는 문제와 비장애인 학생들이 생활하는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는 상황에 놓인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을 다루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기사를 제가 유독 관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제가 이미 그 자리를 거쳐서 왔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지나왔지만, 같은 상황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더 단단하게 해 줄 아이들에게는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통합학급에 분산된 학생들을 두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특수교사의 신경은 중증 장애아동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 비교적 장애 정도가 가벼운 학생은 특수교사의 도움 없이 홀로 일과를 보내는 일도 허다하다. 특수교사의 업무 가중이 유아 통합교육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렇게 기사의 일부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이렇게 인원을 감축하는 경우에 중증과 경증의 아이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교사가 힘들고 지치는 상황에 놓인 것이 자신의 탓은 아닐 텐데도, 도움이 늘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죄책감을 느끼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모두가 필요한 정도의 고른 도움을 받게 하는 일은 그 아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적절한 인원을 배치하여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의 일상을 유지해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장애일보 활동 이후 스스로 변화한 부분이 있나요?

→ 우선으로 조금 더 자세히 주변을 살펴보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평소에 피부로 느껴왔던 불편함을 넘어서 장애인은 각자의 장애 정도나 유형이 너무나 다양하므로 일상생활 속에서 점자가 어디에 있는지, 혹시 시각장애인 전용도로가 끊어져서 있지는 않은지, 평소에 이용하던 OTT의 제한된 자막, 또는 비교적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자막 중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조금 더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다른 표현은 존재하지 않는지 등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긍정적인 부분도 역시 더 눈에 잘 담게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자면 장애인 화장실이 청소도구함으로 이용이 되지 않고 깔끔하고 넓게 잘 만들어진 영화관이나 카페 등의 보게 장소를 보게 되면 반드시 기억해두려고 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습니다. 언젠가 여행을 한 번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제주도에서 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무장애 나눔길 등을 휠체어를 탄 채 즐겨보면서 기뻤던 기억도 납니다. 이번 기자단 활동이 유독 의미가 있는 건 저에게는 조금 불편한 그저 그런 일상이었던 것이 이렇게 장애일보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모두 이야기할 힘을 가지는 하나의 기사가 될 수 있고, 나의 이야기가 나의 손끝에서 다시 나올 수 있다는 그런 지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끝으로앞으로의 활동 기간에 대한 포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앞으로도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한 가지 주의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또 제가 쓰는 기사로 인해 적어도 한 명의 상처를 받는 사람은 없도록 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잘한다기보다는 똑바로 가고자 합니다. 길목을 잘못 들어서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강예린 기자가 김도균 기자에게 묻다]


[1] 장애일보에 지원하게 되었던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 장애일보 지원 직전에 뉴스통신진흥회에서 주최한 취재물 공모전을 막 마친 상황이었어요. 우리나라 유아특수교육의 문제점을 짚는 게 제 기사의 골자였거든요. 근데 취재 과정에서 제가 장애에 정말 무지하다는 걸 여실히 느꼈어요. 기사 쓰기 전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공부해야 해서 너무 벅차고 어려웠어요. 그렇게 겨우겨우 공모전을 마치고 다른 대외활동을 찾고 있던 와중에 장애일보 모집 공고를 봤죠. 2가지 이유로 지원을 결심했어요. 첫째, 장애인 단원과 팀으로 활동한다는 점은 제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장애 관련 이슈를 함께 토의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심을 줬고요. 둘째, 스크랩 활동 때문에라도 장애를 주제로 한 여러 기사를 많이 읽게 될 거라 생각했어요. 요즘 사람들 뉴스도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보잖아요. 전 기자 지망생이다 보니 최대한 지양하려 하지만, 그래도 관심이 덜 한 뉴스는 후순위로 미루기 마련이거든요. 장애일보 활동이 이런 습관을 깨고 장애에 대해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합격하고 나니 매주 최소 기사 3개 정도는 찾아 읽고 있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엔 예린 기자님과 장애와 관련한 담소도 나누기도 했고요. 지원 계기와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2] 기자라는 꿈을 목표로 두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기자단 활동도 이미 해보신 걸로 아는데, 장애일보만의 가지는 독특한 측면은 어떤 것이 있다고 느끼셨나요?

: 역시 가장 독특한 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단원이 팀을 이룬다는 점이죠. 장애 관련 대외활동은 대체로 비장애인 단원들이 이슈를 취재하거나, 봉사를 다니는 방식이잖아요. 이처럼 비장애인 위주로 운영되는 대외활동은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장애 관련 이슈를 쫓고 다루면서 정작 장애인의 시선은 배제된 것과 다름없잖아요. 또, 아무래도 비장애인보단 장애인이 이런 부분에선 좀 더 해박할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무엇보다도 이런 팀 구성 방식이 서로의 다름을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3] 평소에 일상생활 속에서 보던 장애인을 대할 때 가지게 되는 생각이나, 잘 몰랐기 때문에 대하기 조심스럽거나 어렵다고 느껴졌던 부분이 있었나요?

: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사람마다 장애 종류도 다양하고, 정도도 상이하다 보니 막상 장애인을 마주하면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혹여나 제 나름대로는 배려 차원에서 한 말과 행동이 실례가 되진 않을까,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도움을 요청하시거나 제가 나서서 도와드려야 할 상황이 오면 행동하겠지만, 어떤 동영상에선 ‘마냥 도와주려 들기만 하면 장애인을 지나치게 수동적인 존재로만 여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늘 언제, 어떻게, 어느 선까지 도와야 할지 고민되는 것 같아요.   

   

[4] 일상생활을 보내는 중에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을 따르겠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있나요?

: 실은 주변 환경에 둔감한 편이라 그동안 그런 시선을 가져보지 못했어요. 그러다 지난 여름방학 때 하반신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분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이동할 때 작은 턱 하나만 있어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도 그럴 것이 휠체어를 직접 끌어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제겐 별 거 아닌 턱이 누군가에겐 큰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 크게 와닿은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식당이나 카페를 방문할 때 입구부터 계단이나 자그마한 턱이 있으면 ‘여긴 장애인은 발도 들이기 어렵겠구나’라는 문득 생각이 들어요. 예린 기자님과 담소를 나누면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었죠. 버스 탈 때, 영화 볼 때, 밥 먹을 때 등등 일상의 모든 부분에서 불편함이 상존한다는 말씀을 생생한 경험담과 함께 들으니 또 다르더라고요. 이런 것들을 보면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이동권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덕분에 얼마 전에 서울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느낀 건데요. 승·하차 구간 간격이 꽤 넓은 역이 많았어요. ‘휠체어로 지나가기엔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요. 장애일보 활동 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해요.


[5] 장애일보 활동을 통해서 장애인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측면이 있는지, 있다면 가장 인상 깊었던 것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 아직 활동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경험이 부족하긴 한데, 한 가지 좀 놀란 점은 있어요. 예린 기자님이 공유해주신 기사 <EBS ‘딩동댕 유치원’, 다문화/장애인/유기견 캐릭터 나온다>를 읽고 알게 된 건데요. 우리나라 공영 교육방송의 기둥 격인 EBS에 그동안 장애인 캐릭터가 없었다는 점이 의아했어요. ‘문화적 다양성’이란 어려운 개념을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에 정착시키려면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제 휠체어를 탄 ‘하늘’이라는 캐릭터가 출연하고 있다는 건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한참 전부터 그래 왔던 해외 공영방송과 비교해보면 조금은 아쉬움이 남네요. 약간은 동떨어진 답변 같지만 그만큼 제 나름대로 충격이었답니다.       


[6] 그동안 여러 기사를 스크랩해왔는데요. 2인 1조로 활동하는 만큼, 서로 기사를 가져와 상의 후 그 주의 기사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상대방이 골랐던 기사 중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기사가 있었나요? 있다면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 <‘우영우’에 빠진 여러분, 장애인은 ‘무해’ ‘유익’ 입증해야 할까요?>라는 기사가 기억에 남아요. 아마 첫 스크랩 기사였던 것 같아요. 당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워낙 큰 화제였잖아요. 우리 사회가 자폐성 장애인에 이토록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 때문에 저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어도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어요. 왜 화제가 됐는지도 알고 있었고요. 짧은 클립으로 하이라이트를 찾아보면서 저도 자폐성 장애인이 보일 수 있는 행동 특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죠. 근데 이런 순기능 외에 해당 드라마가 가진 문제점도 있더라고요. 기사에 따르면 드라마가 ‘우영우가 어떤 가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타인에게 무해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차별의 프레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어요. 생각지도 못한 관점이었죠. 우리가 시청자로서 이런 프레임을 걸러내지 못한다면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그저 희화화된 소재로 소모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기사였어요. 우영우가 사랑스럽고 찬란한 캐릭터로 남을지에 대한 여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마지막 문구가 특히 인상 깊었네요.    

 

[7] 앞으로 활동을 하면서 어떤 내용으로 기사를 더 많이 써보고 싶은가요?

: 특정한 내용보단 장애인의 시선이 담긴 말씀을 많이 듣고 기사에 담아보고 싶어요. 인터뷰만 한 번 해봐도 제가 몰랐던 부분들이 정말 많이 나오거든요. 굳이 거창한 사안을 다루기엔 아직 제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좀 더 작은 목소리들에 귀 기울여보고자 해요. 개개인이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데서 오는 일상적인 불편함은 크게 보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이기도 하잖아요. 결국 그 모든 게 우리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고요. 우선 많이 들어보자는 게 앞으로의 포부이자 계획입니다.        


[8] 앞으로도 목표인 기자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게 될 텐데, 어떤 기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 요즘 기자들이 ‘기레기’라고 조롱당하는 일이 많잖아요. 그 속에서 저는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듣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한 번씩 인터뷰 가거나 기사를 완성해서 보여드리면 외려 격려와 감사를 표하는 분들이 계세요. ‘덕분에 좀 더 관심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면서요. 그럴 때마다 고단했던 취재 과정에서 오는 피로감이 말끔히 해소되곤 해요. 근데 그런 말을 들으려면 정말 꼼꼼하게 취재하고, 기사에 잘 담아내야 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실력 있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실대로, 정확하게 전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말이기도 해요. 이번 활동에도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한 번 듣고 싶네요.                                     



기자 소개


강예린 기자, gmail0218@naver.com

문학, 모든 소수자들이 살아가는 '오늘'에 관심이 있습니다.

쓴다는 것은 제게 오늘을 산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살겠습니다.
장애인과 또 다른 소수자들. 모두가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도균 기자, ehrbs436@naver.com

장애인 시설 및 복지에 관심이 있습니다.

함께 활동하는 분들과 생각, 시선을 공유하며 임하겠습니다.




강예린, 김도균 기자님이 발행해주신 기사와 칼럼은 아래 장애일보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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