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거나, 길을 걷다 보면 간혹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관심이 아닌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또는 살기 위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여기서 장애인은 모든 장애인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봤을 때, 장애인들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과거 인생에서 처음 사회복지사가 되어 일을 하던 때, 처음으로 담당했던 클라이언트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철수(가명) 16세.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이었다. 주로 일상생활의 영위가 어려운 중증의 장애인들이 모여 생활하는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일하던 내가 담당했던 클라이언트들 중에 유일하게 스스로 걷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었으며, 나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였다. 함께 생활을 하며 먹고 잘 때, 잠자기 전까지 같이 장난을 치며 놀았던 친구다.
시설 내에서 기대가 컸던 철수지만,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 치명적인 습관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상황에서 과격행동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입사 후 철수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겠다며 ‘자신이 먹은 식사 자리는 자신이 정리하기’를 알려주기 위해 다음 근무 때, 철수에게 설명을 하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하였다. 충분히 협의가 되었고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하였는데, 짜증을 내며 치우기를 거부하는 철수를 보며 나도 오기가 생겨 ‘너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거야!’라는 마음으로 치울 때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 철수는 정리를 하지 않고 방에 들어가 소리를 지르며 옷장과 벽을 치기 시작했고, 식사 지도를 하던 나는 철수가 마구잡이로 때리는 것을 막다 새끼손가락이 부러지고 나서야 겨우 철수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감자튀김과 아이스크림은 적당히 먹기’, ‘직업훈련 받기’, ‘화가 날 때 시원한 물 마시기’ 등이 있었다. 그중 작업치료와 직업훈련, 사회성 훈련 등의 참여로 많이 성장한 철수는 우리 기관과 연계되어 있는 곳에서 양말을 박스에 포장하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훈련생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는 주로 기능이 높은 편에 속해 자립을 기대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모여 평가를 통해 훈련을 받고, 나아가 정식 근로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철수가 일하게 되었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었는지 모른다. 철수가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나아가 이곳 생활시설이 아니라 ‘자립’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에 대한 기대였을지도 모른다.
별 다른 일 없이 흘러가던 때에 철수가 다니던 직업재활시설에서 통신문이 왔는데, 바로 나들이 일정에 관한 내용이었다.
많은 나들이에 참석을 해보고, 또 실제 진행을 해본 나로서는 나들이 참가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아니, 즐겁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라 걱정이 크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 되겠다. 장애인 당사자분들의 사회참여와 일상생활지원 등을 위해 나들이 사업은 존재한다. 심지어 나들이 사업이 가져다주는 성과는 참가자분들의 만족도 조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모든 사업을 통틀어 가장 만족도가 높은 사업은 나들이 사업이니 말이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분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안겨주지만, 그만큼 어려운 자리이기도 하다. 본인은 기분이 좋아서 하는 행동이 장애에 대한 이해와 장애 당사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에게는 과잉 행동으로 보이기도 하고, 낯선 환경에 노출이 되어 긴장감이 높아진 장애인의 행동이 위협적인 행동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찾아온 나들이 당일.
그날따라 무더운 날씨와 자꾸 늦어지는 일정 속에 우리 모두는 지쳐갔다. 확실히, 즐거운 시간이기는 하나, 장애를 떠나서 진행자도 참가자도 지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왜 가족이 야외로 놀러 가면 엄마, 아빠가 싸우는지 알 것만 같다.
모두가 지쳐있는 때에 철수는 직업재활시설 선생님에게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표현을 했고, 철수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선생님께서는 모두가 있는 와중에 한 명만 따로 나와 아이스크림을 사기에는 어렵다며 이따가 따로 먹으라고 지도를 해주었다. 실랑이를 하던 중에 결국 참지 못한 철수는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기 시작했고,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당황한 시설 담당자분들과 주변에 양해를 구한 채, 둘이 따로 빠져나와 폴라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먼저 차로 들어가 대기를 했었다.
이후 잘 다니던 양말 박스 포장 직업재활시설에서 사회성 문제와 도전적 행동으로 인해 훈련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었고, 다른 직업재활시설에서 평가를 받아 펜에 심지를 꽂는 훈련을 받게 되었다. 앞에 다니던 시설보다는 다소 중증의 친구들이 이용을 하던 이번 시설에서는 나들이는 없었지만, 복지 관련 프로그램이 많아 동료 훈련생들과 근로자들과 함께 단체 활동을 해야만 했던 철수는 이번에도 사회성이 부족하다며 시설 내 시스템에 어울리지 못한다는 말과 함께 훈련을 종료하게 되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많지도 않지만, 치명적이고 비슷한 사유로 2번이나 훈련생 종결 판정을 받은 철수는 적어도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는 다른 직업재활시설을 다니지 못했다. 되려 내부에서도 외부 활동 시 주의가 필요한 클라이언트가 되기도 했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한다. 처음 시설에서 나들이를 가던 날, 철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철수를 지도해줬더라면, 아니면 지도를 하는 그 선생님에게, 아니 철수가 훈련하는 그곳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철수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핀휠에 와서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제2의 철수를 만들지 않는 일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을 꿈꾸며, 우리를 찾아온 장애인 구직자들에게 일자리를 찾아 연계하고, 지원자들의 이력서를 함께 만들어간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비장애인 인사 담당자, 비장애인 동료들이 잘 몰라서 장애인 지원자를, 장애인 동료를 속단하거나 멀리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기업의 면접관에게 눈앞에 있는 지원자가 장애인이라서 질문에 대답을 잘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하는 이야기가 부정확하게 들리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고 입을 보여주며 말을 하면 더 잘 듣고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장애인 근로자와 함께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 당신의 동료는 휠체어를 타고 있기 때문에 식사 후 카페를 갈 때, 턱이 있는 카페를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들 말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을 만나보고 대표님의 말씀처럼 그들과 놀아보기로 했다. 같이 놀다 보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되고, 어떤 부분이 힘든지 알게 되니 말이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어렵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일을 하기 어렵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걱정을 가진 분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싶다.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면, 오해가 이해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당신이 모르는 아주 사소한 아이스크림 하나로 더 이상 장애가 장애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김선비
현) 핀휠 장애인 일자리 연계 담당자 및 면접 동행 컨설턴트
전) 장애인 생활 시설, 발달장애인협회,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 일했던 사회복지사
약 5년 경력의 사회복지사로, 모든 경력은 장애인 관련 생활시설, 협회, 교육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제 나 사회복지사 안 해!를 외치고 마지막 직장을 뛰쳐나왔지만, 결국 장애인 대상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으로 돌아왔다. 이쯤 되면 장애인 복지는 나의 숙명인 것 같기도 하다.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많이 일했다 보니, 사람들이 장애인을 어려워하는 게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발달장애인들과 누구보다 즐겁고 재밌게 놀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