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한반도
1996년 전라북도 부안 격포항에서 32km, 뱃길로 4시간 떨어진 상왕등도 서쪽 바다에서 매머드(mammoth)의 어금니 화석 두 점이 발견되었다. 바다 밑바닥을 끌고 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어선에, 10~30m 깊이에 있던 어금니가 같이 건져진 것이다. 크기는 길이 20cm, 폭 8cm, 두께 1cm 정도이며 에나멜층과 상아질층으로 구성되었다.
매머드는 40만 년 전 동아시아에 나타났으며 구석기시대가 끝나고 신석기시대가 시작하는 12,000~10,000년 전에 유럽과 시베리아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상왕등도 매머드 어금니는 상왕등도가 구석기시대 어느 한때 육지였다고 말하고 있다.
매머드가 살고 있었던 플라이스토세(약 260~1만 년 전)는 추웠던 빙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간빙기가 반복되었다. 현재부터 50만 년 전까지 지구의 기온변화를 그래프로 그리면 [그림 2]와 같으며, 빙기와 간빙기가 여러 차례 반복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홀로세(약 1만 년 전 이후)로 간빙기다. 플라이스토세 전 세계 바다의 높이는 기온의 변화에 따라 오르내렸는데, 한반도 역시 대륙의 일부이거나 반도가 되는 상황을 반복하였다. 특히 마지막 빙하기에서 가장 추웠던 대략 2만 4천 년 전에서 1만 8천 년 전 사이, 한반도는 서해, 남해, 제주도가 모두가 육지였다. [그림 3]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하논 분화구 분석에 의하면, 당시 서귀포 연평균 기온은 9도로 강원도 태백시와 비슷하였다. 현재 바다인 서해와 남해가 한 때 육지였다는 사실은 지금의 한반도에서 확인되는 자료만으로 구석기시대를 이해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