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담은 순간

by 윤선아

페스티벌에 가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종일 음악을 들으며 하늘이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 그렇게 보내는 하루. 그중 크랙샷 공연을 보고 강렬함을 담고 싶었다.

노래도 퍼포먼스도 압도적이었던 그 순간의 분위기가 음악과 함께 떠오른다.

조명과 비트, 환호 속에 요염한 손짓, 몸짓, 목소리를 잊지 못한다.

독일 베를린 근교에서 사촌동생이 한식과 차를 파는 식당을 한다. 동생 가족의 주말 나들이 장소인 호수에 가서 배를 탔다.

현지인들은 수영복에 구명조끼도 없이들 둥실둥실 잘도 타는데, 우리 가족은 처음 타는 배여서 그랬는지 조마조마했다. 넷플릭스 시리즈의 한 장면 같은 기분. 망망대해에 떠 있는 파이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과장된 스릴을 맛보았다.

피아노 조율사가 야외에 놓인 그랜드피아노를 조율하는 장면을 보게 된 적이 있다. 콘서트의 한 장면이라도 본 듯 주위 사람들은 일하는 조율사가 들려주는 소리와 몰입한 그 순간을 함께 감상했다. 햇빛이 창으로 들어와 조율사와 피아노를 비추었다. 고요한 공간의 느낌과 그 순간의 분위기를 마음에 담고 싶었다.

제주도 금오름 입구애서 말을 만났다. 동물들과 교감하는 순간도 잊지 못할 경험이 된다. 말을 하지 않지만 동물들을 보고 눈빛을 마주하면 뭔가 서로 이번 생이 어떠한지에 대해서 얘기해 주는 듯하디.

엉덩이 쪽 털 색깔만 다른 말이었다. 제주도 살던 선배가 어린 시절 지각한 친구가 말을 타고 학교에 오는 것을 본 적 있다고 한다. 말괄량이 삐삐의 부엌에는 꼬마아저씨라고 불리는 말이 산다. 설탕을 아주 좋아하는 말과 삐삐는 많은 이야기를 한다.

해가 뜨는 순간의 하늘빛을 보려고 일찍 일어난다. 일출을 지켜보다 보면 정말 순식간에 붉고 둥근 태양은 솟아오른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맞이한 해돋이. 논두렁 끝에 현무암 돌멩이들을 가지런히 세워둔 손길들이 감탄스럽다. 매일 있는 장관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지만, 해기 뜨는 순간의 하늘은 벅차다. 늘 가까이 있었던 사랑을 깨닫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