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W. 포지스 <다미주 이론>
놀이터에 낯선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말없이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리던 나도와 나는 나도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날씨 좋은 아침이면 둘이 손잡고 사람 없는 놀이터를 찾아다니면서(그 간의 일들은 틈틈이 기록하여 올렸다. 낯가림이 있고 반응 속도가 느리고 조심성이 많던 아이, 나도에 대해서)
두세 살쯤 아이가 걷는다는 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지나가던 할머니 한 분이 아이고 예쁘다, 말하며 나도 옆을 스쳐갔다. 쓰다듬은 것도 아이를 바라보며 오래 머문 것도 성난 목소리도 아니다. 별 이상을 감지하지 않은 나는 아이 옆에서 걷는 행위를 지속했는데 아이가 따라오지 않는다. 뒤돌아 아이를 바라보는데 한 발을 앞으로 내디딘 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안아,라고 말한다. 움직일 수 있는데 떼를 부린다기보다는 신체의 기능이 갑자기 멈춘 듯 보였다. 아이 역시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해 당황스러운 상태, 얼어붙은 상태랄까. 정신적 충격이 심할 때 나오는 반응 같은
<다미주 이론>의 책 소개 영상을 시청할 때 두려움, 셧다운, 얼어붙음이라는 단어가 귓가에 들려왔다. 지나가던 할머니의 말에 대한 아이의 얼어붙음이 내게는 하나의 미스터리였고, 이 미스터리에 대한 해결점을 줄 수 있을까가 이 책에 대한 기대였다.
저자 스티븐 포지스 박사는 얼어붙는 인간의 반응을 고대 방어체계로 설명한다. 인간이 포유류로 진화되기 이전에 파충류(고대 척추동물)의 방어체계는 무수미주신경의 영향을 받는 죽은 척 하기(부동화, 무생물처럼 보이기)다. 진화하며 위의 방어반응은 산소가 많이 필요한 포유류에게는 치명적이 됐고 무수미주신경보다는 교감신경계가 작용하는 빠르게 움직여 도망가는(가동화) 방어반응이 생겨났다. 그러나 파충류의 방어체계는 사라지지 않고 포유류에게 내장되어 있어 갇히거나 도망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죽은척하기, 얼어붙기 같은 방어반응이 여전히 나타난다.
같은 위협도 어느 사람에게는 교감신경계가 작용하는(스트레스 반응으로 알려진) 도전, 도피 반응이 일어나나 어느 사람에게는 고대 방어 체계가(무수미주신경) 관여하여 기절이나 해리, 셧다운 같은 상태가 일어나기도 한다. 어느 사람은 신체를 빠르게 항진시켜 도망갈 수 있으나 어느 사람은 도망가거나 저항하지 못하고 몸이 굳어 꼼짝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스티븐 포지스 박사는 위협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저항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기보다는(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고 혹은 잘못된 반응을 했다고) 자신의 지각과 상관없이 생존과 관련하여 신경계가 벌인 영웅적 행동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알려준다.
나도가 낯선 사람, 사물에 대한 과민성이 있었다면 첫째 소리는 후각, 청각과 같은 감각 과민성이 있었다. 유난해 보일 수 있는 아이들의 이러한 반응은 양육자에 대한 저항이나 반항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의 생존과 관련된 반응 일수 있다.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들도 어쩌지 못하고 신경계가 그 자신을 보호하려고 일으키는. 다미주 이론과 함께 저자는 안전을 강조한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안전감을 느끼는 상태를 인간(포유류)은 필요로 한다.
최근 아이가 학교에서 적대적인 환경(괴롭힘 비슷한)에 놓이게 되면서 이 이론을 더 생각하게 됐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과거의 어떤 사건이 현재에 끼어들어 행동을 축소하기도 하고 과한 행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이란 일종의 약한 트라우마 상태 속에서의 생활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했을 때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나쁜 반응은 없다고 말하는 스티븐 포지스 박사의 다미주 이론은(“도덕적 허식을 버리고 신경생물학적으로 적응적인 반응을 이해한다면 우리 자신의 반응에서 장점을 보기 시작하게 됩니다.”p203) 자신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보이는 행동이 최선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하여) 필요한 이론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어떤 신체 반응은 반사적이며 자발적이지 않다는 것을 잊고 있습니다. 생명의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서 부동화는 몇몇 다른 포유류와도 공유하는 흔한 ‘반사적’ 반응입니다. 우리 사회는 싸우지 않거나 효과적으로 가동화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여깁니다. 다미주 이론을 알면 그러는 대신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당신이 아무 반응도 하지 않은 것은 신경생물학적으로 최고의 적응적 반응이고, 당신의 몸이 당신을 위해 그런 결정을 한 것은 행운입니다. 당신이 싸웠다면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미주 이론> p203
이 인터뷰를 하는 동안 우리는 ‘안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만, 안전은 중요한 요소입니다. 안전을 감지하게 되면 우리 신경계는 더 이상 방어적이지 않습니다. 더 이상 방어적이지 않으면 자율신경계의 회로들이 건강과 성장과 회복을 돕습니다. 이는 하나의 위계로, 신경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안전입니다. <다미주 이론>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