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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필요한 기능 수신자 차단

사사사 전략 수신자 차단으로 내 마음 달래기

by Jung히다

너, 카페에 왜 가는데?

브런치도 먹고 브런치 글도 쓰고.

집에 데스크 있잖아?

사람들 속에 있는 것 같아 좋기도 하고.

너, 많이 외롭니?

아니, 그다지.

사람들 많아서 시끄러울 텐데 글이 써지니?

시끄러움 때문인지 더 집중이 잘되는 것 같아서.

나는 네가 이해가 안 간다. 그럼, 매일 카페로 출근하니?

카페만 가는 거는 아니고.

그럼, 어디를 또 가는데?

도서관에도 가지.

자격증 준비하니?

아니.

그럼 거기까지 가서 뭐 하는데?

책 읽고, 글 쓰고. 드로잉도 하고.

너희 집에 있던 그 많은 책들은 다 읽었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늘 이해 안 가는 게 많은 이 친구는 궁금해서 전화를 한 것인지, 말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 전화를 한 건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결국 이 친구가 리드하는 일방적 질문공세 대화법으로 통화하고 나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난다. 묻고 답하기 시간도 아니고, 출연료 받는 기획방송 출연도 아닌데..

암튼 싫은 데다 좀 그렇다.

적당한 핑계를 대고 전화를 끊는다.

조용히 "넌, 아웃이야!"라며 휴대폰 통화목록을 뒤적거린다.

그다음은 뻔하다.

KakaoTalk_20240220_153435803.jpg

"수신자 차단!"

아주 드물게 사용하기는 하지만 이렇게 편한 기능이 있다니...

암튼, 당분간 만족이다.

오랜만에 전화하여 생활 안부랍시고 질문 던지고 응답하면 그 응답에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견해로 짜증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는 친구에게 성질 돋우지 않고 할 수 있는 필요한 처방이다.

그러나 내 마음이 넉넉해지는 어느 날 쯤엔 "차단 해제"를 해줄 생각이다.

내게 관심을 갖아주는 친구여서 그런 것일 텐데 최소한의 인격대우는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야, 미안하지만 당분간 그러자. 응.

이건 순전 나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겠지만, 내가 편해야 친구인 네게도 넉넉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주 가끔 당분간 필요한 기능 수신자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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