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나의 친구, 마더피스 타로를 만나기까지
타로 카드를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이 물어보는 말 중에 타로 카드 종류가 많은데 어떤 것이 좋은지 어떤 것이 잘 맞는지 묻는다. 그러면 나는 아, 질문이 잘못되었어요 간섭하고 싶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기준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비교해서 구분하는 그 잣대는 과연 얼마나 객관적일까.
습관적으로 좋냐 나쁘냐로 구분한다면 타로 리딩에 익숙해지기 어렵다. 세상에 온전히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없다.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거기에 배움과 교훈이 있고, 좋은 상황 역시 영원하지 않다.
모든 것은 변하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어 꿀렁꿀렁 파도치듯 춤추며 산다.
그러니 타로카드 한벌에 좋고 나쁜, 맞는지 틀리는지 구분하고 확인해 본들...
마더피스 타로카드를 만나기 전에 이미 다른 카드로 단기 교육을 받고 혼자 공부도 좀 했다. 그 기간 나와 함께 걸은 친구가 라이더 웨이트 타로이다. 타로 카드 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타로 그 자체이고 이미지와 컬러링을 리뉴얼한 다른 버전의 덱들이 있다. 황금여명회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가 의미와 순서를 재정리, 디자인 한 뒤 파멜라 콜맨 스미스에게 그림을 의뢰해 작업한 카드이다. 스미스덱은 추측키로 웨이트 카드의 공동 저자인 파멜라 콜맨 스미스의 이름을 강조한 카드일 것이다.
지금도 생일과 연결한 성격 타로를 보거나, 신년 한 장 카드를 수비학으로 뽑을 때는 웨이트 카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사람들과 질문에 따른 상담을 할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해설서도 그렇고 카드에서 다루고 있는 상황, 인물, 상징들이 내게 맞지 않는 옷 같다고 종종 느꼈다. 나와 가장 잘 맞는 카드, 내 몸과 딱 맞는 카드를 찾기를 궁리하던 중에 우연처럼 마더피스 타로카드를 만났다. 그리고 9년째 카드와 함께 삶의 서사를 읽는 중이다. 가장 대중적이고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상담하기 좋은 카드인 라이더 웨이트 카드를 내려놓은 이유 몇 가지를 적어본다.
타로 카드는 그야말로 유럽 중세의 끝, 종교의 뒷골목에서 시작되었다.(기원은 의견이 다양함) 14세기 인간의 이성이 종교가 씌운 미명을 밝힌 르네상스가 한창인 유럽에서 최초의 흔적을 찾았다고 타로 전문가들이 말했다. 그리고 타로카드가 대유행한 시대는 계몽주의의 절정인 프랑스 대혁명 시기였다. 인간의 이성과 신비주의가 등을 맞댄 혼돈의 시대에 타로카드는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이어졌다.
유럽 문화 베이스인 타로 카드는 동아시아인에게는 종종 넘을 수 없는 벽이다. 유럽 문화사를 이해하려면 종교 특히 기독교를 이해해야 한다. 유교와 관료 행정 국가 성립이 된 동아시아와 정원과 귀족 사회의 중세를 거쳐 절대왕조 국가를 수립하는 유럽 국가 역사는 너무나 다르다. 더불어 사회 시스템에 따른 생활양식인 문화는 더욱 차이가 있다. 그래서 종종 유럽인의 문화와 상징에 의식과 무의식에 억지로 나를 끼어넣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내가 자란 환경은 한국에서도 독특한 지점에 있다. 경주외곽의 아주 작은 바닷가 마을인 내 고향은 신라 마지막 경순왕이 후백제 견훤에게 쫓겨 숨어있던 동굴 위 보덕암이 있다. 이 암자와 불교문화 중심으로 살았다. 골짜기 작은 암자는 사시사철 절기와 한국 불교의 큰 명절인 부처님 오신 날, 백중, 동지 등을 공동체의 의례이자 행사로 치렀다. 아이들은 부처님 오신 날을 위한 연꽃을 만들면서 공예와 공동체 작업을 배웠다. 큰 마루가 있는 집에 진두지휘하는 어르신과 다양한 나이대의 어른과 아이가 섞여 한지 연꽃을, 마당에는 솜씨 좋은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이 철사로 연등 틀을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이 매달려 만든 연등을 트럭에 실어 절 입구까지 이어진 길마다 등을 걸고 불을 밝혔다.
이런 행사가 일 년에 여러 번 있고, 다른 종교는 들어오기가 어려울 정도로 불교는 공동체의 기초였다. 아이들이 처음 읽고 듣는 글 중에 석가모니의 생애이거나 산스크리트어로 된 불경도 포함이 되니. 본투 더 불교문화에서 자란 아이가 자라서 다양한 철학을 배우고 여러 경험을 해도 참 화해하기가 어려운 철학이 유일신 기독교이다. 다른 종교를 부정하는 철학과 종교의 완고함과 제국의 면모를 타로카드에서도 다시 만나게 되는데, 마음 깊은 곳까지 닫지 못하고 이런 의미이구나에서 더 이상 확장이 어려웠다.
어느 시기 여신문화에 꽂혀서 국내외 여신 신화와 여신 문화를 추적하며 도서관의 만신의 구술 판본을 지역별로 읽기도 했다. 한국의 여신은 만신 굿에서 찾을 수 있기에 한국의 구비문학과 신학에서 만신 구술 판본은 중요한 자료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창조 신화는 여신이다. 국가의 탄생 신화는 국가와 권력자에게 신성을 부여하기 위해 변형했을 가능성이 높다. 단군 신화도 이미 존재하는 인간 공동체 시스템 위에 그가 등장하여 왕이 되었다. 창조신은 지구와 인류의 창조, 땅과 물을 만들고 그 위에 인간을 잉태하였다. 인간의 창조는 당연히 출산하는 몸이자 자연 그 자체인 여신이다. 권력의 피라미드가 세계를 지배하기 위해 배제하고 없애버린 존재, 여신의 신성은 여신을 살해하거나 마녀 악마로 왜곡하여 존재를 지우고, 국가 사회와 가부장을 세운 남신에게로 넘어갔다.
타로 카드를 만나기 전부터 내 안에서 꿈틀 하는 집단 무의식은 할머니로부터 이전 할머니들이 전해준 이야기이다. 여신 찾기에서 만난 한국의 여신, 그리스와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여신이 이미 내 안에 있었다.
남자 왕이 모시고 있는 유일신인 아버지 하나님의 땅을 개척하여 가족을 꾸리고 권력을 장악한 유럽인의 타로카드 이미지는 내내 불편하였다. 기사 갑옷을 입고 있는 왕이 개척한 땅은 아마도 다른 대륙이 아닐까 상상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합정역에서 홍대로 가는 골목길에는 직접 타로카드를 구입할 수 있는 가게가 있다. 필요한 카드가 있어서 방문할 때 마음속으로 주문을 건다.
"안돼, 안돼! 안 되는 거 알지?"
타로 가게에 들어가면 홀린 듯 카드를 구경하다 덱을 하나 더 산다. 아름다운 것에 홀려 현재 상황을 잊어버리고 만다. 타로 파는 상점의 타로카드들이 각자의 개성으로 말을 건다. 다 그만한 의미와 에너지를 갖고 있다.
현대인의 삶을 주제로 다루거나 명상, 로맨스, 신화, 고양이 등 캐릭터의 형태도 다양하다. 동양에서 제작한 타로들은 동양의 신 혹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현대 여성 불붙은 느낌을 살려 여성운동가, 대중문화와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는 카드도 있다.
이런 현대 카드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사용하는 목적이 분명하지만 나는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카드를 살펴보면서 아, 이 카드를 웨이트 타로 카드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라고 구입을 하지만 정작 사용하려면 강렬하고 확고한 캐릭터 혹은 연관성이 떨어지는 상징(나의 개인적인 관점)이 상담을 하기에 어려웠다. 꽉 찬 이미지들은 다른 해석과 이야기를 이어가거나 자유로운 무의식의 여행을 방해해서 상담에는 사용하지 않고 행사에서 자기소개하는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때 활용한다. 꽤 괜찮다.
마더피스 타로 카드는 위의 세 가지 충돌을 가뿐히 해결했다.
선사시대 문화를 배경으로 여러 대륙의 인류가 등장하고 여신이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패턴인 원형의 카드에 서투른 스케치와 단순한 컬러링의 그림은 상담하기에 여백이 많아서 이야기를 담는데 충분했다.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여성 캐릭터로서 페미니스트인 작가의 사유를 담았다. 여신 문화를 가득 담아 각 나라의 여신과 상징, 인류의 원형이 담긴 조각, 문양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형을 대륙과 국가를 뛰어넘어 비슷한 이유로 우리 안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 것처럼 여기게 되었다. 다름과 같음이 내 안에서 들어왔다 나갔다 무늬를 그리면서 지금은 마더피스 타로카드 78장 이미지가 그대로 하나의 패턴처럼 심장에 새겨있다. 9년 차 마더피스를 만지면서 내 삶이 무늬들로 풍요로워졌구나 가끔 카드와 친구 하기 위해 작정을 하고 시간을 만든 나를 칭찬한다.
나의 타로카드를 찾는 여정은 마치 샤먼이 동물 친구를 맺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상상을 한다. 샤먼이 자연으로부터 받는 능력은 그녀와 평생 함께 하는 동물이 상징한다. 그 동물과 샤먼은 서로 번갈아가며 다시 태어난다.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이 같이 존재했고 샤먼이 혼자 사막에 나가 의식을 할 때 혼자가 아닌 이유가 토템인 동물이 나와 함께 있기 때문이다. 동물과 인간은 차별이 없이 동등하다.
사람들과 마주 앉아 삶의 길을 찾는 상담을 할 때 함께 있는 마더피스 타로카드가 있어서 여유를 잃어버리지 않고 서로의 내면과 외면을 오고 간다. 안전함과 평온함 속의 지금 이 순간을 피하지 않고 마주하도록 안내하는 등대이자 친구이다.
나의 친구가 될 타로 카드 찾기는 카드들을 분석하고 효율성을 따지고 맞고 그름을 판단하는 과정이 아니다. 샤먼의 자기 동물을 만나는 것이고, 나를 드러내는 이미지이다. 타로 상담은 타로 테이블 사이에 앉아 어떤 이가 가슴을 여는 순간을 받아들이기 위해 나의 심장을 여는 과정이 동시에 일어난다. 아무리 작고 소소한 이야기여도 과정과 집중은 똑같다. 세상에 없는 찰나를 여는 열쇠인 타로카드, 대충 아무거나로는 열리지 않는다. 내 손에 딱 잡히고 내 마음에 완전히 들어앉는 이미지와 이야기가 담긴 카드.
나에게는 그것이 마더피스, Motherpeace Tarot이다.
타로카드에 관심이 있고 배우고 있다면 나의 열쇠는 무엇인가, 만약 웨이트 카드와 뭔가 어색하고 서걱거린다 싶으면 아직 당신의 토템이자 동물 같은 친구를 만나지 못한 것이다. 과감하게 찾아보라, 어딘가 세계의 서사를 담고 기다리고 있는 나의 타로를.
웨이트 타로를 작업한 여인은 가치와 의미를 만든 미스터 웨이트에 가렸다. 1905년 탄생한 이 카드가 현대에 누리는 명예는 이미지와 상징을 그린 파멜라 콜먼 스미스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미스 카드라 부르는 덱이 동일하면서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스미스덱이라 불러야 하나 고민을 하지만 고유명사가 된 웨이트 카드의 이름을 없는 것처럼 지울 수 없다. 오물 가득한 역사도 역사로 기억하고 불러야 하는 것처럼 오히려 웨이트 카드의 그림자를 같이 얘기하는 것이 내몫인가 싶다.
파멜라 콜먼 스미스(1878-1951)는 자메이카의 선교사 후손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자메이카에서 자랐다. 그녀가 황금사자회에서 라이더웨이트와 만나 타로 카드를 1905년 지금의 라이더 웨이트 타로를 만들었다. 한편 그녀는 무대, 의상 디자이너, 민속학자, 시인, 작가, 발라드와 민화 삽화가, 여성 참정권 운동가, 서적 및 신문 발행인 등 변화하는 시대 속의 사회인이자 아티스트였다.
(2024년 7월 12일 마더피스 타로를 매주 친구들과 만나고 있는 장마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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