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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희 Jul 12. 2019

넷플릭스, 약점을 고백하다

연차보고서에 대한 분석

미국의 기업들은 사비엔스-옥슬리법('02년 제정) 이후 강화된 공시제도에 따라 연차보고서(10-K)에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공개한다. 내용이 부실할 경우 추후 고발 등으로 처벌 받을 수 있기에 내용이 나쁘지 않다. 공개 내용에는 회사의 경쟁, 규제, 재무 사항을 비롯해 사업의 Risk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 유익하다. 영어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말이다.


넷플릭스 역시 연차보고서로 자신들의 Risk를 공개한다. 하지만 막상 읽다보면 내용이 많고 겹치는 내용도 꽤 되어 머릿 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이에 주요 Risk들을 범주화하여 5가지로 정리하였다. 추가하여 단순히 연차보고서를 정리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제대로 이해되지 않기에 해석과 예시를 하였다. 다만, 필자의 '해석'이지 '정답'이 아님에 유의하기 바란다.




1. 장기 고정비용 지급 콘텐츠 계약


넷플릭스는 콘텐츠 확보를 위해 선투자를 하고 다년간의 공급 계약을 체결한다. 이러한 투자 금액은 '18년 기준으로 13조(120억불)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이 일시에 선지급됨에도 불구하고 투자회수는 가입자 구독료로 회수되어 장시간이 소요된다. 이러한 현금흐름 특성은 필연적으로 넷플릭스의 유동성 부족을 초래하게 된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아래 예시를 참고하자.

작품별로 투자와 회수가 아래 표와 같다고 하자. 작품A는 200이 투자되고 5년에 걸쳐 매년 50씩 회수된다. 작품B는 300이 투자되고 매년 70씩 5년에 걸쳐 회수된다. 이런식으로 매년 작품 투자비가 증가한다고 할 때 아래 예시의 기간 '19년에서 '26년동안은 현금흐름이 계속 마이너스다.

작품A~H가 매년 1개씩 제작되고 투자비는 5년에 걸쳐 회수(원금+50) 된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넷플릭스의 현금흐름은 '26년에도 마이너스(-)다.


물론 만약 구독료(P)가 상승하거나 가입자 수(Q)가 증가되면 현금흐름(=P× Q)이 플러스로 전환되는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 거꾸로 투자비가 더 커지면 현금흐름의 플러스 전환은 늦춰진다.


(실제 넷플릭스 현금흐름은 추후 새로운 글을 통해 별도로 분석하겠다)


이 맥락을 이해하면 넷플릭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선투자를 통해 콘텐츠 공급가격을 장기간 고정시켜 놓았다. 콘텐츠 소싱비용, 즉 매출원가가 가입자 수와 무관하게 고정되어 있으니 가입자를 많이 확보 할수록 1인당 콘텐츠 소싱비용(원가)은 감소하고 마진은 증가한다. 물론 반대로 고객 확장이 부진하면 콘텐츠 소싱비용(고정비) 부담은 커진다. 장기 고정 계약이 양날의 칼인 셈이다.


장기 고정 계약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이슈가 생겨도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불리함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배우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고 해도 그 배우가 나오는 콘텐츠를 계속 제공해야 다. 이는 가입자 반감을 유발하여 가입자 이탈의 이유가 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장기 고정비용 구조가 사업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2.  경쟁자의 등장과 불법 유통


넷플릭스의 성공 이후로 많은 기업들이 OTT 플랫폼에 뛰어 들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 e-Commerce 기반을 가진 아마존, 콘텐츠 공급역량이 우월한 디즈니, 기존가입자와 네트워크 망을 가진 AT&T 및 컴캐스트 등 모두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들은 공격적인 요금정책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도 있고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콘텐츠를 싹쓸어 갈수도 있다. 사실 넷플릭스에게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이다.


경쟁사의 수익모델(BM, Business Model) 도 각자의 전략에 따라 다양하다.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SVOD)방식을 취하기도 하고 개별 구매 방식(Trasaction VOD) 이거나 광고기반 (Advertising VOD, 대표적 유튜브)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TVOD와 SVOD를 혼합한 방식도 있다.


OTT사업자별 BM 방식 [출처: oodlestechnologies.com]

 

수익모델이 다르면 Targeting 하는 고객 Segment도 다르다. 유튜브는 콘텐츠 제공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넷플릭스와 동일하지만 광고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모델(AVOD)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와 직접 경쟁 관계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모델간의 경계가 무너질 수 있다. 넷플릭스가 SVOD만으로 수익 유지가 어려다고 판단할 경우 AVOD를 도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간접적인 경쟁관계였던 유튜브가 광고시장을 놓고 부딪히는 직접적인 경쟁자로 전환될 수 있다.

(현재 하나의 수익모델만 가지고 있으므로 추후 다른 수익모델을 도입하여 수익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하지만 이 모든 수익모델은 해적판 콘텐츠(=불법유통)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Price-Zero, 즉 공짜 앞에서는 BM을 논하는게 의미가 없다. 해적판은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위협이기도 하다. 다만 해적판 범람 이슈은 넷플릭스의 Risk라기 보다는 산업의 Risk라는 점에서 이전의 논의와 범주 차이가 있다.




3. Supply Chain 협력업체와의 관계


넷플릭스는 다양한 사업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 협력관계는 콘텐츠 소싱부터 데이터 관리, 정산 등에 걸쳐 전 영역에 걸쳐있다. 그렇다 보니 협력업체의 관리 부실이나 거래 단절은 곧 넷플릭스의 Risk가 된다.

일명 'CPND'. 15년은 족히 된 오래된 IT 업계의 가치사슬 분류 개념지만 여전히 업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에는 효과적하다.


Supply Chain Risk를 협력 관계별로 나열해보았다.


콘텐츠 공급 중단 가능

: 콘텐츠 저작권자가 콘텐츠 공급을 거부하거나 감내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할 경우 사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처럼 콘텐츠 제작자가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가 많아질수록 콘텐츠 수급은 불안정해진다. 극단적으로 공급업자가 콘텐츠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다. 최근 음원 CMO(Collection Managment Organization)인 유니버셜 뮤직이 음원 서비스 'Flo'에 음원 공급을 중단했던 사례가 그 예다.("SK텔레콤 음원 ‘플로’ 출범 초부터 호된 신고식"_'19.6.9)


아마존 AWS와의 거래

: 넷플릭스는 서비스를 제공을 위해 아마존 AWS를 이용한다. 아마존 AWS는 전환비용 등 관계의 특성상 쉽게 다른 클라우드 사업자로 대체될 수 없다. 그러므로 아마존 AWS의 솔루션이나 인터페이스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넷플릭스 서비스에 직접적인 문제가 야기된다.

아마존이 최근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아마존이 고의적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퀄러티를 저해하여 넷플릭스를 방해하지는 않을것이라고 믿고 있다.


Billing 대행업자의 관리 부실

: 넷플릭스는 신용카드, 키프트카드, 선불카드, Direct Card, 온라인 지갑 등 다양한 billing 수단을 제공하는데 정산은 Billing업체가 대행해주고 있다. 만약 Billing업체에 Billing 사기나 관리 실패 등이 발생할 경우 넷플릭스에 피해가 발생한다. 넷플릭스는 Billing 관련한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지 않기에 피해는 직접적인 타격이다.


Device 제조업체의 제품 Update 지원 미비

: 넷플릭스 가입자는 TV, DVD플레이어, 셋톱박스, 휴대폰 등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이용한다. 문제는 넷플릭스가입자가 원할하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Device 제조업체가 S/W 및 H/W 를 꾸준히 update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Device update가 부실하여 넷플릭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경우 고객 불만은 넷플릭스로 향하게 될 것이다.




4. 규제 Risk, 특히 망중립


사업에서 규제는 모든 사업자가 직면하는 Risk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모든 정부에서 강하게 통제하는 분야인 미디어에서 사업을 한다는 점에서 Risk가 일반 사업자보다는 더 크다. 규제의 영역은 포괄적이고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Tax 이슈처럼 글로벌 사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이다. 예를 들어 최근 유럽은 법인이 권역밖에 있더라고 유럽내에서 사업을 하면 과세를 하려 하는데 당연히 넷플릭스도 영향을 받는다.


넷플릭스가 보다 관심을 갖는 규제는 망중립성 이슈이다. 사실 망중립성은 이미 상당히 오랫동안 논의되고 있는 주제이며 여전히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과거 오마바 정부 시절 유지되었던 망중립성*이 최근 트럼프 정부에서는 폐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만 봐도 망중립성 논쟁은 여전히 살아있다. 전통적으로 유럽은 망중립성 완화 쪽에 가까운데 만약 미국이 폐기쪽으로 전환될 경우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망중립성 폐기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넷플릭스는 네트워크 망 제공업자(=통신사 등)에게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상당한 재무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


* 일반 고객이 통신 요금 이용료를 납부하는 상황에서 구글, 넷플릭스 등의 서비스업체들도 네트워크 망을 이용하는 대가를 부담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쟁




5. 개인정보 활용 제한 및 유출 Risk


개인정보 Risk도 사실 대부분의 기업에 해당하는 이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콘텐츠의 추천하기 위해 고객정보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Risk가 더 크다. 적극적으로 고객정보를 활용하는 기업이었던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유출로 크게 곤란을 겪었던 점을 보면 개인정보 사안의 중대성을 짐작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뿐만 아니라 최근 각국 정부가 개인정보의 확보, 이전, 사용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는 상황도 넷플릭스에는 Risk가 된다.  

(개인정보는...규제하기만 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무작정 풀어줘도 안된다는 점에서 참 어려운 듯 하다)




넷플릭스가 연차보고서에서 공개하는 Risk에는 넷플릭스에만 해당되는 Risk도 있고 OTT 사업자 전체에 적용되는 Risk도 있다. 장기 고정 콘텐츠 계약은 넷플릭스의 독특한 사업방식이고 이는 넷플릭스의 경쟁력이자 약점이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는 고질적인 현금부족을 겪기도 한다. (물론 주가는 다르다^^)


Supply Chain Risk도 사업자별 동일한 상황은 아니다. 통신사는 통산 데이터 센터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통신과금 시스템을 이용해 과금도 직접 한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보다 Risk가 적다. 물론 전문업체의 클라우드, Billing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직접 운영할때보다 Risk가 적을 수도 있다. 다만 직접 할경우 협력업체와의 관계로 인한 Risk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진다.


반면 규제이슈나 해적물 유통은 OTT 사업자 모두 공통으로 직면하는 Risk다. (게임의 룰, 경쟁의 관점에서는 Risk는 아니다) 만약 이와 관련한 변동이 생기면 관련 주식 전체가 상승할 것이다. 이 관점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미중 무역 협상이 중국의 지재권 관리에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 해적물 유통이 줄면서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한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넷플릭스의 약점이 국산 OTT의 사업 전략에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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