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의 조지타운은 영국 국왕 조지 3세의 이름을 딴 도시다. 페낭 섬은 말레이 북서쪽 끄다(Kedah) 술탄국의 일부였단다. 술탄이 페낭을 찾아 여가와 사냥을 즐겼다는 기록이 있단다. 조지타운은 페낭 북동부 해안의 작은 어촌 마을이었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프랜시스 라이트가 끄다 술탄과 협상해 페낭 섬을 영국의 기지로 삼기로 합의한 해는 1786년이었다. 자유무역항으로 선포된 조지타운 말라카 해협을 오가는 선박들이 세금 부담 없이 화물을 싣고 내릴 수 있는 거점이 되었다. 1786년은 한국 천주교가 실질적으로 시작된 해다. 이승훈(李承薰)이 중국에서 천주교(가톨릭)를 받아들인 후, 조선에서 독자적인 교회를 조직하기로 결정하고, 권일신(權日身), 정약전(丁若銓), 최창현(崔昌顯), 유항검(柳恒儉), 이존창(李存昌) 등 10명을 신부로 임명해 한국 최초의 천주교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조지타운을 동서양 교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영국, 중국, 인도, 아랍, 말레이 등 다양한 상인과 이주민이 모여들었고, 향료, ,주석, 설탕, 차 등이 거래되었다. 기독교 교회, 이슬람 모스크, 불교, 도교 사원, 힌두교 사원 등 다양한 종교 시설이 밀집해 있으며 각 민족의 전통 주택과 상업건물이 혼재해 있다. 영국 식민지 시대 관청, 은행, 항구 시설과 함께 중국 싱인들의 샵하우스, 인도, 말레이 전통 주택, 다양한 종교 건축물이 보존된 도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지타운은 2008년에 ‘말라카 해협의 역사 도시들‘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18세기 이후 동서양 교역의 중심지로서 다양한 인종, 문화, 건축이 공존하는 독특한 역사 도시라는 이유였다.
조지타운에 세 번 갔다. 여행을 가면 시장에 가길 좋아한다. 어제는 조지타운의 한 벼룩 시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제법 많은 나라의 제법 많은 벼룩 시장을 다녔다. 어제 벼룩 시장이 가장 좋았다. 물건 때문도, 음식 때문도 아니었다. 공연과 휴식공간 때문이었다. 벼룩시장 옆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 의자들이 놓여 있었고, 그 앞 조그만 무대에서 한 말레이 청년이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오전 내내 혼자서.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면 그럴 수 있을까? 많은 곳을 다녔지만 이렇게까지 시장을 찾는 사람을 생각하는 공간을 경험한 기억이 없다. 그늘 속 의자에 앉아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마음을 담아 부르는 노래까지 공짜로 들었다. 수많은 이질적 문화들이 섞인 문화의 용광로라는 전통 때문일까? 상업화 되지 않은 고상한 문화를 느꼈다. 오늘도 조지타운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