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까지 멈추었던 브런치...
브런치를 시작한 2019년은 영화에 대한 애정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었다.
고등학생 때 영화감상과 수집에 빠졌고, 대학교 때도 매니아라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매니어에 대한 스스로의 척도는 사람들에 내게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묻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새롭게 알게 되는 사람들은 내가 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알기 어려웠고, 나의 대화 소재에서 늘 밀려났다. 그러다보니 나 또한 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취업 이전의 사람들이 내게 영화를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내 머릿속 아카이브는 2000년대 영화에 머물러 있었다.
이게 어느 날은 꽤나 충격이었다. 숱하게 쏟아나온 좋은 영화나 감독을 이제 더 이상은 모른다는 사실이, 더 이상은 취미에 영화를 언급하기에 스스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그래서 2018년부터 영화를 강박적으로 보았고, 왓챠를 구독했고, 인스타에 영화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 네 다섯 줄로 시작했던 리뉴는 점점 20줄, 20줄로 늘어났고, 이미지 중심의 편집에서 글 중심으로 무게가 옮겨갔다. 더군다가 비슷비슷한 리뷰어들 사시에서 인스타에 대한 회의감이 시작되었고 브런치를 추천 받았다.
인스타에서 나름 길게 적었던 리뷰들을 가다듬고, 당시 혼란스러웠던 직장생활의 고민들을 정리해가며, 2019년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동력이 끊겼다. 작가가 되어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