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사유하는 숭고해진 장난감들의 코믹 공포 성장 활극”
여러 모로 박수가 나오는 명작! 먼저 액션, 코믹, 멜로, 공포, 성장, 로드, 우정 모든 장르를 풍족하게 채워주고 있다.
돋보이는 건 공포. 개비개비를 지키는 벤슨과 친구들은 불쾌한 골짜기의 정수인 얼굴과 표정, 좀비 이상으로 뒤틀린 몸동작, 공포 특유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영화관에 비명을 안겨준다. (영화에 절대악은 없지만 절대 공포는 있다.) 액션도 한층 업그레이드되어 전작들은 우연과 실수가 겸비된 좌충우돌 활극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보를 중심으로 계획적인 케이퍼 무비의 팀워크 기반의 액션을 선사한다.
멜로도 단순하게 뾰로롱 하고 성사되는 감초 역할 이상으로 오프닝과 엔딩을 관통하는 큰 성장의 밑거름으로 역할하며, 갈등과 이별을 기반으로 절절함을 갖춘 정통 멜로의 공식을 갖췄다. 우디와 보가 앞선 장르를 커버하는 동안 코믹은 이름 모를 두 인형의 등장과 본진의 기존 장난감들이 제 역할을 해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영화는 최고의 성장영화다. 전작들이 장난감이라는 역할의 필연적인 질투와 우정, 이별 등을 다뤄왔다면, 이제는 장난감이 장난감이라는 역할을 떠나 어떤 삶, 어떤 역할로 살아갈 것인가 하는 그들의 선택에 집중한다. 장난감의 필연적 상황을 받아들이는 반응형 성장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선택형 성장이다. 특히 우디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난감 군상을 보여줌으로써 주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먼저 보는 인간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고, 본인의 세력과 시스템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끝끝내 사랑(우디)을 쟁취한다. 가장 어렵지만 가장 혁신적이고 인간이라면 가장 이상적으로 보이는 장난감의 개척자이자 리더이다. 그러나 또 그 반대편에선 장난감의 이상향을 추구하는 선택의 가치를 개비개비가 보여준다. 주인의 선택을 받기 위한 처절함이 보와는 완전 반대이지만, 그 모습이 어리석거나 추하지 않고 일종의 숭고미까지 느껴지는 건 스스로 선택한 길이기 때문이다.
가장 재밌는 건 포키다. 포키는 스스로를 장난감이길 거부하는 반동분자였으나, 자신이 인간에게 포근함과 따스함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스스로 인간에게 그런 존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쿠키영상에서 등장한 또 다른 쓰레기 장난감에게도 아름다운 존재로서의 장난감을 설파한다. 즉, 인간으로부터 창조되었으나 그를 주인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 자신이 인간을 돌봐주겠다는 선택을 한 어찌 보면 가장 주체적인 신인류(?)이다.
그 외에도 주인에게 종속되기는 싫지만 주인을 찾는 장난감들을 돕는 것에서 존재의 가치를 찾은 두 콤비 인형(손 붙어 다니는 애들)이도 있고, 가장 기본적인 장난감의 역할을 수행하는 버즈와 보니의 장난감들도 여전하다. 그리고 골동품 가게 어딘 가에 숨어 그들만의 클럽에서 노는, 마치 속세를 떠난 자유민들과 같은 장난감들도 있다.
우디는 이 여러 군상들을 순차적으로 이해하고 동화되었다가 결국 보핍에게 떠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소리 장치를 개비개비에게 넘겨주는 장면은 결국 보핍에게로 갈 것임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손잡이를 제거해 이제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리 나는 기능이 없어진 것이 자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주고, 그 장면이 그다지 슬프게 연출되지 않은 건 고민은 했으나 그게 우디의 선택이고 주인이 없는 건 이제 더 이상 슬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영화를 보고 나면 너무나 다양하고 다른 삶을 사는 장난감들이 머릿속에 남으며,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할지로 생각이 뻗어나가게 된다. 완결형 구조에서 오리려 확장형 구조로 업그레이드된 4편을 보며, 정말 장난감으로 시작해 이제 로봇이 던지는 존재론으로까지 확대될 법한 가능성을 보여준 제작진과 장난감들에 박수를 보낸다.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상이 아닌, 작품상을 노릴 만하다.
개인적으로 5편에서는 장난감을 만드는 로봇과 생산기지인 공장, 휴대폰 속 장난감(?)과 같은 사상의 장난감 등 더 혼란스러운 장난감 생태계를 포괄하는 SF 대작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