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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링스 Nov 30. 2021

삶의 냉혹함의 원천, 미스테리

주인없는 폭력과 공포를 소재로

★★★★★


다 보고 나니 머리가 띵하다. 영화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아… 이건 해결이고 뭐고 그냥 덥힐 이야기구나.’라고 머리를 스치면서, 하네케 감독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미스테리를 섣불리 풀어버리고 싶었던 그 생각들이, 이 흑백으로 흐릿한 기억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그리고 심지어 그 모든 이야기에서 벗어나 한참을 살던 사람인 교사의 흐릿하고 부정확한 기억일 뿐이라는 사실에, 난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이것은 이미 종결난 미스테리 그 자체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가 폭력을 배우는 폭력적인 과정과 미스테리 속에서도 살아가는 냉혹함에 대한 것이다. A하니까 B하고, 그래서 C가 됐어 같은 정리된 사람과 삶들이 아니다. 어디서든 뭔가가 터지고 있고 그 터진 것들이 어디론가 숨었다가, 어떤 것은 그대로 사라지고, 어떤 것은 회피하고, 어떤 것들이 터질 뿐이다. 그러나 그 터짐이 어디서 왔는지는 스스로는 기억할지 몰라도 사회는 잊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주인없은(출처없는) 폭력과 공포는 사회 전체가 고스란히 안고 가야할 책임이 된다. 그리고 그 폭력과 공포라는 두려움과 불안함에 또 다른 폭력과 공포가 생산된다. 


주인없는 폭력과 공포, 그걸 다루기 위해 발생한 폭력과 공포는 또 주인이 없다. 이 작업을 몇 번 반복하면 맹목적인 폭력과 공포와 공존하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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