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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변주가 계속되긴 했지만 엔딩으로 갈수록 진짜 감독이 웃긴 것 같아서 진짜 웃음도 나오고, 어디 한 번 더 해봐, 어떻게 마무리 하나 보자 하는 생각으로 재밌게 봤다. 오스카의 귀가, 셀린의 귀가, 자동차의 대화 이 모든 게 이 감독의 장난인 걸 깨닫고 웃으며 끝나게 됐다.
영화 내적(또 한 단계 더 내적) 이야기는 강도를 높여가며 연기와 삶을 혼동스럽게 하며 생각거릴 던지는 것 같지만 그냥 내내 같은 걸 보고 있을 뿐이다. 이 같은 것이란 건 레오 까락스라는 웃긴 사람의 장난질 같은 이 ‘홀리 모터스’ 영화다. 차가 말을 하든, 침팬지가 아내와 딸이든, 오스카씨의 진짜 정체가 뭐든 아무 상관 없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나와서 지구가 멸망하든 모두 다 죽든 뭔 상관인가. 우린 이거 다 보면 그냥 별점 매기고 잊어버릴 것을. 그저 많았던 레오 까락스가 짜고 드니 라방이 춤춘 일부의 순간 중의 하나이다.
그러니 오스카 씨가 여러 개의 인생을 겨우 연기 한 것 같긴 하지만 사실 오스카씨는 무슨.. 드니 라방일 뿐이다. 사실 그가 배우로서 데뷔한 순간부터 우린 한 순간도 진짜 드니 라방은 본 적도 없다. 레오 까락스가 포장해서 선물한 드니 라방 말고, 아무개 라방의 아들인 드니 라방의 원래 말투나 생각은 애초에 들을 수도 없었고, 우린 본 적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라방이 연기하는 오스카씨, 그 오스카씨가 연기하는 여러 캐릭터들에 몰입하다가도 ‘아차, 이거 연기지?’라고 인지하는 순간에도 우린 ‘아차, 그 연기하는 것도 연기지?’라고 이중으로 메타인지를 해야만 한다. 영화에 익숙할 수록 그게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게 킹받는데 또 그래서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포인트다.
결국 이 영화에서 드니 라방은 오스카라는 캐릭터를 통해 그가 마치 배우인 스스로에 대해 자각하는 것처럼, 스스로의 배우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처럼, 그래서 이 영화가 마치 드니 라방의 고뇌담긴 자서전인 것처럼 보이다가도 결국엔 레오 까락스가 조종하고 있다는 걸 다시 또 깨닫게 되면서 ‘참 웃긴 감독이야’하는 수 밖에 없고, ‘영화와 배우와 관객을 아주 제멋대로 가지고 노는구만’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사실 우리는 이 영화가 이상하다고 하지만, 배우에게는 그의 삶이 이상한 것이었다. 그리고 자기의 삶이 이상하다는 말조차도 가짜인 영화로 던져질 수 밖에 없었다.
실험영화도 예술영화도 아닌 개념영화라고 해야할까. 도발적인 질문 그 자체를 두 시간 동안 별별 요소를 다 집어넣고 자사도 열심히 써서 만든 것도 생각해보면 열받고(킹받고) 또 웃긴 것 같다.
*중간에 보강씨를 연기하며 호텔로 갈 때, 차 안에서 잡힌 앵글로 문을 닫고 걸어가는 보강씨(오스카(라방(까락스의 광대)))를 보여주며 차문이 닫히며 사운드가 다 꺼져 조용해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음 연기하러 떠난 배우의 텅 비어버린 마음같다고 할까.(근데 그것도 배우가 아닌 감독 까락스의 설정….)
*카일리 미노그를 배우로 쓰면서 다른 배우한테 카일리 미노그 이름을 붙인 것도, 10대 파티에 언제쩍 카일리 미노그 히트곡을 쓰는 지도, 모두 아찔하게 열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