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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링스 Feb 15. 2021

우아한 재스민의 동정과 냉정 사이

블루 재스민 (2013)

입양된 자넷은 재스민으로 개명한 후 부자(이자 사기꾼...)인 할을 만나 자신의 과거를 지운다. 이 과거엔 다른 곳으로 입양된 여동생 진저도 포함이다. 그러다 할의 바람으로 인해 스스로 현재가 다 무너진다. 그리고 부자였던 현재는 과거가 된다. 그리고 다시 현재, 잊었던 진저에게 돌아가 과거가 현재가 된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를 잊지 못한다. 끊임없는 플래시백과 독백, 현재를 살지 못한다. 잠시나마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과거로 만드려 했지만 지나친 과거부정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다 잡은 미래를 놓치게 되었을 때 진저의 전남편 오기는 재스민에게 어떤 사람들은 과거를 잊지 못한하고 말한다. 하지만 재스민 역시 과거는 잊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씬들의 대사와 연기, 연출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보는 내내 쓴웃음과 또 그만큼 몰입을 이끌어냈다. 인물들에 대해 일일이 평가하거나 분석하기보단 그냥 정말 너무 우리네 삶을 보는 것 같아서 짠하기도 하고 잘되길 바라기도 하고 온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재스민이 부족하든 현실감각이 없든 뭐라든 그녀를 미워할 사람이 있을까? 또 반대로 그렇다고 그녀를 품어줄 사람이 있을까? 지켜볼 땐 감정이입 실컷해 마음을 쓰지만, 끝나버리면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네 삶으로 돌아가는 영화관객처럼. 그저 소비되는 슬픈 현실을 다룬 영화처럼 세상은 차갑고 냉정하다.

캐스팅이 완벽하다. 밑바닥부터 꼭대기까지의 모든 얼굴이 필요한 연기인데 모든 얼굴에 우아한이 깃들어 있다. 사실 그래서 그녀의 허영심마저도 수긍하게 된다. 그냥 우아하기만 한 역할을 했을 때보다 진흙탕에 뒹구는 우아함이 더욱 빛이난다. 그에 반해 너무나도 촌스러움을 자연스레 몸으로 얼굴로 보여주는 샐리호킨스도 역할로서 빛난다. 기름진 사업가 알렉볼드윈과 블루워커의 검고 거칠고 순수한 눈을 가진 바비 카나베일까지캐릭터의 완벽환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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