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보이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행복은 여기에 있어

by 오리엘

독서를 좋아해 한 달에 한두 번씩 도서관에 가서 책을 잔뜩 빌려온다. 균형 있게 책을 읽으려고 해서 두세 권은 소설이나 에세이, 한 권 정도는 철학이나 심리학 서적, 나머지는 비문학 서적을 고르고는 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한 권이 더 추가되었다. 바로 새와 관련된 책이다.


종류도 다양하다. 탐조가 취미인 사람이 쓴 에세이부터 전문가가 쓴 조류 설명서, 평생 조류학자로 사신 교수님의 자서전, 조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생물 관찰기, 탐조 동호회 활동을 적은 해외서적과 새 도감까지. 소설도 새와 관련된 내용이면 괜히 한 번 더 눈이 간다.


새를 좋아하게 되면서 내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출근하기 위해 6시 반에 기상하며 인상을 잔뜩 찌푸리던 나는, 이제 아침마다 유독 활발한 새들의 소리가 창밖으로 들린다는 것을 깨닫고 기분 좋게 잠을 깬다. 시끄러운 소리는 역시나 직박구리다. 서울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새인 줄 이전에는 몰랐다. 이제는 소리만 들어도 직박구리인 것을 아니까 왕초보는 벗어났다고 생각해 본다(아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목적지를 향해 서둘러 걸어 다니던 나의 출퇴근길도 달라졌다. 이제 비둘기라도 지나가면 발걸음을 멈추고 새를 본다. 저 비둘기는 뭘 하고 있는 거지, 큰부리까마귀가 이 근처에 많이 보이네, 까치가 바쁘구나. 여기도 직박구리가 있네 등등. 귓구멍에서 이어폰을 빼지 않고 길을 다니던 버릇도 탐조를 시작하고 조금 고쳤다. 야외에 가면 이어폰을 빼고 귀를 쫑긋 세운다. 혹여 새소리가 들리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다.


KakaoTalk_20250922_225542686_05.jpg 출근길에 만난 큰부리까마귀들, 최대 15마리까지 한 번에 목격한 적도 있다 ⓒ오리엘


탐조는 내 삶을 전반적으로 느긋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새를 보고 듣기 위해 멈춰 서는 그 순간들이, 나 자신을 수용하는 범위까지 확장시켰기 때문일 테다. 새를 사랑하면서 나를 사랑하고, 결국은 이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을 매일매일 느낀다. 이런 사랑스러운 세상이라면 이전보다 조금 살만한 것 같다고, 나아가 새들을 생각하며 이 세상을 더 살만하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해 본다.


브런치북 <나의 탐조 입문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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