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 나는 새를 본다

나는 왜 우울할 때 새를 보러 갈까

by 오리엘

회사에서 일하다가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다. 구석에 짱박혀서 네이처링에 들어갔다. 네이처링은 자연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전국 각지에 있는 사람들이 여러 생물을 관찰한 사진을 업로드한다. 당연히 새 사진도 엄청 많다.


사람들이 올린 멋지고 귀여운 새 사진을 실컷 보고 나니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귀여운 사진은 동생한테 카톡으로 보냈다. 동생이 '회사에서 무슨 새 사진을 보내'라길래 나는 '우울해서 보는 거야, 사진을 보면 마음이 좀 평안해지거든'이라고 답했다.


KakaoTalk_20251024_225543237.jpg 안양천에서 만난 귀여운 까치 ⓒ오리엘


진짜 걱정 고민이 있을 때 새 사진만 봐도 기분이 좀 괜찮아졌다. 그건 아마 실제 탐조에서 겪었던 깊은 감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인 것 같다.


주말에 해소되지 않는 걱정 고민이 있으면 해 질 녘 집 앞 안양천으로 탐조를 나갔다. 걷다가 멈춰서 쌍안경으로 쇠백로를 보고, 또 한참 걷다가 멈춰서 쌍안경으로 해오라기를 보다 보면 어느새 내 걱정은 새들이 대신 갖고 훨훨 날아가 버린 것만 같았다.


탐조를 하며 기분이 금방 좋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집중'의 순간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쌍안경을 두 눈에 대고 새를 보면서 집중하다 보면, 쌍안경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숨을 쉬게 된다. 세상이 멈추고, 내 호흡소리만 들린다. 지금 세상에 오직 나와 새만 존재하는 듯했다. 그건 마치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나는 20대 중반에 우울증과 고군분투하다가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다. 3년 동안 공부하던 고시 생활을 정리하고 취업을 했을 때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좀 귀엽기도 하지만,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 나이가 되어서야 알게 된 것이다.


당시 우울증을 극복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명상이었다. 우리는 현재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불안해지는데, 명상은 꽤나 효과적인 도구였다. 명상은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현재에 존재하게끔 도와주었다. 방법도 간단했다. 그저 자리에 앉아서 나의 호흡에 집중하면 되었다.


뒤늦게 시작한 탐조라는 취미에서 20대의 내가 시작했던 명상과의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다.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내가 마침내 새를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251024_225624365.jpg 출근길에 만난 직박구리들 ⓒ오리엘


자연 속에서 힘차게 살아나가는 새들을 바라보며, 나는 가장 불안하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순간에도 '지금, 여기'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우울할 때 나는 새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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