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2008년 스물 셋, 중학교 교사 임용.
2020년 서른다섯, 12년차 고등학교 교사. 현재 건강상의 이유로 병휴직 중
병휴직을 쓴지 일년이 넘어간다. 어제 나는 졸업한 제자 강현이와 카톡을 하다가 2학기에도 복직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나아져서 학교에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식의 반응을 기대했는데 강현이가 갑자기 복직을 평생 못할 것 같다고 답하여 놀랐다.
나 올해는 복직 못하지 싶은데
평생 못하죠.
매번 복직을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단 차라리 깔끔하게 포기하는 편이 내 마음에 여유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강현이는 나처럼 섬유근육통을 갖고 있고 이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다른 모든 이는 내게 빨리 나아서 복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냥 놓으라는 이야기는 참으로 그 아이만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사실 꽤 놀랐다. 공무원, 소위 철밥통. 교사를 그만두라는 소리는, 정말 쉽사리 들을 수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근 몇 달 사이 나는 꽤 여러 곳에서 그런 말들을 들었다.
나의 직업 방황과, 통증과의 사투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두 지켜본 유 원장님은 통증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변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아주 분명하게 단 한 가지라고 하셨다.
그게 뭔가요?
***씨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입니다.
나는 그저 통증이 없기만 하면 다른 건 더 이상 원할 것이 없다고 했지만, 원장님은 내가 원하는 대로 살게 되면 통증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아리송한 말씀을 하셨다. ‘저 지금 쉬면서 제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데도 아파요.’ 내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라며 매번 수수께끼 같은 물음표만 남기시더니 지난 번 진료에선 일을 그만두는 것도 고려해보라고 하셨다.
일을요? (매우 놀람)
***씨는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치만 다 싫진 않아요. 직업이 없는 삶을 고려해본 적도 없어요.
하지만 몸이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섬유근육통까지 준 일을 꼭 해야만 할까요?
유 원장님보다 먼저 나의 견고한 철밥통 세계관을 깬 것은 교감선생님이었다. 몇 달 전 내가 휴직 서류를 내러 갔을 때 그가 내게 말했다.
자기, 계속 이러면 교사 못해.
그의 요지는, 동일 질병으로 2년까지만 병휴직을 쓸 수 있으며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교육청에서 권고사직을 명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미 교육공무원 복무지침을 닳도록 읽어 외우다시피 한 내용이었고, 작년과 올해 진단서 상 나의 병명은 달랐다. (아픈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2년이 되지 않는다는 걸 그도 알았을텐데 왜 내게 권고사직 이야기를 꺼냈을까. 미리 유의하라는 것이었는지, 잦은 휴직으로 학교에 민폐를 끼치는 나를 학교 밖으로 영영 내보내고 싶은 학교 측의 진심이 은연중에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찌되었든 범죄만 저지르지 않으면 절대 깨어지지 않는 강철인 줄 알았던 내 밥그릇이 한 순간 그렇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나는 휴직 상태이면서도 그 권고사직이라는 말이 가슴에 박혀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올 4월부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통증을 복기하며 2018년부터 시작된 섬유근육통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보인다. 언제 나의 통증이 악화되었는지. 통증이라는 타이틀의 영화가 언제 슬로우모션으로 흘러갔는지. 그것은 모두 2월이었다. 2월. 새 학기를 앞두고 스트레스와 부담감에 괴로워 어쩔 줄 모르던 시기. 첫 해부터 작년 휴직 전까지 매 해 그랬고, 경력이 쌓이면 조금 여유가 생길까 싶었지만 교사 생활을 할수록 오히려 트라우마가 쌓여갔기에 경력이나 연륜 같은 단어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트라우마 : 과거 경험했던 위기,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섬유근육통, 그리고 매 해 2월이면 악화되는 통증. 통증이 시작되기 이전 이미 수없이 축적된 나의 트라우마. 수많은 밤과 나의 일기와 노래들. 어쩌면, 이제는 정말 멈춰 서서 생각이라는 것을 해봐야 할 때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플 때, 아마도 오직 아플 때만, 우리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아서 프랭크 《아픈 몸을 살다》
‘통증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평생 못하죠.’
‘자기 이러면 교사 못 해.’
그렇다면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나는 글을 쓰고 알아내어, 끝내 용감해질 것이다.
써야 알고 알아야 나아지고 나아지면 좋아지고 좋아지면 안심한다.
은유 《쓰기의 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