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교사가 적성에 맞았어

너희와 함께 했을 때

by 물고기

2014년은 행복한 해였어. 처음으로 음악과 교사 일 두 가지를 함께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 선생님들은 맞는 아이들이라는 게 있다고 말하곤 했는데, 난 7년이 걸렸어. 나와 맞는 아이들을 만나게 된 거였어. 너희가 처음이었어. 7년에 한 번 나와 맞는 아이들을 만나는 확률이라면 이 일을 계속할 수도 있을까, 생각해보던 때였어.


난 아직도 나의 행복했던 모습이 그리울 때면 그해 봄 교실에서 찍었던 즉흥곡 영상을 봐. 기타를 찾아오면 노래를 불러주겠다고 했더니 너희가 쉬는 시간에 온 학교를 뒤져 통기타 하나를 들고 온 날이었지. 난 이런저런 노래를 불렀고 이젠 부를 노래가 없다고 말했던 것 같아. 난 그땐 노래가 그리 많지 않았거든. 그랬더니 너희가 아무거나 불러달라고 해서 난 즉흥곡을 부르기 시작했어. 맞아, 가사도 멜로디도 모두 그때 바로 만들었던 거야. 자칫 그대로 사라져 버릴 수도 있던 순간을 찍어줘서 고마워. 덕분에 나는 가장 행복했던 때의 내 모습을 기억할 수 있게 됐어. 나는 너희 모두가 본 것보다 더 많이 그 영상을 봤어. 그때 내 모습은 너무 행복해서 가끔 눈물이 날 것 같아.




누가 나에게 교사 일이 너무 싫었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적어도 그 해엔 난 그 일이 싫었던 적이 없어. 너희를 만나고 너희를 위해서 노래를 만들어 부를 수도 있어서 더없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난 그때 분명 행복했어.


그러니 내가 교사 일을 그저 너무 싫어해서 그만뒀다고 하면 그건 너무 평면적인 말일 거야. 난 너희와 함께였던 2014년엔 단 한 번도 학교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안타깝게도 그해를 제외한 모든 해엔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담고 살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로 나와 교사 일의 관계를 설명할 순 없다고 생각해. 겨우 그 한 마디가 내 모든 시간의 결론이라면 우리가 같이 보냈던 이천십사 년은 거짓말이 되는 거니까.


절대 실현될 수 없었던 가정을 하나 말해줄게. 너희와 같은 아이들만 만날 수 있다면 나는 교사 일을 평생 했을 거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 난 너희를 보내고 조금 더 지난 후에 결국 교사를 그만두었어.


내가 항상 함께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사람들만 만날 순 없었던 거야. 너희를 만나기 전에도 나는 많이 울거나 분노했었고, 너희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많이 울었어. 학교에선 같이 노래할 수 있는 사람만을 만날 수는 없다는 걸 알았어. 언제고 울거나 상처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고 난 그런 것들을 결국 견디지 못했어. 나이가 들고 전보다 철이 들었으니 머리로는 분명히 견디고 있었는데, 내 몸이 견디지 못했어. 마음의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어 몸이 아파버린 사람의 이야길 혹시 들어본 적이 있니? 내가 그랬어.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년에 학교를 완전히 그만뒀어.


정말 힘들었던 해도 있었지만 너희와 함께 했던 2014년만 생각하면 나는 교사가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고만 말하고 싶진 않아. 교사는 말하자면 내 적성에 맞을 확률이 있었던 일인 거야. 주변 환경이 평화롭다는 가정 하에. 너희와 함께 할 땐 해피했던 것처럼 그런 환경만 주어지면 교사는 내 적성에 맞는 일이었어. 내가 만나는 환경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지. 그게 내가 결국 일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스물셋 첫 시작 때부터 나를 할퀴곤 했던 내 직업이 나를 충만하게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아이들아, 나는 너희에게 지금도 고마워. 아마 내가 기억을 잃는 날까지 평생 고마워할 거야. 너희 덕분에 너무 아픈 기억만 남기지 않게 돼서, 따뜻한 마음을 가득 받고 넘치듯 줄 수도 있어서, 그래서 미련보단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난 학교를 그만둔 일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 내가 아직 학교에 있고 세상을 버틸 수 있었던 때, 너희를 만났던 것에 감사해.


이젠 너희가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고 있겠지? 난 너희가 나이를 먹는 동안에 나도 착실히 나이를 먹어 너희에게 세상에 대한 이야길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도 좋아. 너희에 관한 거라면 뭐든 다 좋아.


나의 퇴직을 1년,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시간 늦춰줬던 2014년의 여중 3학년 1반 아이들아, 사랑해.


2014.6월 교실에서 즉흥곡/한 인디 잡지에 기고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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