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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Nov 29. 2022

[은미,채아] 숨겨놓은 딸, 출생의 비밀을 고백했다-2

출생의 비밀

※ 문자피싱 특집

1. [대견한] 민성이가 놀라운 문자를 보내왔다-1 

2. [은미,채아] 숨겨놓은 딸, 출생의 비밀을 고백했다-2  ( 현재 글 )

3. [문자피싱] 성미야. 계좌번호 불러봐-3



 1. 숨겨놓은 딸 은미 ( 2021.7.22 )


  띵~동♪ 문자가 도착했다. 다짜고짜 반말이었다. 나 반말 싫어해.

  "아빠 폰 고장 나서 서비스 맡기고 인터넷 문자로 하고 있어 부탁할 것 있어 문자 줘"

  "폰 고장 났구나" 내가 답장을 보냈다.


  "엉 아빠 나 부탁 하나만 아빠 나 온라인 쿠폰 환불받아야 하는데 폰 때문에 인증을 못 받고 있어 아빠가 인증 좀 받아줄 수 있어?"


   잠깐 생각을 했다. 딸로 할까 아들로 할까. 내겐 딸이 없으니, 이 기회에 숨겨놓은 딸 하나 만들자. 은미가 어떨까. 


  "어떻게 하는지 몰라. 은미야" 

  "아빠 민증사진 하고 신용카드 앞뒤면 사진 찍어서 보내줘 내가 이쪽에서 한 번 해볼게. 아빠는 인증번호만 확인해 주면 돼"


  기왕 딸을 만들 바에, 두 딸을 만들고 싶었다. 둘째는 은영이로 하자. 그럼 둘 중 누가 문자를 하는 거야?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고, 은미랑 대화할지 은영이랑 할지 결정해 보자구.


  "근데 은미니 은영이니?"

  "첫째 은미야 아빠" 

  대단하다. 은미가 맨 앞에 나오니, 첫째라고 대답을 했다. 그럼 넌 확실히 은미구나.


  "응 은미야 당황하지 말고 어떤 카드로?" 은미라고 불러주고 안심을 시켰다.

  "아빠 민증이랑 신용카드 앞뒷면 사진 찍어 보내줘" 


  이 녀석은 계속 자신의 목표만 말했다. 이런 딸년은 콕 쥐어박아 주고 싶었으나 참았다.


  이야기를 늘여가 봐야지. 음, 뭐가 좋을까. 그래 사랑이야. 나는 딸을 사랑하는 거야. 은미~ 나는 딸 바보야. 은미가 남친을 데려온다면 어떡하지? 결혼하겠다면 어떡하고. 결혼하지 말고 아빠랑 끝없이 살자고 하고 싶을 것 같은데...


  "은미야 아빠가 항상 사랑하는 거 알지?"

  "안됀다는 얘기네 아빠?"

 

  은미가 갑자기 실망하는 눈치였다. 실망하면 더 이상 대화를 안 할지도 몰라. 토라지면 어떡해. 나는 그런 상황이 두려웠다. 마음을 돌려야겠다.


  "아니 어떤 카드? 삼성 롯데 중." 녀석이 좋아할 만한 관심사로 다시 돌아갔다. 그럼 다시 대화를 하겠지?

  "롯데"


  안심한 은미를 향해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떻게 반응할지. 은미의 마음이 궁금했다.


  "아빠에게 화났어? 어제 소리쳐서 미안. 사랑해" 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아니야. 상황이 그렇게 된거구 나도 미안해 아빠. 부탁 들어줄 사람 생각해 봤는데 아빠뿐이었어"


  와우. '미안해 아빠' 끝에 아빠라는 말이 붙어 있네. 아빠라니. 부드럽고 달콤한 추임새 같은 말이었다. 게다가 아빠뿐이라니. 이런 말을 누가 해줄까. 역시 딸이 최고야.  


  나는 왜 화를 내며 소리쳤을까. 질투했었나? 평생 같이 살고픈 딸에게서 배신감을 느꼈던 것일까.


  "그래 어제 갑가지 남친과 여행 간다고 하니 화난 거야 미안해. 아빠 용서해 줄 거지?"

  "실은 아빠 화내는 거 보고 나도 안 가기로 했어. 지금 부산역 근처에 와 있어. 오늘 좀 늦게 아빠 보러 갈게. 용서까지는...."


  은미는 역시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남친하고 여행을 안 가겠다고 하다니. 이 걸 믿어야 할지. 내 마음이 왜 이리 오락가락하나. 나는 은미를 정말 아끼고 있는 거겠지.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과 사랑. 이 거면 뭐 다 되지 않을까. 기특한 은미에게 용돈을 두둑이 줘야겠다.

 

  "ㅇ 용돈으로 우리은행에 50만 원 넣을게"

  "아니야. 아빠. 나 돈 필요한 게 아니야"

  "아빠 사랑하니?" 나는 계속 사랑을 확인하려 했다. 찌질했다.


  은미는 한 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섭섭했다. 그리곤 계속 자신의 요구사항만 말했다. 속상했다.


  "보니까 오늘까지 환불 기한이었어. 그래서 급하게 환불하려는 거야. 그럼"

  "고마워. 은미밖에 없어. 엄마도 아빠 싫어하고 아빠 죽고 싶어" 


  아빠의 사정을 얘기했다. 아빠도 사람이다. 아빠는 외톨이다. 그러니 알아달라. 딸을 키운 보람이 무엇인가. 나는 딸을 사랑하고 싶었다.


  "나 환불 끝나고 아빠 보러 갈게 아빠. 술은 적게 마시고" 


  드디어 반가운 말 한마디. 아빠를 보러 온단다. 이럴 수가. 나를 보러 와? 은미가? 때 빼고 광내야겠다. 근데, 나는 술은 거의 안 마신다. 1년에 데운 술 5스푼 정도 마실까. 소주처럼 알코올 냄새나는 술엔 고개를 돌린다. 차라리 중국음식점의 45도 고량주가 낫다. 술이 코를 통과해 바로 하늘로 날아가니까.


"아빠에게 올 때 빽알 하나 사줄래? 고량주 아빠가 좋아하는 거 알지? 면허증이면 될까?"

 "보내줘 봐" 


  끝까지 버릇없는 말투였다. 아무리 예뻐도 교육은 시켜야지. 그래야 욕먹지 않고 사회생활 잘할 거야.


  마무리 멘트를 날렸다.

 "은미야. 미안한데. 급하게 나와서 지금 없네. 서초경찰서 지금 들어가서 보내줄게."

...

  은미도 잠수를 탔다.




ps 나는 경찰과 무관하다. 단지, 서초 경찰서 화장실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을 뿐...







2. 출생의 비밀, 채아 ( 2021.9.2 )


  띵~동♪ 문자가 도착했다. 반가운 문자였다. 마음이 밝아졌다. 오른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아빠 나 폰 액정 땜에 수리 맡기고 임시번호로 하고 있어 이 번호 저장하고 톡 추가해서 톡줘" (오후2:17)


  이 번엔 '폰 액정 수리'라고 좀 자세한 내용이 담겼다. 잠시 생각을 했다. 이 번엔 예쁜 이름을 지어줘야지. 내 딸이니까. 내 딸은 미인이니까. 얼굴도 마음도 천사 같은 채아~ 이름에 받침이 안 들어간다. 최아처럼 들린다. 최고로 아름다운 아이. 


  "채아니?"

  "ㅇㅇ 아빠 계단에서 폰 떨어뜨렸어 ㅠㅠ 액정 땜에 AS 맡기고 임시번호로 하는 거야 수리비용은 얼마 안돼 걱정 마 아빠 지금 바뻐?"  


  채아는 좀 자세한 얘기를 했다. '계단, 떨어뜨렸다, 액정을 수리한다' 음... 채아는 조금 섬세한 성격이구나. 채아와는 속 얘기를 좀 빨리 하고 싶었다.


  아빠인 나는 바로 사과를 했다. 미인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어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음, 맞아 우린 싸운 거야. 딸 채아와 싸웠지. 심한 말들이 오고 갔었지.


  "저런 그랬구나 

  어제 아빠가 너에게 미친년이라고 욕해서 미안해. 

  진심이 아니었어 용서해 줄 수 있니?"

  " 괜찮아 아빠 마음 나두이해해" 


  채아가 아빠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음. 그렇게 심한 욕을 했어도 이해한다니. 돈이 필요하면 딸은 이렇게 반응하는 걸까. 채아는 착한 마음씨를 가졌구나.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는 넓은 마음을 사용하고 있으니, 채아에게 이젠 말을 해도 되겠다.


  나는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말을 하고 싶었다. 채아는 이해심이 깊어. 이제 성인이 되었고, 모든 걸 이해할 나이이기도 하니 떨리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던지고 싶었다. 채아가 이해해 줄까. 아빠를 아빠로 사랑해 줄 수 있을까.

 

  "사실 넌 내 딸이 아니고 

  네 엄마가 바람 펴서 태어났거든. 

  그걸 비밀로 하기 힘들었어"

  "용서 못할 것 같아" 


  허거덕. 내가 착각했다. 내가 욕한 것은 이해하지만, 자신의 가족관계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아닌 엄마의 과거사에 충격을 받았나 보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괜히 꺼냈나. 채아 마음에 큰 상처를 주었구나. 또 용서를 구해야 하나?


  좀 더 강한 용서를 구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 나를 고백했다.

  

  "그래 그럼 어떡해야 하지? 

  엄마를 용서하기도 힘들고, 

  죄 없는 채아에게 손찌검하고~ 

  정말 미안해."

  "용돈 없어 용돈 줘"  


  채아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럽다. 내가 이렇게 가르친 거야? 돈이면 다야?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지. 돈과 용서를 바꿀 수 있는 거야? 음. 세상은 위자료가 필요하긴 하지. 채아도 마찬가지로구나. 어쩌겠어. 이게 삶인 걸.

  

  "아빠 밉지? 용돈 주면 아빠 용서해 줄래?"

  "얼마 줄 건데" 

  흥정을 해 왔다. 인물값을 하는 걸까.


   "얼마면 용서가 가능하니?" 나도 똑같이 의문문으로 응수했다. 채아의 정신세계를 테스트하고 싶었다. 

   "얼마 줄 수 있는데" 

  채아는 지지 않고 또 의문문으로 받아쳤다. 질문하는 자가 주도권을 잡는 법칙을 알고 있나 보다. 보통이 아니었다.


 "네가 달라는 대로" 나 역시 액수를 제시하지 않았다. 밀당이 계속됐다.

 "천만 원 달라면 줄 꺼야?" 

  내 딸 채아는 또 물음표를 사용했다. 놀라웠다.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채아. 외유내강일까. 내가 잘 키운 덕일까. 할 수 없다. 마지막 카드를 쓸 수밖에.  


 "어제 아빠가 네게 손찌검하고, 

  머래채 휘어 감고, 

  벽에 집어던지고, 

  야구방망이로 때린 일이 그 걸로 되겠니?"

...

  "채아야~ 어떻게 해 줄까?"


  채아도 잠수를 탔다.




  ps 나는 나쁜 아빠였다. 

      용서해 줘. 돌아와 줘. 

      문자 기다릴게 채아야.






쎄시봉 OST - 사랑하는 마음.(강하늘, 조복래) >


쎄시봉 OST - 사랑하는 마음.(강하늘, 조복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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