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십여 년 전 아버지 칠순.
여의도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아래 결혼한 남동생, 여동생 가족, 우리 가족 이렇게 십여 명이 참석했다. 목사인 여동생 남편 매제(妹弟)가 설교를 했다. 칠순 축하의 말을 한 후, 성경 시편 90편 10절로 시작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 시편 90:10 개역개정 성경 >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야 팔십 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에 젖은 것, 날아가듯 덧없이 사라지고 맙니다.
< 시편 90:10 공동번역 성경 >
수고와 슬픔 많은 인생이지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잘 분별하여, 가족 모두 복된 길로 가길 바란다고 마쳤다.
케이크 컷팅을 했다. 자녀와 손자 손녀들 모두 나와 즉석에서 어버이날 노래를 불렀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푸훗...하하 호호.
털썩 주저앉고, 뒤를 돌아보고, 머리를 긁적 거리며 웃기 바빴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니 더 웃겼다. 어떻게 성년이 된 자녀들 모두가 동일한 가사로 노래했을까.
"연습을 안 하고 불렀더니.. 흠. 다시 할게요"
우리는 다시 불렀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 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
아아아 고마~ 푸웃 푸읍푸읍 아이고...
하하하 캐액캐액 흐하흐하 콜록 하하하.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정확한 뒷 가사가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첫 번째 부를 때 틀린 기억이 각인돼 버린 것 같았다.
세 번째 시도는 모두 포기했다. 아무도 가사를 알아낼 자신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서도 웃었다. 속으로 노래를 다시 불러 보았다. '손~발이 다 닳도록 고오오~생하시네. 아아아 고마와라' 허~.
그날 불렀던 노래의 장르가 있을까.
하이브리드 송( Hybrid Song : 혼합노래, 비빔송 )인데, 이를 뭐라 해야 할까. 머릿속에선 비빔밥, 비빔면만이 뱅글뱅글.
팔도비빔송.
< 어머니의 마음 - 어버이날 노래 >
나실 제 괴로움 다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무엇이 넓다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 스승의 은혜 >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