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태솔로는 문제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by 민경민
본문제공 배너2.png
unnamed.png?type=w800



요즘 웹상에 '에겐남', '테토녀'라고 하는 성격 구분(?) 유행이 또 불어닥쳐 내용을 뜯어보니 어째 쌍팔년도에 하던 혈액형 성향 테스트보다 더 단순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혈액형 성향은 기준이 4가지라도 있지만 에겐테토 구분은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고 해도 실상은 '남성향인가', '여성향인가' 두 가지 질문 밖엔 없기 때문이다.


MBTI라는 재밌는 성격 유형 테스트를 놔두고 굳이 새로운 성격 유형 테스트를 시도하는 데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지나간 것은 식상해하는 대중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며, 더 나아가 자아 탐구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는 언제나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5년 전 MBTI가 한창 유행할 때는 팬데믹이 한창이었다. 이 시기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사교활동을 중단하거나 재택근무 등을 통해 스스로 고립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내적 양상을 많이 발견하게 된다. 혈액형 구분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다면성을 보충하는데 이보다 좋은 유행이 또 있었을까. '나도 내가 이런 줄 몰랐네' 싶은 걸 16가지 유형에 걸쳐 설명하다 보면 하나는 얻어걸리게 돼있었다. 부정적 감정에 대한(반대로 장점에 대해서도) 이유를 학습함으로써 자아존중에 대한 마지막 방어선을 펼친 셈이다.


혈액형이나 에겐테토 구분법은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생물학적 요인을 기준으로 가져온다는 것. 다시 말해, '이건 기질이 아니라 내 몸에서 반응하는 본능이야'라고 외치는 것과 같다. 아무래도 살아온 환경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심리검사들과는 달리 생물학적 기전에 의존하는 성격 유형 테스트는 좀 더 완강하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다. '태생이 그래서 아예 바꿀 수도 없음'을 더 강력하게 선언하는 셈이다.


그런데 왜 에겐테토일까?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형성하는 호르몬이다. 물론 요즘 시대에 여성성, 남성성 구분 짓는 게 구닥다리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여성상, 남성상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보면 이게 사실 '무연애無戀愛 시대'와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9298e191-9052-4f1a-a00d-3d8d143ed582.png?type=w800


최근 미혼남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연애하지 않는 사람이 전체 대상자의 75%에 육박한다고 한다. 지금 연애를 하고 있는 청년이 네 명 중에 한 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소위 연애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모태솔로'의 경우 20대는 35%, 30대라고 해도 20%에 이르며, '한두 번 해본' 연애까지 합치면 비율은 각각 70%와 50%에 달한다. 쉽게 말하면 이유야 어쨌든 요즘 사람들은 연애를 안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이니 뭐니 정부와 언론들이 떠들어대지만 출산은커녕 애초에 사랑 자체가 없는 세상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이 이 지경이니 우리가 이렇게 되었구나'하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넘어가는 게 아니다. 남녀 혐오론자가 아니라면 좋은 이성과 만나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이 당연한 대답에 대해 어쩐지 여론은 젊은 사람들 스스로가 원치 않아 이렇게 되었다는 뉘앙스를 흘리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민경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영화, 삶, 인간, '지적 감성인'들을 위한 사유 공간입니다.

1,81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1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교권 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