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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도 감동적일 수 있구나 <좀비딸>

by 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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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많은 장르를 가지고 있고 때론 장르 사이 교집합을 이루며 새로운 형태의 장르를 만들어내지만, 양립하기 어려운 장르도 있기 마련이다. 가령 '로코물'로 불리는 로맨스 코미디는 결이 잘 맞지만 '액션 로맨스'라는 말은 어딘가 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가. '남들이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라는 말처럼 영화판에서도 이 공식은 대체로 성립한다.


장르 공식은 시네필들에겐 다소 지겹게 느껴질 클리셰 양산 수단이 되기도 하나, 그만큼 안정적인 소스와 서사의 틀을 갖고 있단 소리도 된다. 로코처럼 이미 두 장르가 합쳐져 거의 하나의 새로운 장르처럼 굳어진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흐름에 반기를 들고 엉뚱한 조합을 들고 오는 영화들이 있다.


동명의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좀비딸>(2025)은 그런 장르적 관습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작품으로, 좀비라는 소재에 가족 드라마를 입힌 조금은 독특한 형태의 영화다. 영화의 시작은 우리가 흔히 아는 좀비물의 설정을 그대로 따르지만 주인공이 딸과 함께 고향으로 내려간 시점부터는 사실상 '좀비 없는 좀비 영화'가 된다.


일반적인 좀비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같이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좀비라는 소재 자체가 이성을 상실하고 탐욕만 남은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을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를 물면 전염된다'는 좀비 아포칼립스 상황은 사람들 간의 불신을 묘사하기 딱 좋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5), <서울역>(2016) 같은 작품들이 좋은 예다.


물론 순수하게 공포 장르로 좀비 영화를 즐겨도 좋다. 좀처럼 죽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 상대를 물기 위해 달려들 뿐인 본능적 움직임, 특히 좀비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난무하는 잔혹함은 슬래시 영화를 방불케 한다. 국가와 치안이 무너지고 무정부 상태 속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 해야 하는 분위기는 인물들로 하여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하면서 스릴러와 액션 장르의 장점도 함께 지니게 한다.


하지만 <좀비딸>은 좀비물이 갖고 있는 일련의 장점들을 다 버리고 한 가지 질문에만 집중한다. 좀비 영화를 보면 그저 생략되거나 짧게 묘사될 뿐인, '내 소중한 사람이 눈앞에서 좀비가 되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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