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 클로즈업은 특별하다. 사람의 얼굴을 화면 가득 채워 넣는다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연출방법이지만 영화가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서브텍스트 전달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클로즈업이다. 배우는 연기를 하기 위해서 얼굴 근육을 과장해야 하지만, 그것이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연기하는 티가 나게 되고(세계관 붕괴), 그렇다고 너무 자제하면 맥락을 전달하지 못한다.
제목부터 인상 깊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얼굴>(2025)은 과연 그 이름값을 했다. 영화는 시종일관 등장인물의 클로즈업으로 가득하고 인물은 거의 중심에 배치된다. 김종관 감독의 <더 테이블>(2016) 이후로 영화 전체에 배우의 클로즈업을 당겨 쓰는 한국 작품은 극장에 오랜만에 나오지 않았나 싶다. 미세표정연기에서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는 박정민의 연기도 인상 깊었지만 아버지 역으로 분한 권해효의 표정 연기 역시 일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이 그간 보여줬던 상징적인 묵시록, SF적인 스타일을 생각해 보면 인물 중심의 드라마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잊고 있었나 본데, 나 영화감독이야'라고 선언하듯 집요하게 인물의 표정과 주름 하나하나를 포착하는 그의 카메라가 실은 사람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듯했다. 소재도 얼굴이며, 연출도 얼굴, 그리고 말하려는 바도 얼굴로 진행된다. 이런 묘한 일치는 오직 영화만이 갖출 수 있는 독특한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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