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계획을 보면 생각나는 영화들

by 민경민

*2025. 6. 20 작성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프로젝트' 발표


화성에 가려고 돈을 버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모두들 잘 알고 있는 일론 머스크다. 최근 그는 텍사스의 스타베이스에서 본격적인 화성 이주 계획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기업들이 미래 비전이랍시고 주주들을 안심시키려 내놓는 가벼운 청사진이 아니라, 정말 실행에 옮기기 위한 기술적 문제들이 그 자리에서 제시되었다.


당장 스페이스 X는 내년에 옵티머스 로봇을 탑재한 무인 스타십을 화성에 보낼 계획이고, 차차 유인 우주선도 보낼 계획이다. 초기에는 모든 자원을 지구에서 보내야 하므로 그는 '우주 급유 시스템', '추력 1만 톤 로켓 부스터', '로켓 재활용 시스템', '매년 1천 기의 로켓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설비' 같은 걸 준비하겠다고 한다. 원체 비현실적인 소리라 이게 무슨 SF 영화의 설정을 듣고 있는 건지,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건지 긴가민가하지만 로켓 부스터가 지상 발사대로 돌아오는 그 경이로운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일론 머스크가 허언을 하고 있다곤 생각하지 못할 게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평소에 우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화성이 그리 좋은 환경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다. 중력은 지구의 절반도 안 되고 대기는 희박한데 그나마도 이산화탄소가 95%다. 물이 있다곤 하지만 극지방의 얼음층에 한정돼 있다. 더욱 심각한 건 행성 자기장이 없어 태양풍을 막지 못한다는 점인데,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진 살만한 지구를 내버려 두고 왜 이렇게 성급하게 화성이란 불모지로 이주 계획을 세우는 것일까?



일론 머스크는 '인류가 다행성 종족이 되어 문명을 계속 존속시킬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 문제는 요즘도 핵무기를 가지고 공포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전 세계 곳곳의 전장을 보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엔리코 페르미는 외계 문명에 관해 흥미로운 역설을 제안한 적이 있다. 우주는 이렇게나 방대해서 지적 생명체가 반드시 있어야 할 텐데, 관측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미 이 문제를 가지고 여러가지 흥미로운 설들을 제시한 바 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문명 필터설'이다. 일단 드레이크 방정식의 변수만 보아도 지적 생명체가 문명을 일굴 확률 자체부터가 대단히 낮다는 건 확인할 수 있다. 그런 희귀한 문명들이 일정 수준의 과학 기술을 가지는 순간 서로 공격해 멸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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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문명이 특정 기술 수준에 도달했을 때 반드시 멸망할 수밖에 없다면, 우리가 다른 지적 생명체를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또한 우주의 시간은 영원에 가깝고 그 공간이 너무 넓기 때문에 우리가 '동시대'에 강력한 전파를 보낼 수 있는 문명을 만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가령 우리 태양계의 정반대에 있는 은하 가장자리의 지적 생명체가 과학 문명을 일군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쟁으로 5만 년 전 멸망했다고 하자. 그들의 흔적은 아직도 은하계 중심부를 달리고 있을 것이며, 우리는 몇 만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그들의 흔적을 눈치챌 수 있다. 혹은 이미 문명의 흔적이 수천 년 전에 우리가 안테나를 개발하기도 전에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문명 신호를 포착하려면 그곳에서 출발한 신호가 정확히 우리 문명이 존속하는 기간 내에 지구에 도착해야 하는데 이 확률은 대단히 낮을 것이다.


영화 <콘택트>에서 묘사된 고도로 발달했으면서도 따뜻한 윤리의식을 가진 고등 생명체가 정체를 숨기고서 은하 전체의 생명체를 관리하고 있는 시나리오라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멸망할 수밖에 없는 '문명 한계점'이 있어서 우리 인간도 결국엔 파국을 피하지 못한다고 하면 일론 머스크의 걱정도 기우가 아닌 현실이 되지 않겠는가. 지구를 벗어나 다행성 문명이 되면 아무래도 인류 전체가 한 번에 몰살당할 위험은 적어진다.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대상을 향해 공격하는 게 어렵기도 하지만 분쟁 요소를 공유할 위험도 그만큼 작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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