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핵심 메시지

by 민경민

*2024.6.25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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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청의 엑소시스트>에 등장하는 주인공 린과 우사마루



'악마의 힘으로 악마를 처단'하는 데몬 슬레이어의 성장기를 다룬 <청의 엑소시스트>(2012) 극장판엔 흥미로운 장면이 나온다. 기억을 먹어치우는 악마 우사마루가 주인공에게 들러붙어 양아버지에 대한 기억마저 지우려고 하자 주인공이 '절대 잊어선 안 될 기억이 있다'고 단단히 만류하는 것.


한때 마을의 수호신이었던 우사마루는 사람들의 나쁜 기억이나 걱정을 없애면 모두가 행복할 거라 생각하고 나쁜 기억만을 찾아 먹어치운다. 그러나 주인공 린에게 양아버지 시로는 고아인 자신을 혈육처럼 키워준 부모이자 사탄의 자식인 자신을 구제해 준 은인이기도 하다. 비록 마지막에 린을 데려가려는 사탄을 막기 위해 비참하게 희생됐지만 그 악몽 같은 사건이 있다고 해서 잊어버릴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처음 디즈니에서 <인사이드 아웃>(2015)을 발표했을 때 관객들이 열광했던 부분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 라일리에게 슬픔만 안겨줄 뿐인 '슬픔이'는 골칫덩이 취급만 받지만, 점차 슬픔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드러나게 되면서 최종 국면에는 '라일리의 가출'이라는 큰 사건을 해결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첫 시작 부분은 인상깊다. 기쁨이 태어난 지 33초 만에 슬픔이 태어나 울음을 터트리게 만드는 그 장면은 후속작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한다. 절대로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감정이 거의 동시에 태어나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사물에 빛이 비치면 저절로 그림자가 생기듯이, 이 작품은 감정에도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는 걸 '기쁨'과 '슬픔' 두 감정의 탄생 시점으로 묘사한다. 쌍둥이나 다름없는 기쁨이와 슬픔이가 극중에서 내내 붙어 다니며 본부로 돌아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건 기쁨과 슬픔이 따로 떨어진 객체로 나뉘어있다는 점이 아니라, 그 둘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경우다.


서로 오해가 있는 두 사람이 감정적으로 격해져 격분하거나 울음을 터트리며 싸우다가도 화해의 순간에 오해를 풀고 행복해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혹은 더없이 소중한 사람이 망자가 되었을 때 문득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걸 명확하게 기쁨이라거나 슬픔이라는 하나의 감정으로만 표현할 수는 없다. 소중한 존재의 부재에 슬픔을 느끼면서도 아름다운 추억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 그런 양가적 감정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두 가지 색이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감정을 우리는 얻게 된다.


그리고 그 복잡한 마음의 모습은, 우리의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하는 원동력이자 때로 멀리 치워버리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과 부정적인 감정도 곁에 둘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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