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1968) 스틸
<어벤저스> 시리즈를 좋아했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한편으론 그런 생각도 들었다. 왜 외계인은 다 사람처럼 생겼고 인간과 같은 구강구조로 말을 할까? 심지어 라쿤인 로켓조차도 사람처럼 떠들고 있으니 이 방대한 우주의 지적 생명체가 모두 인간형일 것이란 상상은 종종 불만이 되어 튀어나오곤 했다.
물론 대중 영화가 외계인의 생김새를 인간형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있다. 사람은 친숙한 것에서 공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거울 뉴런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어쨌든 외계인의 이야기라고 해도 그게 어느 정도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어야 감정적인 몰입이 가능하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다양한 외계 종족들, 혹성탈출의 유인원, 심지어 마블 영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아예 머리털에 수염 나고 팔다리 달린 인간의 모습 그대로다. 종교의 신들, 신의 대리자들이 인간형으로 등장하는 까닭 역시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이 고리타분한 문제에 대해 영화 <콘택트>(1997)에서 주인공이 만난 외계 존재는 세련된 대답을 내놓는다. 자신들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형태여서 주인공이 가장 친숙하게 보일 사람의 형상과 목소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만약 고도의 지적 생명체가 이미 디지털화되었거나 공간 자체와 합일해 인식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면, 차라리 상대 종족을 모방해서 홀로그램이든 뭐든 보여주는 게 합리적인 배려 아닐까. 그런 것이라면 외계인의 인간형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된다.
어쨌든 '외계인이 어떻게 생겨먹든 알게 뭐냐' 할 수도 있지만 종종 너무 사람 같은 외계인의 모습은 SF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곤 한다. 그런 점에서 <프로젝트 헤일메리>(2026)가 꺼낸 화두는 참신하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외계 생명체가 꼭 인간형, 아니, 심지어 지구의 생명과 같을 필요가 있나? 현실적으로는 탄소와 물 분자 없이 성립이 힘들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SF적 상상력을 배가시켜 줄 것은 분명하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모습이 아닌 사고에서도 인간형을 벗어던질 때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새로운 지점도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심우주 탐사선에서 주인공이 동면에서 깨어나 혼란한 의식 속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기억을 찾아가는, 그러면서 동시에 외계 생명체와의 지적 조우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물 없는 생명체에 대한 논문을 썼다가 학계에서 퇴출당한 뒤 과학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 분)에게 문득 태양의 광량 축소라는 새로운 재앙이 닥쳐온다. 태양 에너지로 살아갈 수 있는 미지의 생명체 '아스트로파지'가 페트로바 선을 이루며 태양을 좀먹는 까닭에 이 분야에 관한 최고 전문가가 된 주인공이 헤일메리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영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영화에는 두 가지 형태의 '비인간형' 외계체가 등장한다. 첫 번째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아스트로파지라는 바이러스형 생물, 그리고 두 번째는 같은 문제로 에리드 행성에서 날아온 로키라는 외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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