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용기

by 민경민

*2024.9.27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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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장을 보며 비평가에게 험담을 들은 이야기를 하는 아빠


<아메리칸 셰프>(2015)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아들에게 자신의 한계나 부족함을 숨기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이었다. 물론 아빠와 아들이 소원한 사이를 극복하고 둘도 없는 진짜 가족이 되는 그 서사에도 감동은 있지만, 자기 모습을 감추지 않고 날것으로 다가가는 칼의 솔직함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자식에게 못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괜히 더 체면을 차리고, 먹을 것, 입을 것 참아가며 인내하던 부모님들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칼의 솔직함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아들에게 비평가에게 안 좋은 소릴 들은 이야기부터 '이혼한 아내와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함께할 수 없다'라는 말까지 별 이야기를 다 꺼내놓는다.


그래도 그의 솔직함이 유쾌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게 적어도 가식은 아니며 청승 떠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제는 그랬고, 내일은 이렇게 할 거야'라는 그의 무던함과 행동은 묘하게 기운을 주는 구석이 있다.


'착한 아이 증후군'처럼 천성적으로 남에게 버려질 것을 두려워해서 거절을 잘 못하는 타입이거나, '리플리 증후군'같이 타인에게 보일 모습을 꾸며내기 위해 가장을 하는 병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게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누구나 '나쁜 사람'이길 꺼려하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길 원한다. 그러나 그런 태도에는 언제나 대가가 따른다. 내 자아가 겉에 씌운 페르소나와 일치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그 차이가 심한 경우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아와 외면이 떨어져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매사 좋은 일만 이끌고 가면서 사람 좋은 행색으로 있으면 그보다 더 좋은 건 없겠지만 어디 인생이 마음대로 살아지던가. 힘들 때 웃는 일류이던가, 안빈낙도하면서도 허허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성인군자가 아닌 바에야 우리가 늘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가끔은 난처한 일도 생기고 짜증도 나며, 어려운 일을 해내느라 진이 다 빠진 채로 집에 오면 이불부터 찾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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