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N SHIFT'가 김난도 교수의 '2020 트렌드 발표회'를 열면서 브런치 작가 30인을 선발, 강연에 초청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김난도 교수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트렌드가 될 만한 소비 형태를 분석하고 키워드를 선정해 매년 책으로 내놓고 있는데, 이번 강연의 목적 또한 다가올 2020년의 한국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젊은 브런치 작가들과 인식을 공유하고자 함이었다.
'tvN 2020 트렌드 발표회' 강연은 전반적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과 그 특성으로 말미암은 소비 형태, 그리고 그들 세대의 잠재력을 주목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결과적으론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강연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 후기로서 강연 내용에 대한 간략한 언급과 더불어 밀레니얼 세대로서 이 강연에 나의 견해를 덧붙여 볼까 한다.
*사진 : JTBC 뉴스
밀레니얼 세대는 왜 특별할까
'tvN 2020 트렌드 발표회'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밀레니얼 세대가 그 특성을 가지게 된 계기가 '디지털 기기와 인터넷과 가까웠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0~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로, 딱마침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출간한 『제3의 물결』과 그 궤를 같이한다. 정보화시대의 태동과 성장을 함께 했으며, 그 덕분에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보다 디지털과 온라인 개념에 익숙한 세대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니 나는 단박에 촘스키의 '언어습득이론'이 떠올랐다. 이 이론은 외국어를 습득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과 달리 갓 태어난 아이들은 일종의 ‘언어습득장치’를 장착해 지구상의 어떤 언어든지 모국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론인데, 나는 문화나 생활양식을 터득하는 방식도 이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언어습득이론에서 묘사된 것과 흡사하게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마치 '모국어'처럼 습득했다. 그것도 유아가 간단한 단어부터 시작해 고급 문법을 배우는 것과 같이, 정보화 기술의 발걸음 하나하나를 지켜보면서 말이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이제 막 보편적인 컴퓨터로 ‘586 컴퓨터’가 보급되고 있었고, 지금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플로피 디스켓을 실제 저장장치로 썼다.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랐지만 파일 하나를 담기 위해 여러 장의 디스켓에 분할 저장하는 방법을 익히다보면 절로 컴퓨터 시스템이 친숙해지곤 했다. 우리는 PC 운영체제로 널리 보급된 윈도우 시리즈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이 방식의 개발과 탑재는 애플이 처음 시도했다)를 접했으며, 인터넷 접속을 위해 모뎀을 쓰기도 했다. 물론, 이 시기에 우리가 디지털 기기 하드웨어 부분의 발달만 본 것은 아니었다. 둔탁하고 하얀 철제 컴퓨터 본체 안의 내용물도 분명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이다. 486 컴퓨터만 하더라도 아케이드 게임을 겨우 흉내나 내던 컴퓨터는 독창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전략전술을 펼치는 ‘스타크래프트’와 게임회사 서버에 자료를 저장하고 캐릭터를 계속 성장시킬 수 있는 RPG 형태의 ‘디아블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최초의 PC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런 그때를 생각하면 과거에도 없었고 지금도 볼 수 없는 그 당시에만 있는 독특한 풍경이 하나 기억나는데, 아케이드 게임기로 가득 찬 오락실에 동전을 넣고 사용할 수 있는 ‘오락기형 PC’가 유행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케이드 게임과 PC게임이 모호하게 공존하는 그 공간은 밀레니얼 세대가 맞이하는 세계의 가장 정확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혼재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대전환의 시기에 태어나 전환의 과정을 목도하며 그 모든 것을 차근차근 경험해 나갔다.
이 점 관련해서 강연에서는 ‘뉴트로’에 대해 설명하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방식이 과거의 경험하지 못한 것을 향유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문화습득장치’로 정보화 사회를 흡수하면서 이처럼 아날로그 분위기를 같이 흡수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반감이 없기 때문인 것도 같다. 그렇기에 지금 태어나 아날로그 문화를 함께 습득하지 못한 세대는 앞으로 뉴트로를 즐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글쎄, 밀레니얼 세대에 의해 재해석된 레트로를 또 다른 고전으로 생각하고 ‘1/4의 묽은 뉴트로’를 즐기게 될지도.
김난도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범세대적 영향력이 아주 큰 세대로 소비 형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내다봤다 *사진 : 'tvN 2020 트렌드 발표회' 강연
어쨌든 밀레니얼 세대는 정보화 시대의 첨병이었다. 강연에서는 밀레니얼 세대가 범세대적 영향력이 크다고 평가하는데, 이는 그만큼 밀레니얼 세대가 정보화 사회에 구축된 다양한 인프라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밀레니얼 세대는 PC 사용 환경을 일찌감치 터득했을 뿐만 아니라, 강연에서 소개된 것처럼 '아이폰'의 등장으로 시작된 모바일 환경 또한 비교적 어린 나이에 빠르게 습득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난도 교수는 중국 ‘모모 세대’의 사례를 소개하는데, 모모 세대란 중국에서 모바일 환경을 이용해 공유 경제를 실천하는 밀레니얼 세대로, 모바일의 뛰어난 접근성을 이용해 공산품을 빠르게 집단 구매하거나 공유 플랫폼을 이용하곤 한다. 물론 이 같은 모습은 중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다. 당장 길거리에 나가봐도 '카카오 바이크'를 이용하는 청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공유 경제는 세계의 화두가 되었고 지금도 논란이 분분하기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일상생활에 스며들고 있는데, 그렇게 된 이유의 중심엔 분명 정보화 시대를 관통한 밀레니얼 세대의 힘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보화 사회는 단순히 개인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인프라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경제와 산업구조까지 몽땅 바꾸어놓았다. 그런 까닭에 판매원이 영업 방문하던 고전적인 방식의 구매에 익숙해있던 우리의 부모세대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정보와 활용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나 역시도 ‘어머니의 인터넷 쇼핑’을 돕는 처지에 있고, 이제는 기기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인터넷의 바다에서 가짜 광고를 걸러내는 능력까지 가르쳐주고 있다. 이처럼 밀레니얼 세대는 인구 구성원의 일부이지만, 소비에 관한 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은 과연 부인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은 이제 기업에게는 가장 먼저 파악해야할 교과서적인 데이터가 되었다. 왜냐하면 이미 밀레니얼 세대는 전 세대에 걸쳐 막대한 소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또 다른 물결’이 오지 않는 이상 그 아래 세대에게 ‘정보화 시대의 방식’을 가르치는 것도 결국은 밀레니얼 세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김난도 교수는 현재와 미래의 소비시장을 좌우할 밀레니얼 세대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도 주목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공동체적 사고방식을 유지하기보다는 개인의 인생을 중시하면서 정치적으로도 개성적이고, 고립된 내부 공동체세계가 아닌 외부세계도 함께 관찰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면 돈을 아끼지 않는, '가치'중심의 소비를 행한다.
강연은 ‘A.O.C’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미국 최연소 하원의원과 뉴욕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면서 유튜버 생활을 하는 청년의 사례를 소개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인생에 몰두하면서 자기 가치를 성장시키는데 모든 노력을 쏟는다고 한다. 그런 결과로 위 사례와 같은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나를 돌아봐도 어느 정도 들어맞는 이야기 같다.
나의 오래된 벗 한 명은 좋아하는 음악을 계속하기 위해 취업을 포기하고 맥도날드에서 일하며 팀원들과 길거리 버스킹을 하러다닌다. 확실히 그는 그의 삶에 아무런 불만이 없는 듯하다. 나 역시 이따금 공공일자리를 전전하며 브런치 같은 곳에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무료로 글을 쓰는 프리터족 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사실 이 생활에 조금 불만은 있지만 나 역시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이 이야기에 찬동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이에 정반대로 보일 수 있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며, 이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서술할 생각이다. 어쨌거나 '자기 가치에 부합하는 일을 좇는다'는 성향이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인 것은 맞는 듯하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강연을 톺아보면 눈이 번쩍 뜨일만큼의 새로운 이야기들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가 특별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을 뺀다면 오히려 우리를 근질근질하게 하는 중요한 내용, ‘왜 밀레니얼 세대는 그런 가치를 추구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잘 해소가 되질 않는다. 물론 밀레니얼 세대의 표면적 특징으로 나타내는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를 살펴보는 정도라면 그쯤만해도 좋을지 모르겠으나, '밀레니얼 세대의 당사자'로서 이 궁금증은 강연이 끝나고도 좀처럼 가시질 않았기에 나는 이점에 관해서 강연과는 별개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