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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stolcaffe Mar 04. 2021

1. 집을 계약했다

제주도 이주 준비생(?) 에게 집 계약의 의미

새벽 5시. 

이래저래 빨리 잠들지 못해서 한 시간 반 정도밖에 못 잤다. 졸린 눈을 비비며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아침 8시 비행기를 타려면 적어도 5시 40분에는 집에서 나와야 한다. 집에 남아있는 빵 몇 조각을 억지로 쑤셔 넣고 서둘러 공항으로 향한다.


출근시간을 의식해서 빨리 나온 것이지만 너무 빨리 왔나 보다. 6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탑승시간 기다릴 때는 유독 시간이 더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7시 40분이 되자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 안내 방송이 나온다.



비행기에 몸을 실으며, 이주할 집을 직접 보고 계약까지 완료하기 위한 제주도 당일치기 작전이 시작됐다.




사실 며칠간 여유롭게 제주도에 머물며 집을 알아볼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의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이 들었고 이주 전 육지에서 해야 할 일도 아직 많이 남았기에, 모든 걸 당일치기로 끝낼 작정이었다.


항상 비행기라는 것에 설렘을 가지고 탑승했다면 이번만큼은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인터넷에서 여러 후보지를 미리 선정해두었지만, 인터넷에 올라오는 집 사진과 실제로 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기에 만약 맘에 들지 않아서 오늘 집을 못 구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이 됐다. 




내가 선택한 지역은 서귀포 혁신도시 부근이다. 공항 리무진 버스가 바로 앞에 지나다니고, 지식산업단지가 조성되어있어 창업에도 이점이 있었으며 대형마트나 주변 상권도 잘 조성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관광이나 여유로운 삶을 위한 이주였다면 아마도 한적한 곳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이 가장 큰 목적이었기에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그래도 좋은 지역을 선정한 것 같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계속 피곤한 상태였지만 인터넷에서 봐 둔 집들도 구경하고 부동산에서 소개해준 집도 보고 수십 군데를 돌며 열심히 발품을 팔아본다.


마침내 가장 맘에 든 곳을 발견했다.

인터넷에서 미리 봐 둔 오피스텔이었는데, 이따금씩 창문 너머 바깥을 보며 멍 때리기 좋은 남향에 위치해있고 월드컵 경기장에 살짝 가리긴 하지만 바다와 저 멀리 범섬도 보인다. 내부는 원룸인데 붙박이장이 잘돼 있고 혼자 살기에 넉넉한 공간이었다. 이 곳으로 계약해야지 결심하고, 이내 마음은 평온해졌고 잠시 휴식을 취할 겸 기본 옵션 중에 놓여있던 소파에 잠시 앉아서 이곳에서의 이주 생활을 상상해보았다.


"고독하겠지.. 외롭기도 할 거고.. 그래도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좋아해서 하는 거니까 열심히 해보자"

이 소파는 앞으로 내 안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친숙한 공간이 될 것이다.

아니면 범죄도시의 "진실의 방" 처럼 "진실의 소파" 도 좋겠다.




여기로 계약하겠습니다



등기부등본, 계약서도 꼼꼼하게 살펴보고 계약금을 건네고 서명을 했다. 이사 일정은 3월 19일로 잡았다. 다행히 우려했던 당일치기 제주도 집 계약 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집 계약을 한 오늘은 나 자신과 계약을 한 날이기도 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여전히 피곤했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제주도 이주" 에 대한 생각과 결정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집 계약을 하며 점점 실감이 되면서부터는 "아 내가 큰 일을 벌이고 있긴 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빼곡하게 정리해놓은 제주도 이주 후 실천계획을 다시 한번 살펴보며 정말 제대로 해야지.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도전은 늘 리스크를 수반하니까, 걱정과 불안감은 재미로 승화시키면 된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감정 덩어리들은 "재밌다" 라는 생각의 통로로 모두 배출해냈다.


"오늘도 참 재밌었어. 앞으로도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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