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끝은 로맨스일지, 우정일지?
소개팅. 소개팅어플. 썸 뭐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 ㅎㅎ
노트에 적고 싶었다가, 구구절절 하게 기록하고 싶어 오랫만에 브런치를 켰다.
긴 휴가(?) 끝에 소개팅 어플을 다시 시작했다. 몇년 전과 달라진 건 나이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예상보다 조용한 푸쉬 알림... 한해 한해 나이 먹는 스스로를 의식하듯, 소개팅 어플남들도 내 나이를 필터링 중인건가? 싶은 의심까지 들 때쯤, 그의 프로필이 등장했다.
"YES or NO?"
롱디 같은건 해보지 않았지만, 나이가 많고 적든지, 키가 크든지 작든지, 나는 오픈마인드! 로써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기에, 시차 14시간 거리의 그와의 대화를 수락했다.
그 대화가 시작된지 3주쯤 된 오늘. 세번의 통화, 매일의 메신저 대화, 그 끝에 나는 궁금했다. (사실 여러가지 많은 것들이...) 그는 정말 '나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일지? 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것일지? 의구심(?)의 시작은 이랬다. 1) 그는 한번도 먼저 통화 제의(!)를 한 적이 없었다, 2) 하지만 매일 끊기지 않고 일과보고 & 수다를 나눈다, 3) 그렇지만 곧 입국 날짜가 다가오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만나자... 는 말은 하지 않는다... ^_T
혼란하다, 혼란해. 그리고 얼마 전 만난 지인은 자신이 소개팅 어플에서 남친(현 남편..ㅎㅎ)과 처음 알게 됐을 땐, 그 외에 한두명과도 더 연락하고 있었다면서, 다른 사람도 알아보라면서, 그 사람도 과연 나랑만 연락하고 있진 않을 거라고... 그런 현실조언에 내심 신경이 쓰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을 하기엔, 솔직함이 부담감이 되고, 끝내 그를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하고 망설여졌다.
어찌저찌 새벽 3시에 잠들었는데 6시에 깨고 말았다. 왜 이렇게 요즘 아침잠이 없어졌지? 다 14시간 시차 때문이지 뭐... 그는 저녁, 나는 새벽인 시간의 통화를 앞두고, 이런 고민들을 풀려면 어떤 대화를 해야 할까? 기도하고 고민했다.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좋겠다. 그러나 진지하지 않은 톤으로!
"직접 만나기 전에 너무 속도가 빠르고 싶지 않다. 더 알아가고 싶은데 조심스럽게 가까워지고 싶은 것. 먼저 통화하고 싶다고 하고 싶었지만 귀찮게 느껴질까봐."
뭐 생각해 보면 시원~스런 답도 아니었지만,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외려, 감정에 휩싸여 불도저(?)처럼 직진하는 예전 몇몇을 떠올릴 때... 관계에 대해 신중하고 진지한 면이 돋보였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란걸 깨닫고, 그의 행동들을 오해 - 간을 본다던가, 그정도론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던가 - 할 필욘 없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속마음을 꺼내 놓아서인지, 그날엔 더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나의 상처, 그리고 그의 상처에 대해.
잠이 덜 깬 탓인가, 새벽도 아닌 아침나절부터 폭풍눈물 흘리며 그의 아픈 이야길 들었다. 나는 아직까지 지난 3년에 대해서 말할 때, 그것이 나에게 참 좋은 밑거름이 되었어, 교훈이 되었어 라고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서, 같은 경험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때 아빠와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많았어, 그런 채로 이별하게 되었어. 라는 말에 그가 남긴 말이 별처럼 마음에 와 박혔다. 괜찮다고, 다 아셨을거라고. 아버지니까.
이렇게 구구절절 글을 썼지만 마지막 그의 말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된 글이었던 것 같다. 그 끝이 로맨스일지, 우정일지, 무엇도 아닐지, 12월 25일이 되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난 어느 쪽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 사람은 떠나지만 추억은 오래 남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