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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Feb 21. 2024

증명사진관 창업 괜찮을까?

사진시장의 변화를 읽어봅니다.

상업 사진 시장이 본격적으로 디지털로 전환되는 시기에 사진을 시작했습니다. 광고/잡지/웨딩/베이비/프로필/증명사진관/사진교육/스튜디오창업반교육 등 대부분의 상업사진부문을 치열하게 경험하면서 느낀 사진시장의 변화를 기록합니다.


<당분간은 해볼 만하다?>


증명사진관 > 무인셀프사진관

결론부터 조심스럽게 말씀드리면, 당분간은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증명 사진관은 해 볼만한 것 같습니다. 자판기 형식의 무인사진관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촬영자가 직접 촬영하는 증명사진관을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무인 셀프 사진관의 수익성은 그다지 낙관하지 않습니다. 촬영과 후보정 기술에 대한 진입 장벽이 없는 무인 셀프 사진관은 창업 자본만 마련하면 창업은 가능하지만, 좋은 입지 선정이 비용대비 만만치 않고, 추가 매출을 위한 상품의 확장성이 부족하고, 소자본 창업이라고 하기엔 초기투자 비용이 너무 크다고 생각합니다. 가맹점주를 위한 사업구조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낙관적인 전망만으로 지나치게 큰 투자비용으로 사진 관련 업종을 창업하는 건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소자본창업

소자본 창업은 권리금이 없는 매장에서 어느 정도 매출을 확보하고, 창의적인 매출전략으로 오히려 권리금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증명 사진관은 투자금과 이미지 콘셉트에 맞추어 최적의 입지를 선택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유도가 있고, 인테리어와 장비투자 규모를 가용 투자 금액 내에서 합리적으로 맞출 수 있어 창의적인 소자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공급부족

당분간은 해볼 만하다?라고 말씀드린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입니다. 근처 동네 사진관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있다 해도 만족할만한 수준의 사진을 제공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품질 좋은 사진을 공급하는 사진관을 부활시킨다면 당분간은 경쟁력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 시장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사진시장 역시 생각보다 변화의 흐름이 빠릅니다. 사진을 비즈니스로 고려한다면 신중해야 합니다.



<사진 시장의 변화>


온라인시장 성장, 아날로그 쇠퇴, 고품질사진이 감각적인 디지털 사진으로 대체 

약 10여 년 전부터 온라인매체가 성장하면서 지면광고시장은 축소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짐은 2010년 아이폰 1세대가 국내에 출시되고, 쿠팡이 소상공인과의 접점을 찾아 시장에 뛰어든 시점부터 예견된 시장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저희 매장에도 찾아와서 영업을 하던 '초기 쿠팡'을 생각해 보면 시장의 변화 속도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제자리 걸음하며 존버하고 있는 저의 현실에 상대적 박탈감마저 듭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상업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품질의 디지털카메라의 저변 확대와 맞물려 있었고, 프로슈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괜찮은 디지털카메라 한대만 있으면 누구나 비즈니스에 도전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죠. 현재는 그 자리를 스마트폰이 대체하고 있고요. 특정 콘셉트를 전문으로 내세운 소위 00 전문스튜디오라고 불리는 웨딩/ 베이비스튜디오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한 것도 그때입니다. 가격경쟁도 매우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엔 그만큼의 수요는 있었습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은 고품질 사진 시장을 감각적인 디지털 사진시장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인쇄가 필요 없는 온라인 마켓에서의 사진이미지는 품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습니다. 아날로그 필름의 쇠퇴와 디지털 디바이스에 대한 적응 실패로 굳건했던 동네 사진관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품질 우위를 앞세우던 광고사진 스튜디오 역시 시대의 흐름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빈자리를 00 전문스튜디오와 스냅작가들이 채우게 됩니다.


부메랑

장기화되고 있는 저출생은 수요 자체를 줄게 했고, 실용적 소비와 미니멀리즘이 사회 분위기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전문이라고 내세운 스튜디오의 매출 역시 타격을 받게 됩니다. 디지털 기기의 발전에 수혜를 받은 스냅작가들은 고품질 스마트폰 카메라의 보급으로 오히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핸드폰이 나오기 전 잠시 등장했던 시티폰의 운명 같습니다. 전문 스튜디오의 성장은 디지털에 적응하지 못한 오래된 동네사진관을 축소시켰지만, 다시 부메랑이 되어 전문 스튜디오마저 문을 닫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성장이 자신들의 예견된 폐업의 길이라는 것을 알지는 못했을 겁니다. 1970년대 디지털카메라를 최초 개발한 코닥의 아이러니한 운명이 생각납니다.



<아날로그 Vs 디지털>


우리는 아날로그 (아날로그 기술의 부재)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쉽게 말합니다. 시뮬레이션 세상이 아닐 확률이 더 낮다고 테슬라/스페이스 X/뉴럴링크의 창업주 '일런 머스크'가 말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1-2022년에는 '메타버스'란 용어가 유행처럼 입에 오르내리고, 메타버스의 세계관과 그 세계 속의 부동산까지 거래되고, 블록체인 기반의 NFT발행에 관한 이슈는 예술가들 사이에서도 떠들썩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자체는 아날로그라는 것입니다. 아날로그 지구에 발을 딛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만질 수 있는 아날로그 세상 속에서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시뮬레이션 일 수도 있겠지만, 게임 속 캐릭터들이 스스로를 게임 속에 갇혀있다고 알지 못하듯 우리도 우리의 오감으로 경험한 세계만이 우리에게 존재하는 세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AI는 아날로그에서 배운다

AI가 하루하루 열심히 학습하고 있는 덕분에 포토샵으로 후보정하기가 갈수록 편리해지고 있고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기술 발전은 촬영 가능 범위를 넓혀주었고, 쉽게 촬영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은 아날로그의 기반 위에 존재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 세상에만 국한시켜 생각해 보면 플라톤의 이데아는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일 수 있습니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모사하고 있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디지털 너머의 본질인 아날로그에 대한 이해는 갈수록 힘을 잃고 있습니다. 후보정에 의존율이 높다면 그렇게 물들어 가고 있는 겁니다. 아날로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AI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AI와 우리가 다른 점은 우리는 아날로그라는 점이고 그것이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가 원천이고 본질이니까 말이죠. 아날로그 디바이스가 없이 디지털 세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AI의 학습 원천은 우리 인간이 파악한 아날로그 세상의 원리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리가 아날로그 세상에 대한 원천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AI의 학습원천은 고갈되고, 원본이 아닌 복제를 다시 복제하는 수준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맹신하게 될 테고요.




<증명사진관 창업 괜찮을까?>


오픈하면 일단 손님은 찾아옵니다.

'당분간은 해볼 만할 것 같다'라고 서두에서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뛰어들면 쓴맛을 톡톡히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증명 사진관의 개수 자체가 줄어서 위치만 잘 선택해서 오픈하면 손님은 찾아옵니다. 증명사진관은 가까운 곳을 우선 방문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사진 잘 찍는다고 굳이 멀리 있는 증명사진관을 수소문해서 방문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확실히 로컬장사입니다. 조금씩 알려지면 찾아오는 고객의 지역 범위도 넓어지긴 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촬영하는 여권 / 신분증 / 운전면허 / 사원증 / 일반 증명사진은 일단 가까운 곳부터 찾게 됩니다. 그래서 사진관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요즘 상황에서는 오픈하면 일단 손님은 찾아옵니다. 사진관 수가 적은 만큼 입소문은 빠른 편입니다. 빠른 입소문은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객 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사진시장이 되었다면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고객만족입니다. 재방문율을 올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기본인 사진품질에 자신 있어야 합니다. 기본에 충실하면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진품질 : 아날로그 촬영 + 디지털 후보정

사진시장에서 틈새가 될 수 있는 부문은 의외로 촬영영역입니다. 카메라 한대로 감각적인 촬영이 인정받을 수 있는 패션사진과는 달리 사진관에서 진행하는 얼굴 중심의 증명사진은 다분히 기술적으로 촬영해야 합니다. 작가의 감각에 의존한 촬영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사진 시장에서 이 영역이 무너져 있습니다. 근거 없는 조명촬영이 많습니다. 틈새가 보입니다. 아날로그 사진촬영에 대한 이해는 진입장벽을 만들게 됩니다. 진입장벽은 나의 접근 또한 방해하는 허들이 되지만, 넘고 나면 나를 보호해 주는 성벽이 됩니다.


아날로그 촬영 방법만 명확히 해결한다고 해서 살아남을 순 없습니다. 디지털 후보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익히고 연습해야 합니다. 아날로그 촬영 방법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디지털 후보정으로 진입하는 통로자체가 달라지게 되고 디지털 후보정은 힘을 받게 됩니다.


사진과는 관계없어 보이지만, 매장 오픈 시 한 가지 꼭 챙겼으면 하는 것은 공간에 대한 이해입니다. 사진은 결국 공간에서 촬영합니다. 아날로그 공간에 대한 이해는 매우 중요하고, 촬영을 위한 공간뿐 아니라 고객이 머물게 되는 공간을 매력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성공창업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겁니다. 좋은 그릇에 예쁘게 담긴 소량의 고기한점을 우리는 기꺼이 비싼 돈을 주고 맛있게 먹고 만족한다는 걸 생각하면 답이 있습니다. 똑같은 품질의 사진도 공간의 변화만으로 소비자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증명사진은 짜장면입니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은 중식당의 짜장면과 비슷합니다. 늘 팔리는 상품이고, 사진관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입니다. 하지만 사진관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는 효자 상품이죠. 중식당에서 짜장면은 팔지 않고 고급 요리만 판다면 어떨까요? 사진관인데 증명사진은 촬영이 안된다고 하면 고객은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짜장면이 맛있는 집은 요리도 팔리죠. 기본에 충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사진시장을 매우 편협한 저의 경험만을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창업은 언제나 신중해야 합니다. 증명사진관이 지금 당장은 오픈할 만한 창업아이템인 이유는 아직까지는 필요한 사진을 공급하기 때문입니다. 관공서에 제출용 사진을 관할 기관에서 담당자 혹은 자판기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대체한다면 사진관을 찾을 이유는 그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오로지 증명사진만을 바라보고 창업한다면 이런 시장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존버하려면 피보팅 할 수 있는 하나의 축은 마련해야 대박창업은 아니더라도 생계를 위해 버틸 수 있는 성공창업이 가능할 듯싶습니다.


소상공인 모두 힘내시고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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