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라사대

비오의 브랜드텔링 1. | 나라경제 2019년 1월호

by 비오


가축의 힘을 빌려 농경이 시작될 즈음 사람들은 가축이 자신의 소유임을 표시할 필요가 생겼다. 잔인하고 끔찍 한 방법이지만 절대로 지워지지 않고 함부로 지울 수도 없는 방법을 고안해낸다. 자신을 상징하는 모양을 철로 만들어 불에 달군 후에 가축의 살이 많은 부위에 찍는 것이었다. 잔인한 이 방법은 당시엔 매우 필요한 일이었던지 단어로도 만들어진다. ‘brandr’은 고대 노르드어로 ‘불로 도장을 찍다’라는 의미다. 브랜드의 어원이다. 브 랜드는 그렇게 소유·식별의 의미로 태어났다. 한마디로 브랜드는 문명만큼 오래됐다.


하지만 국내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부터다. 외국 자본이 밀려와 인지도 있는 브랜드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중요성이 부각된다. 마케팅이 익숙하던 기업과 개인은 브랜드라는 용어와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혼동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에 대해 사람들이 갖는 의문 중 하나는 ‘마케팅과 무엇이 다른가’이다. 둘을 비교하기 위해선 브랜딩과 마케팅으로 놓고 봐야 한다. 브랜딩의 대상은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실행이 고, 마케팅은 시장이란 환경에 대한 실행이다. 마티 뉴마이어의 「브랜드 반란을 꿈꾸다」에 나오는 마케팅과 브랜딩을 비교하는 삽화를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케팅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면 시작된다. 그리고 전략 시행 후 결과에 대한 평가는 철저하게 수익에 기반한다. 유형자산의 제고가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브랜딩은 문명의 시작부터 있었던 것처럼 기업이 브랜드의 간판을 걸면 그때부터 시작되며 이후 브랜드가 하는 모든 활동이 브랜드의 무형자산으로 쌓인다. 무형자산의 제고가 목표인 거다. 그림 1의 브랜딩에서 그에게 쌓인 무형자산은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의 사랑과 신뢰이며, 그 사람의 실체다. 사실 마케팅과 브랜딩 사이의 다름은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차원이 다른 것이다.


1월호_01_1.png 그림 1. 마케팅과 브랜딩의 비교 (마티 뉴마이어, 「브랜드 반란을 꿈꾸다」, 2007)


브랜드는 제3의 언어


무형자산은 공간과 시간도 초월할 수 있기에 무형자산을 가진 브랜드는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을 받는 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브랜드는 제3의 언어가 돼간다. 브랜드 이름만으로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brand concept), 나와 닮은 성격(brand personality)인지, 어떤 제품(brand identity)인지를 눈 깜빡할 사이에 인지(brand awareness)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가 되는 셈이다. 브랜드가 켜켜이 쌓으며 유지한 무형자산이 브랜드의 이름에 담기면 브랜드와 함께하는 이들이 이를 꾸준히 지켜본다. 그렇게 그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문맥을 형성하면서 무형자산이 돼간다. 이런 일들이 가능해지기 위해선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콘셉트, 개성, 정체성을 사람들과 효과적이고 일관성 있게 의사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 간에 소통하는 모든 언어와 비언어를 활용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 것이‘브랜드텔링(brandtelling)’이다.


안내판으로 전하는 브랜드텔링


일본 야마구치현의 산부인과·소아과 전문병원인 우메다 병원은 사이니지(signage·광고판, 안내판) 시스템이 독특하다. 다른 병원에서 사용하지 않는 ‘천’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주도한 하라 켄야는 천을 선택 한 이유로 소재가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을 든다. 임산부가 평온한 마음으로 지내는 장소는 ‘부드러운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천 소재는 쉽게 더러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라 켄야는 오히려 이 단점에 주목하고 착안한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부드러움도 있어야 하지만 공간에서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은 결벽에 가까운 엄격함을 가지고 있어야 환자가 안도하고 편안함을 가질 수 있다 생각했다. 이를 위해 안내용으로 고정된 조명에 천을 씌우도록 만들었다. 양말처럼 혹은 침대 시트처럼 고무줄을 넣어 탈부착이 쉽도록 만들어 더러워지면 지체 없이 세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그러기 위해 선택된 소재는 ‘백색 면’이었다. 순백의 부드러운 안내 조명은 아마도 “더러워지기 쉬운 것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산모 혹은 방문자들이 인지하기 위해선 실제 행동이 수반돼야 한다. 면이 더러워지지 않기 위해 신경 써서 청결히 세탁해야만 하고 어쩌면 이 행동은 결벽에 가까운 엄격함을 끌어낼지도 모른다. 브랜드가 전하는 말이 실체가 되고 진실이 돼가는 것이다. 산후조리가 끝나 돌아간 산모들이 우메다 병원을 떠올리면 ‘청결함’이란 단어가 생각날 것은 자명하다.

그림 2. 우메다 병원은 화장실 안내판과 같은 사이니지를 모두 천 소재로 표현해 ‘부드러움’과 ‘청결함’을 강조했다


진정성이 쌓이면 진실이 된다


브랜드텔링이 가지는 또 하나의 기능은 브랜드가 전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의사소통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에만 집중할 뿐 시끄럽게 떠들거나 그럴싸하게 말한다 해서 귀 기울이지 않는다. 자신과 비슷한 필요와 요구를 가진 사람의 사용후기, 믿음 가는 사람이 전해주는 말을 듣는다. 구전의 힘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이유다.


브랜드가 브랜드텔링을 통해 진심을 진정성 있게 전할 때 사람들은 그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쌓아 맥락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가 조심해야 할 것은 절대로 허상을 이야기하거나 거짓을 말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사람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허풍선이’ 혹은 ‘거짓 말쟁이’라 인식하는 순간 노력해서 쌓아온 모든 것은 ‘허풍’이고 ‘거짓’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Upendra Kumar Maurya, P. Mishra, “What is a brand? A Perspective on Brand Meaning,” European Journal of Business and Management, Vol 4, No.3, 2012.

•Wengrow, David, “Prehistories of Commodity Branding,” Current Anthropology, 49(1), February 2008.

•Kenya, Hara, Designing Design, 2011.
•마티 뉴마이어, 「브랜드 반란을 꿈꾸다」, 21세기북스, 2007.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