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의 브랜드텔링 4. | 나라경제 2019년 4월호
Det bedste er ikke for godt(최고만이 최선이다)!
아버지가 전한 한마디는 단호하면서도 그의 가슴으로 파고들기에 충분히 날카로웠다.
열다섯 살의 고트프레드(Godfred Kirk Christiansen)는 아버지 올레(Ole Kirk Christiansen)를 도와 나무 장난감 공장에서 일했다. 어린 아들 눈에 비친 아버지의 일하는 모습은 숨이 막힐 만큼 느렸고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빡빡했다. 그런 아버지 때문인지 공장 일은 지루하고 답답하기만 했다. 고트프레드는 이 상황을 깨트리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마감칠을 두 번 하고 건조한 장난감들을 살펴봤다. 아버지의 지침은 세 번의 마감칠이지만 그의 눈앞엔 세 번 칠한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장난감이 놓여 있었다. 마지막 칠을 하지 않은 채 포장하고 아버지에게 자신이 생각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알리고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고트프레드가 마감칠을 두 번만 할 경우 재료비도 절감되고 제작 시간도 줄일 수 있다는 말을 하는 동안 아버지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돌아가 포장을 풀고 한 번의 칠을 더 한 다음 직접 배달하라는 불호령을 내리며 엄중한 경고의 한마디를 했던 것이다.
고트프레드의 폐부를 찌른 이 한마디는 그의 일부가 됐고 훗날 그가 만든 브랜드 ‘레고(LEGO)’를 견인하는 모토가 됐다. 그렇게 87년을 이어온 레고는 훌륭한 품질과 다양한 제품으로 나이와 국경에 상관없이 사랑받는 ‘최애’ 제품, 최고의 브랜드가 됐다.
‘LEGO’라는 브랜드명은 올레가 덴마크어의 조합 ‘leg godt(잘 놀다)’로 만들었지만 ‘LEGO’는 우연하게도 ‘나는 조립한다’와 ‘나는 수집한다’라는 라틴어이기도 하다. 브랜드 이름처럼 레고 마니아들은 ‘레고 브릭’으로 조립하고 수집한다.
나는 조립한다
말 그대로 잘 놀 수 있으려면 흥미와 재미가 있어야 한다. 나무 장난감 제조로 시작한 레고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1949년 플라스틱 조형기를 구매한 올레는 그 기계로 만들어진 영국 키디크래프트(Kiddicraft)사의 브릭을 보고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아이들은 매일 가지고 노는 똑같은 장난감을 어느샌가 지루해하지만 브릭으로 집을 만들면 아이들의 상상력으로 계속해서 다른 형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키디크래프트사의 허락을 받고 이 제품을 조금 변형해 ‘레고 브릭’의 전신인 ‘오토매틱 바인딩 브릭스’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타사의 제품을 참고했지만 품질에 대한 레고의 의지는 전혀 다른 제품을 만들어냈다. 당시 시장에 진출해 있는 브릭 제품들은 주로 건물 모양을 만들기 위한 벽돌 형태였다. 레고의 제품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 고트프레드는 자꾸 무너져 내리는 벽돌이 아이들의 창의력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쌓아 올리기만 하고 고정할 방법이 없다 보니 건축물 외에 동물이나 공룡 등 다른 것들은 만들 수 없어 아이들의 상상을 다 표현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고심 끝에 고트프레드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기존에 있던 돌기(stud)를 끼울 수 있는 튜브(tube)를 아래쪽 공간에 만들어 1958년 특허를 낸다. 이때 만들어진 ‘레고 브릭’은 60여년의 세월을 건너 현재의 브릭과도 호환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할아버지가 만들던 레고를 손자, 손녀가 가지고 놀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정교한 품질을 갖고 있는 것이다. 돌기와 튜브로 결합돼 허물어지지 않는 레고는 만드는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의 ‘내’가 레고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수집한다
‘나’의 어릴 적 추억을 간직한 레고는 아이가 어른이 돼서도 잊지 못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한 점 한 점 찍어 그림 그리듯 자신이 만든 레고를 보며 혹은 다른 이들이 만든 레고를 보며 그때를 추억하는 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그들이 어렸을 적 레고는 ‘시스템’이란 범주로 실제 세상을 축소해 만든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축소판으로 만들어진 레고를 모으면 하나의 소우주를 만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삶이, 관심사가 변할수록 제품의 가짓수도 늘고 복잡해져만 갔다. 레고는 ‘시스템’을 과감히 없애고 사람들이 관심과 흥미를 갖는 테마별 시리즈를 출시했다.
레고의 ‘시스템’이 레고의 소우주로 사람들을 이끌었다면 레고의 ‘테마’는 삶 속으로 파고들어 삶의 일부가 돼간다. 언제 출시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레고의 품질은 창업자 올레가 약속했고, 레고의 흥미와 재미는 만드는 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잉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레고를 수집한다.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수집하기도 하고 어렸을 때 여러 가지 이유로 만들지 못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 수집하기도 한다. 이유야 어떻든 그들은 진정으로 만들고 싶은 레고를 어렵사리 구하고 정성껏 만들어 전리품처럼 특별한 공간에 전시한다. ‘내’가 만든 레고의 소우주가 ‘나’를 닮았고 ‘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87년이 지난 지금도 훌륭한 품질의 레고를 구매한 이들은 그들만의 훌륭한 레고 문화를 창조해낸다. 브랜드가 전하는 말이 고우면 브랜드에게 오는 말도 고운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