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글
브라운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제주의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이 트이고 머리가 맑아졌다..
‘글 쓰는 거야 선수들이니 분명 다른 게 필요할 거야.’
브라운은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블로그 형태의 매체를 기획하고 있었다. 작금의 블로그들은 글을 읽기도 전에 눈을 지치게 한다. 온갖 블로그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글꼴 만이라도 정리되면 가독성이 높아질 텐데.’
브라운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자리에 돌아온 브라운은 노트북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한 올 한 올 뜨개질 하듯이 기획서를 써 내려갔다. 고민을 하고 단어를 고쳐쓸수록 내용은 탄탄해졌고 글 쓰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매체로 점점 바뀌어 가고 있었다. 브라운은 이 새로운 매체가 씨앗이 되었으면 했다. 글 쓰는 이는 글 쓸 맛이 나고 읽는 이는 읽는 재미가 쏠쏠한 매체로 작가와 독자를 이어 거대하고 무성한 나무가 될 씨앗말이다.
‘건강한 생태계가 되려면 탄탄한 씨앗부터겠지.’
브라운의 기획서 끝은 탄탄한 씨앗이 뿌려져 만들어 갈 건강한 작가 나무와 울창한 독자 숲을 향해 있었다.
브라운은 확신에 찬 미소를 띠며 기획서를 써 내려갔다.
그린은 카페에 앉아 글을 쓰고 있었다. 작가는 아니었다. 글을 쓰는 것을 배운 것도 아니다. 그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흔하디 흔한 블로그에 글을 남기며 내용도 모양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그 흔한 블로그에 흔적을 남길 수밖에...
‘누가 책을 내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야지.’
그렇더라도 뭔가 부족했다.
멍하니 앱 스토어에 새로운 앱을 바라보고 있는데 펜촉 같은 아이콘이 휙하니 지나갔다. 글쓰기 어플인가? 다시 한번 지나간 화면을 되짚어 보았다. 브라운의 소문자 b에 펜 모양의 아이콘이었다.
브런치
brunch
이름이 독특하단 생각을 했다. 보고 있자니 갑자기 접시에 프레젠테이션되어있는 한적한 노천카페의 브런치가 떠올랐다. 신선해 보이고 때깔 좋은 브런치는 접시 하나에 담길 뿐이지만 아침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진수성찬 아니던가. 커피 한잔과 함께 먹으면 정말 행복해지는데... 하며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브런치 앱을 살펴보고 그린은 잠시 멍해졌다.
‘어떻게…?’
그린이 여타 블로그에 목말라하던 모든 것을 다 해결하고 있었다. 미려하고 가독성 높은 글꼴이 반찬처럼 차려져 있고 사진이나 그림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었으며 강조하거나 요약할 수 있는 아이콘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나면 마치 편집 디자인을 한 것처럼 글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일품이었다.
브런치 사이트에서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느낀 그린은 그동안 썼던 글들을 정리해서 하나씩 에디터에 입력해 보았다. 입력이 끝나면 앱으로 글을 읽었다.
‘아 이런…’
문제가 생겼다. 글과 사진이 멋지게 배치된 글을 읽노라니 오히려 자신의 글을 쓰는 수준이 말이 아니다. 다시 써야겠다는 생각이 그린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배너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의 메시지를 불어대는 피리 부는 아저씨였다.
당신의 글이 책으로 출간됩니다.
브런치에 쓰는 글이 책이 될 수도 있다는 문구를 보며 그린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린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는 아니더라도 ‘생각 있는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다. 처음 쓴 글을 읽으며 잘난 척 대마왕에 엄청난 학자라도 된 양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몸서리를 쳤다.
브런치가 읽기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은 만큼 자신의 글도 거기에 맞춰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쓰리라 결심했다.
그린은 새로운 마음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지식을 씨실 삼아 지혜를 날실 삼아 삼배를 짜듯이 정성을 다해 글을 지었다.
‘정성이 깃든 것은 무엇이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그린은 자신의 글이 씨앗이 되어 책이라는 열매가 되는 상상을 했다. 그러려면 씨앗이 튼튼해야 한다. 쭉정이 거나 약한 씨앗은 땅에서 썩거나 더 이상 자라지 못하고 죽고 만다. 싹을 틔우고 줄기가 자라 열매를 품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알차고 실한 씨앗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글이 읽는 이에게도 씨앗이 되리라.
그린은 의자를 고쳐 앉고 자세부터 바로 했다. 그리고 한 올 한 올 자신의 씨앗을 지어나갔다.
간혹 열매의 달콤함만을 바라보며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는 그들이 일군 씨앗의 힘은 잊고 만다. 하지만 훌륭한 브랜드의 사례들을 보면 알찬 씨앗으로 출발하여 울창한 나무가 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훌륭한 씨앗 하나가 가지는 힘이다.
브랜드텔링은 말을 전하는 기교가 아니다. 브랜드가 태초에 품고 있는 생각은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브라운의 시선은 그린 같은 이를 향하고 있었고 그린은 브라운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지 않았어도 브라운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브랜드텔링은 다만 태초의 생각과 현재의 모습을 듣는 이에게 이어주는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찾는 방법일 뿐이다.
"쌀 한 톨을 밥상에 올리기까지는 농부가 일곱 근의 땀을 흘려야 한다" 라는 말이 있다. 농부가 흘린 일곱 근의 땀을 그리고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을 듣는 사람들이 농부의 노고에 공감하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1화부터 4화 까지는 브랜드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정리했고 5화부터 16화 까지는 브랜드가 말하는 브랜드텔링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18화부터는 브랜드가 하려는 말을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해석한 글을 연재합니다. 혹시 놓치는 부분의 여백은 독자분들이 채워주시길 바라며 글을 이어나갈까 합니다. 모든 이를 위한 댓글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