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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Jul 29. 2024

“자연에 진심입니다.”

Patagonia | 파타고니아

파타고니아는 뼛속까지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한다. 창립자 이본 쉬나드 Yvon Chouinard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첫 번째 비결은 자연이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다. 소명을 발견한 이후 그는 환경보호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실천했다.

파타고니아는 제품을 통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며 성장했다. 그들은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걸쳐 빙하를 이룬 천혜의 지역 ‘파타고니아’를 이름으로 선택했다. 지구의 모든 곳을 파타고니아처럼 만들고 싶다는 이본 쉬나드의 꿈처럼, 파타고니아의 진정성은 1973년부터 현재까지 일관성 있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드러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한마디로 자연에 진심이다.


태생부터 자연을 위한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열정적인 등반가였다. 열네 살의 그는 샌 페르나도 계곡의 팔콘 둥지가 있는 절벽을 향해 암벽을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생사의 경계를 정교하게 넘나들 때마다 심장은 터질 듯 쿵쾅거렸다. 살아있는 느낌이었다. 더 어려운 코스를 선택해서 도전할 때 일부 코스는 연철 피톤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피톤은 암벽을 오르며 갈라진 바위틈에 끼워 넣어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기능을 하는 장비다. 연철로 만들어진 피톤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지 못했다.

1957년 열여덟 살이 된 이본은 강한 소재의 크롬-몰리브덴로 된 피톤을 손수 제작해서 사용했다. 장비의 기능이 검증되었을 때 등반가들에게 판매했다. 피톤을 찾는 이가 많아지자 1965년 이본은 항공엔지니어였던 톰 프로스트와 ‘쉬나드 이큅먼트’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1970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등반 장비 회사가 된다. 이본은 모든 것이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엘 캐피탄 봉우리의 노즈 루트가 심하게 망가진 것을 보았을 때 산산조각 났다. 등반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피톤을 바위에 박고 빼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암벽을 이루는 바위가 흉하게 망가져 갔다. 사업이 흥할수록 아름다운 자연이 파괴되고 있었다. 결국 생산을 중단하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한다. 그 제품은 손으로 밀어 넣을 수 있고 사용 후엔 쉽게 제거할 수 있는 알루미늄 초크였다. 제품을 판매할 때 자연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하는 시에라 등반가 더그 로빈슨의 ‘클린 클라이밍 Clean Climbing’에 관한 글도 함께 실었다.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암벽을 손상시키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며 등반할 수 있는 내용이다. 등반가들을 향해 진심 어린 목소리를 낸 이본 쉬나드는 자신의 제품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며 등반을 즐길 수 있는 기반을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 갔다. 하지만 여전히 이본은 불안했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자연 속에서 활동이 자연을 망가뜨리는데 한 몫한다는 사실을 지켜볼 수 없었다. 그는 멈추지 않고 고민했다. 마침내 자연에 해를 주지 않고도 충분히 기능성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이본은 1973년 아웃도어 의류를 중점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론칭한다.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와 칠레 양국에 걸쳐있는 지역으로 빙하가 지나가며 만들어진 절경을 품고 있지만 바람이 거세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아름다운 지역이다. 마젤란 원정대가 이곳을 발견했을 때 장신의 떼우엘체 족을 보고 거인족 파타곤 patagón이라 말한 것이 지명이 됐다. 이본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진두지휘 하며 자신의 신념을 브랜드에 심기 시작했다.


자연을 덜 해치는 품질

브랜드의 태생적 가치는 계속 돌보아 주지 않으면 변질된다. 특히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을 때 여기저기 눈치 보다가 줏대 없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브랜드가 태어났을 때부터 현재까지 브랜드를 바라보고 있는 고객은 브랜드의 태생적 가치에 매력을 느낀다. 만일 명확한 기준으로 태생적 가치를 지키지 못한다면 브랜드와 오랜 시간 함께 한 고객들이라도 하나 둘 떠나간다. 파타고니아는 이본 쉬나드에 의해 명확한 기준을 확립했고, 그 기준을 사랑하는 고객들과 함께 공유한다.

어릴 적부터 등산을 즐긴 이본 쉬나드는 등반가의 경험을 토대로 의류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엉덩이 부분에 이중으로 덧댄 코듀로이 바지, 럭비팀의 튼튼하고 이전과 달리 화려한 셔츠를 등산용 상의에도 활용하는 등 기존 등반복과 다른 파타고니아 의류는 이본 쉬나드의 예상대로 획기적인 반응을 얻었다.

파타고니아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를 모토로 삼았다. 파타고니아의 엄격한 기준의 우선순위는 꼭 필요한 기능과 튼튼함이다. 그 순위의 맨 꼭대기에는 자연과 예상치 못한 위기로부터 사람의 몸을 보호하는 것이 있다. 즉, 그들의 기준은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신념으로 귀결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면 자연에 주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가 말하는 최고의 제품은 기능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쉽게 해지거나 망가지지 않고 오랜 세월 애용되는 제품을 의미한다. 언제든 수선이 용이해 아버지가 아들에게 또 그 아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제품이야말로 불필요한 생산을 줄이고 자연에 입히는 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이것이 바로 지구를 살리는 시작이라 믿는다. ‘자연을 최대한 덜 해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가 그들의 사명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의 지구를 살리는 일은 제품의 소재 선택에도 적용된다.

파타고니아는 소재의 당위성에 의문을 던지고 당연히 선택되어야 하는 소재를 자연의 입장에서 한번 더 곱씹어보기로 했다. 주로 사용되는 소재를 대상으로 환경평가를 실시했다. 환경을 가장 많이 해치는 소재는 놀랍게도 면이었다. 면을 재배하는 동안 사용되는 농약이나 살충제가 자연에 주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감지한 파타고니아는 1994년부터 18개월 동안 66개 제품을 유기농 목화로 모두 대체했다.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해 재배한 일반 목화로 생산할 때보다 비용은 증가했다. 하지만, 유기농 면으로 만든 티셔츠는 피부에 자극이 없고 촉감도 부드러웠고 땀냄새와 염분 자국이 남지 않아 마니아들 사이에 최고의 아이템이 됐다. 2년 만인 1996년 파타고니아는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으로 대체했다. 1997년에는 헴프 hemp라는 새로운 소재를 찾아냈다. 헴프는 물과 거름만으로도 훌륭히 잘 자라는 작물이기 때문에 목화를 대체할 수 있는 소재였다.

자원을 재생해서 사용하는 것 또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 파타고니아는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약 2800만 개의 플라스틱 공병을 재활용해 신칠라 스냅 티를 만들어 판매했다. 이밖에도 고객들이 못 입게 된 옷을 재생산하여 새로운 섬유로 만들어 6년여 동안 의류 34톤을 만들었다. 파타고니아의 소재 선택은 파타고니아만의 독특하고 차별화된 모습과 색깔을 완성했다. 브랜드 만의 독특한 비주얼 정체성이 생긴 것이다.



자연에 내는 세금

파타고니아는 줄이고 reduce, 고쳐 쓰고 repair, 재생해서 쓰고 reuse, 재활용하고 recycle, 이 모든 것에 발상의 전환 Reimagine을 더해 지구를 살리면서 더 창의적 방편을 마련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5R은 파타고니아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노력이다. 인간은 자연의 자원을 소모시키며 살아가게 된다. 동시에 인간은 자연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파타고니아는 직시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파타고니아는 사용될 수밖에 없는 지구의 자원에 대해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이며 지구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자체적으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정한다. 1980년대 초 비영리 환경단체에게 수익의 2퍼센트를 기부하는 것을 시작으로 1985년에는 회사 수익의 10퍼센트 정도까지 기부해 나간다. 현재 그들은 매년 매출의 1%나 이익의 10% 중 더 큰 금액을 ‘지구세’로 기부하며 강과 숲을 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모든 발걸음엔 자연을 해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나타난다.


패키지에 쓰인 환경보호에 대한 정보, 광고 속에서 보이는 환경을 아끼자는 말들, 수 없이 보게 되는 기업 혹은 브랜드들의 지구를 보호하자는 말에 늘 의문이 생겼다. 실제 저 문구가 행동으로 이어질까? 신뢰할 수 없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를 바라보면 의심과 의문은 사라지고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살아있는 한 그들은 지속할 것이란 걸 암묵적으로 수긍하게 된다. 얼마 전 파타고니아가 아닌 브랜드의 옷까지도 무료로 수선해 주는 파타고니아의 활동을 보며 생각했다.


파타고니아는 자연에 진심이구나!



브랜드의 진심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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