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net Studio| 아크네 스튜디오
브랜드는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자아표현적 편익 Selfish Benefit을 줄 수 있다. 브랜드 정체성과 개성이 뚜렷하다면 그와 비슷하거나, 브랜드처럼 되고 싶은 사람들이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자신을 표현한다. 브랜드를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생성되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들은 팬이다. 이런 경우 브랜드텔링은 그들의 생각과 어투를 닮아있다.
아크네 스튜디오 Acne Sudio는 유명인들에게 청바지를 선물하고 유명해지면서 스웨덴의 3대 청바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꿈이 락커였던 창립자는 패션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아크네 스튜디오는 패션의 이단아와 같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트렌드를 경계하는 이들의 최종 선택지로 자리 잡 는다.
화려한 파란빛 데뷔
199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새로운 표현을 창조하고 싶은 열망'으로 네 명의 친구가 똘똘 뭉쳐 ACNE(Ambion to Create Novel Enterpises)라는 필름,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에이전시를 설립한다. 때로는 영화나 영상 디렉터, 뮤지션, 패션 디자이너도 되는 등 변화무쌍한 능력 자들의 모임이 아크네의 첫 모습이었다. 락커가 되기 위해 스톡홀름 에 정착한 조니 요한슨 Jony Johansson은 아크네에 매력을 느끼고 몸담게 됐다.
조니 요한슨은 패션으로 눈을 돌렸다. 당시는 스웨덴의 전통 의류 산업이 약해지고 새로운 패션이 등장하던 때였다. 제3세계의 노동력을 이용해 빠르게 선보이고 사라지는 패션으로 큰 이윤을 냈던 H&M 같은 SPA 브랜드가 대세였다. 스웨덴의 전통적인 의류산업을 중시했던 요한슨은 영혼 없이 만들어진 패션이 이윤만 추구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는 여전히 효과적이고 창의적이며 스웨덴다운 패션이 있을 거라 믿었다.
요한슨은 가지고 있던 돈을 최대한 긁어모아 청바지 100벌을 제작했다. 청바지를 즐겨 입던 기억을 더듬어 1970년대 스타일의 일자로 된 스트레이트 진을 만들기로 했다. 생지 데님이라는 정통 진에 빨간색 실로 스티지를 넣어 다섯 개의 주머니가 있는 청바지를 제작했다. 뒤쪽 허리춤 가죽엔 'ACNE'라는 네 글자만을 의기양양하게 새겨 넣었다. 그는 청바지를 판매하지 않고 선물했다. 바로 알음알음 알던 패션계의 유명인사,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영화 제작자, 그리고 힙스터들에게 말이다.
선물 받은 이들은 아크네 청바지를 입고 다녔고 사람들은 그들이 입은 청바지에 호기심이 생겼다. 익숙하나 무엇인가 다른 ACNE를 입고 싶어 했다. 이 열풍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스웨덴의 패션잡지 ‘엘르’, 영국의 ‘월페이퍼', 프랑스의 '보그 파리'에 ACNE 청바지가 소개됐다. 이런 기이한 열풍은 ACNE를 스웨덴의 3대 청바지 브랜드로 끌어올렸고 2000년대 스키니진 열풍과 함께 유명인들이 입는 데님 브랜드가 됐다. 그리고 2006년 조니 요한슨이 이끄는 패션그룹은 ACNE에서 분리되어 아크네 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패션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패션은 어떤 이의 삶이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사람들의 삶 깊숙이 파고 들어가 숨겨진 내면을 찾도록 도와준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연속선상의 삶에서 사람이 진정으로 원했지만 잘 모르고 있던 모습을 끄집어낸다. 조니 요한손이 낙서처럼 끄적이다 만들어 낸 사각형 안 표정 없는 모습의 이모지 페이스는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스웨덴 사람들의 모습이다. 겉으론 다양한 표정으로 살아가면서도 알맞게 균형 잡힌 삶을 사는 스웨덴 사람들의 내면의 모습을 담백하게 표현한 것이다.
삶을 관찰하고 정수를 뽑아내 간단명료하게 스웨덴 사람을 표현했듯이 아크네 스튜디오는 협업을 통해 함께 하는 크리에이터의 삶을 패션으로 표현했다. 2017년 가을, 겨울 컬렉션에서 데님 라인을 푸른빛을 가진 예술이란 뜻의 '블라 콘스트 (Bla Konst)로 명명하고 아티스트이자 서퍼 그리고 뮤지션인 알렉스 노스트 Alex Knost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알렉스 노스트는 블라 콘스트에 자신의 삶을 끌어들였다. 파도를 즐기는 서퍼로써의 패션 스타일, 옷장에서 받은 영감, 뮤지션으로써의 감성 등 전생애를 거쳐 자신이 가지고 있는 패션에 대한 가치관으로 '블라 콘스트'를 만들었다.
조니 요한슨이 돈을 긁어모아 붉은 실 스티치 아크네 청바지를 만든 것처럼 알렉스 노스트는 자신의 푸른빛 삶에 예술적 표현을 얹어 데님 예술로 재탄생시켰다. 알렉스 노스트가 일상에서 찾아낸 표현들은 개인 한 명의 예술적 표현에만 머물지 않았다. 고객들은 자신의 삶과 닮아 있는 옷을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마치 자신의 옷장에서 있을 법한 익숙함에 이끌렸을 것이다. 블라 콘스트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아크네 스튜디오의 모든 행보는 예술과 밀접하다.
패션은 예술이다.
아크네 스튜디오를 이끄는 조니 요한슨은 앤디 워홀의 예술을 사랑했다. 대량 생산이라는 상업적인 관점에서 예술을 바라본 팝 아티스트 워홀의 생각과 상업적 성공을 위한 창의적 활동을 하는 그의 관점과 닮아 있다. 어쩌면 워홀의 '예술도 상품이며 상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라는 관점을 지향하고 따랐을지도 모른다. 예술과 상업의 접점에 팝아트가 있었듯 창의와 실리의 접점에 아크네 스튜디오가 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예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패션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예술적 의외성을 패션에 적용하며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옛 것에서 현대적인 미를 창조하기도 한다. 2013년 가을, 겨울 컬렉션은 포토그래퍼 카테리나 옙 Katerina Jepp과 협업하면서 국립 파리 의상 박물관 팔레 갈리에라 Palais Galliera에 보관된 복식을 모티브로 새로운 옷을 디자인했다. 과거의 것을 현대적인 것으로 재창조하는 아크네 스튜디오의 독특한 시선이 돋보이는 컬렉션이었다. 과거의 삶을 살았던 복식을 패션이라는 예술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연결한 이 시도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번뜩이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후에도 아크네 스튜디오는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여 독특한 창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매해 컬렉션에서 새로운 것을 내보이는 아크네 스튜디오의 생각과 행동은 그 자체로 아크네 스튜디오를 규정하는 기준이 되어 버렸다.
이모지 페이스가 있는 맨투맨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팍팍한 현 실 속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도 모두 가슴속에 특별함이 있다.'라는 메시지가 떠오른다. 겉으로 보면 늘 똑같은 루틴으로 반복되는 삶이지만 그 삶 속에도 새싹 같은 예술적 모티브가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내 삶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고 그런 '나'는 적어도 나에게 특별한 존재이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모두에게 담긴 특별함을 발견한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과 같지 않고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으니 '내 삶은 곧 예술이다!’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는 듯 느껴진다.
너와 나, 우리 모두는
모두가 특별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