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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Sep 16. 2024

"따뜻한 이웃과 나누세요."

당근마켓

플랫폼 브랜드의 역할은 둘 이상 그룹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플랫폼 서비스는 서로 다른 그룹이 온라인에서도 가치를 맞교환하는 가교 역할을 하며, 언택트 시대에 더 큰 호응을 받는다. 그들에겐 매개 역할 자체가 핵심 가치다. 브랜드의 목적이 분명할수록 컨셉은 명확해지고 사용자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도 선명하다.

두 명의 동업자가 2015년에 창업한 당근마켓은 판교에서 IT 관련 중 고품을 거래하는 '판교장터'라는 앱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서비스에 '지역연결'이라는 확고한 목적을 심으며 가입자수를 크게 늘려나간다. 당근 마켓의 확고한 컨셉은 지역별 다채로운 소통의 기회를 만들며 성숙한 서비스로 자리 잡고 있다.


가치를 매개하는 플랫폼 서비스

가치 교환의 가장 오래된 형태는 물물교환이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맞교환하며 필요와 욕구를 충족했던 것이 인류가 행한 가장 최초의 거래였다. 캐나다 북서 해변에 거주하고 있던 인디언들은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거래 행위를 만들었다. 선물은 물건뿐만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까지 나누니 기분 좋은 거래다. 그들은 축제라는 공인된 거래의 장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물건을 선물 형태로 교환했다.

석기시대에 이루어진 물물교환은 잉여물품을 부족장에게 바친 후 부족장이 각 부족에게 물품을 분배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청동기 시대의 거래는 다른 부족, 지역 간 교류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거래의 물리적 공간이 확대된 것이다.

잉여 물건이 많아지고 거래의 장이 확장되면서 쇠붙이나 금, 은 등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것들로 교환의 수단이 바뀌었다. 결정적으로 공인된 화폐가 생기면서 거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사고파는 개념의 거래가 생겼다. 상인들은 한 곳에서 물건을 사고 다른 곳에 물건을 팔며 상거래를 발전시켰다.

전 세계를 이동해야 했던 거래는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탄생으로 손바닥 위에서 이루어진다. 물물교환은 사라졌지만 구매자는 판매자의 물건을 인터넷 뱅킹이나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원하는 것을 언제든 구매한다. 새로운 거래의 방식은 편의성과 더불어 자율성을 높여주었다. 이는 기업부터 개인까지 누구나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도와줘 현재 모바일 거래 시장은 인산인해다. 그러나 폭발적인 거래량은 경쟁을 심화시켜 가격 낮추기 경쟁으로 이윤이 줄거나, 익명성을 악용한 범죄로 이어지는 등 부정적 효과가 생겼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게하는 모바일 상거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제조사와 유통상들은 울타리를 치고 자신들만의 컨셉으로 무장된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플랫폼이란 용어는 중세 프랑스에서 주위보다 높으면서 평평한 장소를 일컫는 말이었다. 즉, 경계가 없는 땅에 구획을 정해놓고 특별한 목적과 용도에 맞게 활용하는 공간을 말한다. 이 개념은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획을 정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한 가지 형태로 진화했다. 명확한 목적과 역할을 규정하고 차별화된 컨셉을 가진 플랫폼 서비스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한다.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편익을 주고 선한 영향력으로 거래를 매개하는 브랜드들이 지지를 받고 단단해져 간다.

당신 근처에 있는 사람들

중고거래 서비스 당근마켓도 그중 하나의 플랫폼 브랜드다. 판교 장터라는 앱으로 중고거래 비즈니스를 시작한 플랫폼 서비스는 2016년 당근 마켓이란 이름으로 브랜드명을 변경했다. 가까운 지역 내에서의 중고물품거래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당근 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원가입 절차에 번거로운 과정 하나를 첨가했다. 이용자들은 가입 후 동네 인증을 해야 하고, 동네의 영역은 반경 6Km 이내로 한정된다. 가입한 사람에게는 설정된 지역 외의 중고 물품은 보이지 않는다. 시간적 공간적 한계 없는 모바일 비즈니스에서 스스로 공간적 제약을 가지고 그에 따른 브랜드 명을 선정한 배경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당근마켓은 1차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겨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에는 아껴 쓰고, 서로 나누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예로부터 이웃과 함께 위기를 이겨 내며 합심하며 살았던 것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 번째로 사기 거래를 막기 위함이었다. 중고물품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고, 그중 가장 위험한 것은 사기거래였다. 돈은 받고 다른 것을 넣어 보낸다든가 혹은 아예 보내지 않는 사기 범죄가 중고거래의 가장 큰 리스크다. 거래 규모가 전국적이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하고 구매할 수 없는 맹점을 파고든다. 그래서 중고거래에서 가장 신뢰 있고 확실한 거래는 당사자간 직거래인데 중고 물건 하나를 사고팔기 위해 먼 거리를 갈 수는 없다.


주변의 따뜻한 이웃

당근 마켓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람끼리 믿을 수 있는 직거래의 환경을 만들었다. 동네 인증을 거쳐야만 사고팔 수 있으니 위험 요소 하나를 없앤 셈이다. 직거래로 거래한 당사자 간에 신뢰가 생기면 그들 사이의 다음 거래는 택배 거래가 될 수도 있다. 반경 6Km 안의 사람과 거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웃이라는 생각도 갖게 된다. 아나바다 정서로 볼 때 조금 손해 보고 팔아도 손해 보고 사도 내 근처에 있는 사람이 과거에 내 것이던 것을 애정을 갖고 써주니 기분도 좋아진다.

당근 마켓은 고객들마다 온도를 부여한다. 36.5도로 시작하는 매너 온도는 활발하게 이웃 간 거래를 하고 거래한 후 받은 칭찬과 후기, 매 너 평가, 최근 거래 횟수 등의 데이터로 온도가 오르락내리락한다. 매너 온도가 높은 따뜻한 사람일수록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고 매너 온도가 낮은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고 거래해야 하는 느낌을 받는다.

매너 온도 앞에선 판매하는 사람이든 구매하는 사람이든 모두 공평하다. 판매하는 사람도 구매할 사람을 신뢰해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 중고거래이기 때문이다. 매너 온도는 말 그대로 따뜻한 이웃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인 셈이다.

판매가격을 0원으로 설정해 나눔을 하거나 원하는 제품과 자신의 제품을 물물교환하기도 한다. 가상공간에서 우리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거래의 본질적인 가치교환 행위를 실현한다. 아나바다이다. 글로벌한 세상 속에서 반경 6Km 내에 사람들만 거래할 수 있는 당근 마켓은 2020년 월 사용자수가 1000만을 돌파했고 다음 해 2021년에

주 사용자 수가 1000만을 돌파했다. 누적가입자는 2000만 명인 당근마켓은 이 플랫폼 서비스를 가지고 2019년 KARROT이라는 이름으로 영국에도 진출했다.

플랫폼 서비스 브랜드가 모여든 사람들을 외면하고 존중하지 않으면 그 서비스는 반드시 다른 플랫폼으로 대체된다. 당근마켓의 브랜드텔링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혹할 만한 이벤트나 할인이 아니라는 단순한 사실을 알려준다. 플랫폼 속에서 서로가 존중하고 모든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공간을 만드는 시도는 가치 있다. 그 속에서 누군가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고 스스로 가치 있게 느껴진다면 모든 거래가 선물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서로가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브랜드가 가진 최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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