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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Jan 24. 2021

아빠의 수상한 시골생활

두집살림은 아니겠지


 눈으로 보지 못한 것은 모호하다.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아이들이 처갓집에 있을 때, 내가 거주하는 시골에 대해 무척이나 궁금해했다.      

 

아빠는 시골에서 뭐해?

시골집은 어떻게 생겼어?

몇 층이야?

회사는 어떻게 생겼어?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고, 그때그때 아이들 수준에 맞는 답변을 해주었다. 어느 날 일곱 살인 첫째가 당황스러운 질문을 했다.      


‘아빠, 혹시 시골에서 다른 사람이랑 결혼해서 애기들 키우고 있는 거 아니야?’ 옆에서 듣던 아내와 장모님까지 모두 웃음이 터졌다. ‘푸하하. 왜 그런 생각을 했대?’      


‘아니~ 애들이랑 너무 잘 놀아주니까 거기서도 애기 키우나 했지’

그 정도 심적, 물적 여유는 없다고 알려줬다. 아, 물론 여유가 있어도 그러지 않을 거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내가 근무하는 시골로 아이들이 처음 놀러왔다. 여기저기 둘러보던 첫째가 아파트 놀이터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      

‘아빠, 왜 놀이터가 있어? 여기 애들도 살아?’

 읭? 당연히 애들도 살지.     


‘진짜? 나는 아빠들만 사는덴 줄 알았지~’

아이 입장에선 다른 가족들도 아빠만 시골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법하다. 귀여운 상상이다.      


 아이들에겐 시골이 달나라만큼이나 신비로운 공간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도 조금 든다. 상상력이 더 자극되게, 사람들이 날아다닌다던가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얘기해볼걸 그랬나.      


사실 네 살 막내에겐 아직 통할 법도 하다.      

요즘 막내가 아빠 회사를 부쩍 궁금해한다. 수시로 ‘아빠 회사 어디야? 왜가? 갔다가 왜 왔어?(읭?) 나도 가고 싶어’ 라며 관심을 보인다.      


아빠 회사는 물속에 있다고 말해볼까..?   거북이가 사는 용궁이 떠오르겠지?


뭐, 잠수함을 타본적도 여러 번이니, 꼭 틀린 말은 아니다.      




좋아. 오늘부터 아빠의 수상한 시골생활에 이은 수상한 회사생활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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