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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픽셀스토리 May 11. 2021

장미의 계절

장미를 맛있게 찍어 보자

프롤로그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리우는 5월이 왔습니다.

온 세상의 초록과 연두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유한 색감을 산하에 수놓아 그야말로 삼천리 금수강산이 온통 초록의 향연에 푹 빠져 있는 계절입니다.  저는 이렇게나 많은 초록색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경이롭게 느끼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이 계절 그 짧은 찰라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 호흡합니다.


이외에도 나에겐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한 치의 여운도 남기지 않고 빼곡하게 올라오는 초록 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꽃의 향연입니다.

논두렁과 밭두룩에 가득히 피어나는 냉이꽃들과 노오란 양지꽃, 그보다 더 작은 봄까치꽃들도 아직까지 건재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앉아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지만, 현대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이 눈치 채기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날마다 스치고 지나가는 도로 옆 산이 시작되는 숲 언저리를 지금 조금만 눈여겨 본다면 햐얗게 눈이 내린 찔레꽃들이 금방 눈에 들어 올 겁니다. 운이 조금만 좋다면 해당화와 작약꽃밭을 마주할 수도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이팦, 조팦나무의 화려함을 뭐라 말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알아채지도 못할 이 무수한 들꽃들을 뒤로 하고, 이제 꽃의 여왕, 장미꽃들이 그 위용을 자랑하기 시작합니다. 여왕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이니까요.  

곡성 기차마을이나, 조선대학교 교내 등에 너무나도 멋진 장미화원이 있다고 합니다만, 많이 알려진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여수에 사는 저에겐 접근성이 떨어져 무의미한 출사 후보지입니다. 그러나, 저는 운 좋게도 사는 곳 가까운 이순신공원(웅천/여수)에 장미화원을 가지고 있는데요. 비록 그 규모면에선 이렇다 할 내세울 것은 없습니만, 제겐 자주 들락거리며 편하게 찍을 수 있는 좋은 출사지 중의 하나입니다. 이웃사촌이 최고이듯이 가까운 곳의 출사지야말로 취미 사진작가에겐 최고의 출사지입니다. 아마도 지금쯤 장미꽃들이 피어나고 있을 것 같은데요. 가슴 한 켠이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장 비


저는 제가 가지고 있는 소니 미러리스 3세대바디인 A7R3 바디와 90mm-접사(매크로)렌즈 및 100400mm-망원렌즈를 사용하여 장미의 디테일을 이미지로 담아봤습니다. 90mm접사렌즈에 접사링을 추가로 연결해서 초접사촬영도 시도해 보구요. 겹겹히 쌓인 장미꽃잎들의 디테일을 잡아보는 추상접사도 제가 즐기는 접사 촬영의 묘미입니다. 접사 시에는 심도가 상당히 얕아져서 조리개를 많이 조여 줘야 할 필요가 있고(물론 반대로 조리개를 개방하여 추상적인 접사이미지를 촬영할 수도 있어요.), 100400mm렌즈를 400mm로 땡겨서 촬영할 경우에 최소 셔터속도가 제한 요소로 대두될 수도 있음으로 삼각대 또한 챙겨야 할 장비입니다. 2배 컨버터도 챙기구요. 여기에 여분의 조명이 필요할 수도 있음으로 지속광 조명을 하나 챙깁니다만, 과연 필요할까요?


   1. 바디=  소니 미러리스 a7r3

   2. 렌즈=  SEL90MAF28, SEL100400GMF4.6~5.6, 2x-converter

   3. 악세서리= 접사링, 삼각대, 지속광





꽃 촬영


꽃 촬영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들이 아래와 같다고 많은 글에 나열되어 있습니다만, 전 이 원칙들을  가급적 무시(?)하고 찍어 볼려고 합니다만 쉽지가 않더군요.

제가 장미꽃을 촬영하는 영역은 아마도 장미꽃 전체를 담는 준접사에서부터 꽃잎의 디테일을 묘사할 초접사 영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  3분할 구도을 이해하고 적용하자.

   2,  배경, 피사체, 색감을 단순화하자.

   3,  배경과 피사체를 떨어뜨려 배경에 효과적으로 블러를 만들자.

   4.  전경으로 있는 꽃들 사이를 뚫고 지나서 있는 꽃을 찾아 렌즈를 들이대자.

   5.  역광을 사랑하자.

   6.  수동으로 칼핀하자.

   7.  피사체의 모든 디테을을 표현하거나, 특정 부분만 포커싱하거나...




날씨


출사 시간은 일단 일출 직후에 동쪽으로 낮게 드리운 부드러운 아침 황금빛 햇살을 역광 가득히 프레임에 채울 수 있는 아침 일출 직후 두어시간 정도가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이른 아침,늦은 오후, 하루에 두 번 만날 수 있는 골든아워입니다. 장미 잎들이 비교적 광택을 가지고 빛반사를 잘 함으로 배경에 빛망울들을 효과적으로 만들어 주긴 할 건데요. 새벽에 비가 살짝 내린 아침이라면 장미 넝쿨과 잎사귀, 그리고 꽃잎에 맺혀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방울이 만들어 내는 빛망울들의 향연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래 사진 이미지는 작년에 마주했던 비 온 후 아침에 촬영한 장미입니다. 참고로 저는 보케란 사진용어가 일본어원을 가지고 있고, 빛망울이란 아름다운 우리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난 뒤로부터는 빛망울을 애용하고 있습니다.


회사원인 내게 평일 아침 출사는 무리여서 휴일 아침 출사를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번 5월 4일 저녁에 비가 내렸습니다. 이 말인 즉, 5일 아침이 출사하기에 아주 좋은 날이라는 것이죠. 일기예보 상으로 아침 날씨는 분명히 맑음이었는데 실제로는 해가 올라올 때 동쪽 하늘에 구름이 끼여 있었고,  바람 영향인 지 몰라도 물방울들이 모두 말라 있어 빛망울을 볼 수 없었을 것만 같았지만, 다행히 해가 올라 오면서 구름이 어느 정도 걷혀 장미잎에 반사되어 빛나는 빛망울들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촬 영


정면으로 빛을 받는 순광 형태는 피사체를 극적으로 표현해 주질 못한 면이 있어 저는 역광 앵글로 꽃을 촬영하는 것을 즐깁니다. 특히 이른 아침, 늦은 오후에 낮게 기울어진 빛이 들어오는 골든아워라면 역광을 채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어쩌면 꽃맥의 디테일까지 눈부시게 펼쳐질 것입니다.   



그리고, 눈을 꽃 높이에 맞춰 꽃들을 관찰합니다. 이제 갖 피어 오르는 꽃, 다른 꽃들과 떨어져 홀로 피어 있는 꽃들을 찾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입니다. 곁꽃잎이 시들고 있는 꽃은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에 피합니다. 두세개 꽃이 군집을 이루지만 그 구성이 맘에 들지 않는 경우도 무시합니다. 재미있는 팁은 렌즈 가까운 곳 꽃들 사이 사이로 앵글을 들이밀어 그 앵글 끝에 존재하는 꽃을 찾아 보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들 꽃이 전경을 몽환적으로 만들어 주고 자연스러운 프레임을 형성하여 맘이 드는 이미지를 얻는데 상당히 큰 도움을 줍니다. 



배경을 주의 깊게 관찰합니다. 단순한 형태와 통일된 색감의 배경이야말로 꽃사진 촬영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통일된 형태의 배경을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은 조리개를 개방하고, 배경과 꽃의 거리를 벌려서 배경을 뭉겜으로써 배경의 디테일을 없에는 것입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피사체가 보이지 않는 배경을 갖는 이미지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꽃에만 시선을 집중하도록 하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비록 배경을 효과적으로 뭉겐 꽃사진이라고 하더라도 여러가지 색감을 가지고 있으면 이 또한 주의를 산만하게 만드는 요소이므로 가급적 한 가지 색감을 갖는 배경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두 가지 이상의 색감은 배경에 좋지 않습니다.


배경을 선정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꽃의 색감과 보색을 이루는 색을 찾는 것입니다. 요즘 같은 신록의 계절에 녹색 배경은 찾기가 매우 쉽습니다. 녹색의 보색은 빨간색입니다. 녹색 배경에 빨간색 장미 한 송이가 있는 이미지라면 이 장미꽃은 배경과 차별화되어 너무나 독보적으로 빛나 보일 것 입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가 찍고자 하는 꽃의 색감과 동일한  색감을 갖는 배경을  선택한 경우입니다. 주 피사체가 배경과 일체가 되어 주피사체인 꽃이 돋보이지 않습니다. 최소한 주 피사체인 장미꽃과는 다른 색 계열의 배경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색감이라면 동일한 색감도 인정할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처럼...



장미꽃 촬영을 즐기는 다른 방법은 장미꽃 위에서 수직으로 아래를 보고서 꽃의 윤곽을 촬영하는 방법입니다. 장미꽃잎이 겹겹이 쌓인 꽃일수록 효과가 좋습니다. 디테일을 확보해야 함으로 조리개를 f/8~f/11정도로 많이 조여준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미꽃잎이 나선형으로 흘려 가는 형태를 담는 것이 저에겐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중심을 삼분할법칙을 이용하여 위치시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대부분의 장미꽃들이 완전히 만개를 해도 암술과 수술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만, 더러 보여 주는 종류도 있습니다. 이 암술.수술을 가까이서 촬영하는 것도 좋더라구요. 



풀샷으로 장미를 촬영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매크로 렌즈를 사용하여 꽃잎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추상접사도 매우 재미있습니다. 요령은 가장 가깝게, 가장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을 찾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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