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동안..,

by 문성훈

혼밥을 하게 됐다. 나름 이름난 사무실 인근 순대국밥집에 들렀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좌석이 절반도 안찼다.
혼자이다보니 일부러 입구쪽 2인석에 골라앉았다. 깍두기, 김치, 들깨, 새우젓 종기까지 올려놓은 작은 탁자가 비좁긴해도 마음은 편하다. 이 집은 밤장사를 안하니 점심과 저녁에 몰리는 식사 손님이 전부다.
서빙하는 분이 생수병과 컵을 탁자에 내려놓지 않고 선 채로 자리를 옮기기를 권한다.
"아직 한산한데, 이쪽 너른 자리으로 오세요"
"아...네"
4인석으로 옮기고서야 병과 컵을 내려놓고 주문을 받는다.
순대국이 나왔다. 깍두기 두 조각, 김치 조금을 덜어놓는다. 남기면 누구에게도 득 될 게 없다. 부족하면 더 덜어먹으면 되니까...

물끄러미 아직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대국을 내려다본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도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아쉽고 부족한 우리끼리 위하고 기대어 살아야 하는데...? 왜 힘있고 가진 것들은 허구헌날 갑질에 특혜나 누리고, 이제는 젊은 것들까지 알랑한 학벌과 시험 성적을 계급장 삼아 지네들은 윗질로 살아야한다고 핏대 올리는건대..? 왜...왜?...왜 그래야 되는데..? 언제까지 이럴건대?'
서서히 손님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마냥 순대국 한 그릇 앞에 두고 제사 지내듯 할 수없어 후다닥 들이키고 자리를 비워준다.
계산하면서 보니 그제서야 벽면에 붙은 매직으로 삐뚤삐뚤 쓴 종이 한장이 눈에 들어 온다. <2호점 오픈... ㅇㅇ동 ㅇㅇ예식장 옆...감사합니다.> '그래... 잘 돼야지. 이런 때일수록...' 조금 위안이 된다.

돌아오는데 대낮부터 취객이 보인다. 길에 퍼질고 앉아 신세한탄이다. '무슨 곡절이 있는 걸까?... ' 방금 먹은 막창순대가 얹히는 기분이다.
건널목을 건넌다. 아까 식당오며 마주친 아주머니가 또 발걸음을 붙잡는다. 근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에 잠깐만 들르라는 거다. 그러면 티슈 한 박스를 준다. 물론 하등 분양 홍보에 시간을 할애할만큼 한가하지도 관심도 없다. 거절당하고 돌아서는 그 분의 허리가 굽었다. 할머니실지도 모른다. '하루 일당이 얼마길래...종일 한 사람도 호객을 못해도 일당은 주겠지?'
삼켰던 부아가 다시 올라온다.
'대낮부터 술로 위안받고...굽은 허리 안짱다리로 오가는 행인을 붙들고들 있는데... 어떤 놈은 수조재산 불법으로 물려받고도 갖은 수를 써서 죄값 안받으려 발버둥치고, 불과 두 달전 땅바닥에 머리 조아리던 것들이 언제 그랬냐는듯이 개싸움에 여념이 없고, 물러터진 놈이 차일피일 미루고 미루다 결국 원점에서 일 좀 하나했더니 산사의 휴가를 보내고 내려온 놈 패거리는 일할 시간 늘려야 일하겠다고 땡깡짓이다. 그러려면 왜 절에서 교과서 들춰보며 허송세월 보낸건데?
늬들 세비면 대낮부터 소주 붙들고 흔들리지 않아도 되고, 안짱다리로 티슈 들고 종종대는 할머니도 집에서 쉬실 수 있을지 몰라. 이 화상들아...'
미안해하다 화를 내다, 흐믓해하다 안타깝다가 다시 화가 난다.

세상이란 휴지통을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어내고선 재활용 봉투에 선별해 담고, 없어져야 할 것들은 불태워버리고 싶은 날이다.

훤한데 빗방울은 왜 또 떨어져...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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