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화1987>을 보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장면은 김윤석과 하정우가 만나는 대목이다. 카메라 앵글이 하정우(검찰)는 크게 김윤석(경찰)는 작게 비춘다. 그런데 정작 김윤석은 거만하게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있다. 다음 장면에서 하정우가 건넨 영장을 그 앞에서 찢어버리기까지한다. 무소불위의 권력,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경찰을 지휘하는 검찰마저도 권력자의 의중에 따라 경찰에게 겁박당하고 한없이 초라해 질 수도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초등학생도 알다시피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고 법치국가다. 즉,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법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라는 뜻이다. 오해하기 쉬운데 법치주의란 국민이 법을 잘 지켜야하고 법에 의해 심판받는다는 뜻이 아니고, 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은 권력자가 헌법과 법령에 따라 나라를 운영하고 국가를 통치하는 것을 일컫는다. 국가 권력의 핵심인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 중 사법권은 국민 개개인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다.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인식한다. 사법권이야말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수호자이면서 개인에게 직접적으로 행사되는 국가권력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 여론이 64%에 이른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사법부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고 삼권분립의 가치를 무너뜨리며 정권의 하수인 보릇을 자처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무리 튼튼한 성곽을 쌓았어도 내부의 적이 빗장을 열면 성은 금새 무너진다. 국민은 스스로를 지키기위해 관심과 성원으로 성곽의 돌을 지고 날랐다. 그런데 정작 수문장이 빗장을 열어 준 꼴이다. 새로 교체된 수문장 또한 그리 신임이 가지는 않는다. 법원은 사법파동이 벌어질 때마다 사법권 독립을 내세워 조직 내 자체해결을 강조해왔다. 속에서부터 곪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 대법원조차 개혁의지 없이 미적거리는 데는 이런 논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기 그지 없다.
사법권은 국민이 준 권력이다. 그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심과 성원이다. 그런데 신뢰가 무너졌으니 그 무엇으로도 버틸 재간이 없다. 빗장이 열린 김에 내부의 적을 쳐내야한다, 저자거리에 효수시켜 귀감이 되게 해야한다. 특조간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특별재판부 구성에도 반대해선 안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