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영화 읽기

어느 가족(2018)

일본을 생각한다

by 문성훈

내게 있어 일본은 증애(憎愛)의 나라다. 애증(愛憎)이라 하기엔 증오가 먼저인 나라.
"훈도시 찬 쪽바리 해적의 후예'라 비하하기엔 찬 바다 바이킹 후예인 북유럽을 제끼는 유일한 아시아 강국,
"반성을 모르는 양심없는 전범 국가"로 욕하자니 내 나라의 베트남 참전이 캥기고, 독일보다 돈많은 부자나라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라서도, 한국은 한 명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가 26명에 이르러서도 아니다.
정작 나를 속상하게 하는 건 따로 있다.
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 마사유키의 <Shall we dance>를 볼 때 스믈스믈 질투심이 피어오른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ADA의 "아마노 다카시" 그 두 사람의 천재성과 창조적 삶에 경외감을 느끼면서 턱도 없는 경쟁심을 갖는 내가 한심해 보일 때 그렇다.

<시마노 SHIMANO> 라는 회사가 있다.
누가 내게 '삼성을 갖겠느냐 시마노를 갖겠느냐?'물으면 시마노를 갖겠노라 말할거다. 삼성에 비하면 매출 3천5백억엔에 불과한 크지 않은 회사다. 재벌도 그룹도 아니다.
그런데 왜....?
당신 집에 자전거가 있다면 유심히 살펴보시라. 어딘가에서 Shimano라는 이름을 찾을 수 있을거다. 없다면 감히 말하건데 그 물건은 자전거가 아니다.
전 세계에 굴러다니는 자전거 구동계 부품의 절반이상을 생산하는 기업. 전 세계 출원한 자전거 관련 부품 특허의 80%이상이 이 회사 소유라는 얘기도 들었다.
낚시가 취미라면 Shimano릴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모른다면 어디가서 낚시를 다니노라 말해서 안된다.

한 마디로 연년세세 천년만년 자자손손'....
누군가 페달을 밟는 한, 세계 어딘가에서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한 망할 수 없는 독보적인 회사다.
정작 대단한 건 세계 일반인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거나 드러난 기업이 아니라는 거다.

여기에서 "일본의 힘"을 느낀다.



아마노 다카시(あまのたかし)라는 사람이 있다. 아니 있었다.
내 취미이기도 한 <수초수조 Nature Aquarium>의 창시자이자 그 업계 효시쯤 되는 일본인. 그가 창업하고 일군 기업인 ADA만큼이나 생소한 이 사람의 삶을 통해 일본의 숨겨진 힘을 본다.

그는 도쿄 근처 니카타라는 시골. 지금은 없어진 포구 출신이다.
내가 그랬듯 어린 시절 주변의 자연환경, 뛰어 논 기억이 그의 평생을 지배하지 않았나 싶다.
시골은 자연은 그래서 위대하다.
자연을 그리는 걸 좋아했던 시골 소년이 대처인 도쿄에서 열린 열대어 전시회를 다녀오면서 수초수조을 하게 되고 관련 기업을 설립한 계기가 된다.

물론 처음부터 밥벌이가 될 만한 일은 아니었으니 그의 젊은 날은 경륜 선수였다. 니카타와 도쿄 300Km를 수 없이 자전거로 오간 장딴지는 경륜 선수로서만 아니라 이 후 무거운 촬영장비를 매고 탐사에 가까운 출사르 다니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번 돈으로 카메라를 사고, 출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레 사진작가가 됐다. 그가 헤매고 찾아다닌 밀림과 바다는 필름에 담기고 수초수조에 실현된다.

완벽한 자연을, 그 생태계를 온전히 그릇에 담으려니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수많은 장치와 기구가 필요해졌다. 마치 스킨스쿠버 장비처럼... 그런 생태계 유지 장치와 수조를 만드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 회사가 ADA(Aqua Design Amano)다.
마침내 생명이 그릇에 담기고 숨을 쉰다. 그리고 그는 숨을 거둔다. 3년을 끌어온 암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무릎을 꿇은 것인지, 못다 한 작품을 천상에서 구현하려 했던지 그렇게 홀연히 사라진다.

나는 ADA의 정확한 매출은 모른다.
다만 이제는 세계의 수많은 경쟁업체들이 유사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ADA의 탁월한 Design, 독보적인 기술을 따라오지 못한다는 걸 안다. 감히 엄두를 못 내는 그 비싼 가격만큼이나....

거머리 가득한 늪을 건너고. 길도 없는 밀림을 뚫는 몇 날 며칠의 강행군으로 순수 자연을 카메라에 담고자 했던 열정, 설치한 수조 안의 수초들 사이에 낀 미세한 이끼조차 루페(시계 수리에 쓰는 눈주름으로 끼는 확대경) 를 끼고 핀셋으로 뽑았다는 결벽적인 인물. 아마노 다카시(あまのたかし)
그는 뛰어난 사진작가로서, 수초 수조의 창시자이자 스타일리스트로서 장인의 집념, 예술가의 혼으로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 그렇게 이전에 없던 산업 분야, 새로운 예술 장르 하나를 만들어 놓고 갔다.

거인이었던 만큼 그림자 또한 크고 길기에 언제 다시 그의 작품에 버금가는 수초 수조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