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나서 불쾌한 찌꺼기가 남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 내용이 너무 허무맹랑하거나 혐오스러운 장면이 지워지지 않는 영화 그리고 신랄하고 현실적인데 불안과 공포감이 한동안 가시지 않는 영화다.
내게 있어 <돈룩업 Don't look up / 2021>은 후자에 해당하는 영화다. 더구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볼만한 가족영화였는지는 의문이다. 느지막이 퇴근했는데 집 안이 어둑했다. 나를 뺀 온 가족이 와인과 막걸리 그리고 제대로 된 요리 몇 가지가 올려진 상 앞에 둘러 앉아 영화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사전에 약속된 바는 없었는데 아들의 제안으로 보게 됐다고 했다. 딸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온다고 해서, 아들은 <빅 숏 2015>을 연출한 애덤 멕케이 감독의 영화여서 그리고 아내는 메릴 스트립의 팬이라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이견 없이 합의 선정된 영화라고 했다.
“장르가 뭐야?” 외투를 벗으며 물었다. “블랙 코미디요” 아들이 대답했다. “어떻게 저런 연기까지 잘하지 역시…”아내는 메릴 스트립의 천연덕스럽고 천박한 연기에 연신 감탄을 했고, 딸은 이제 중년이 된 디카프리오의 촌스런 분장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 여자 ‘게이트 블란쳇’ 아니지?” “그럼 아니야. 아니지?” “맞아. 게이트 블란쳇” 아들은 두 여자의 의혹을 한방에 종식시켰다. “오 마이 갓. 게이트 블란쳇이라니…” 할리우드 스타들이 총집결한듯 화려한 출연진이 펼치는 의외의 반전 매력이 돋보인다. 스쳐지나는 장면이 서울역이다, 아니다 일산 호수공원 같다. 아니다 설왕설래하는 묘미는 덤이다.
“이렇게 끝나는 거야?” “설마…” 클로징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거실 등을 켰는데 쿠키 영상이 나온다는 건 비밀 아닌 비밀이다. 이 영화를 보고 재미만 느꼈다면 현실감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고, 섬뜩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어야 작금의 시대를 자각하는 지구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중요한 대선을 앞둔 한국인이라면 신정 연휴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기를 권한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하지만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서는 곤란하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하는 데는 많은 사람의 각성과 수고로움이 따르지만 망가뜨리는데는 단 한 사람의 무지한 지도자나 탐욕스런 소수의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교훈을 준다. “안돼... 이 영화는 배드 엔딩으로 끝나야 돼” “이렇게 끝나는 것도 괜찮은 거 같은데…” “아냐 뒤에 또 있어 이봐!” “어 그러네. 역시…..”
포스터에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라고 되어 있지만, 한국민에게는 '실화...가 되려고 하는 이야기'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