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안전추구형 vs 공격투자형

- 나의 '어쩌다 인내 자본' 키우기

by 아로하

몇 달 전 주식재간접형 펀드 (차이나 테크주)에

추가 납입이 되지 않아 오랜만에 거래 은행을 방문했다.

지난 5년의 투자기간 동안 -25%라는 처참한 투자성적표도 모자라서,


연말에 아무 생각 없이 투자성향 분석지가 날아와 작성했는데,

'안전추구형'으로 나와서 해당 펀드 추가납입 경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중국펀드는 가입할 때부터 '공격투자형'에 알맞은

; 당시 은행담당자가 펀드개설을 막을 정도로 ; 고위험 상품이었다.


<사진 설명> 영화 빅쇼트 포스터 (서브프라인 모기지 사태를 다룬 실화 바탕 영화)


너무도 정직하게 답하는 바람에 안전추구형 투자자가 되어버리면서

-25% 손해를 눈뜨고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 받은 상담에서 나름 은행의 투자전문가는 중국펀드는

지금이라도 당장 해지를 권고하면서,

미국 테크주를 모아놓은 펀드 가입을 권유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실적을 챙기는 상담자의 모습에 잠시 고민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어서 그 자리에서 권유상품에 가입했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사진 설명> 약 2달 전 나의 펀드 계좌 상황 (왼쪽은 차이나펀드, 오른쪽은 새로 가입한 미국 펀드)



대신 중국펀드는 당분간 유지하겠노라고 했다.

그냥 퇴직연금이다 생각하고 가져가 보겠다고....

그녀는 웃으며, "5년을 투자했는데, 더 가져가시겠다고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날 약간 미련하게 보는 듯도 했지만,

미련퉁이라고 해도 미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량원펑이라는 자의 딥시크(DeepSeek) 개발 소식으로

며칠 만에 나의 중국펀드가 12%나 올랐다.

현재도 오르락내리락 변동 중이지만

중국 테크주에 대한 전망에 변화가 찾아온 것만은 사실이다.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그리고 AI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는

기사, 뉴스, 유튜브 영상이 쏟아졌다.

어이없게도 새로 가입한 미국 테크주 펀드는 -2% 기록 중이다.

(2025.3. 현재)


물론, 또 몇 달 사이 반전의 결과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투자전문가라는 자도,

중국이 딥시크라는 발전된 인공지능 챗봇을 내놓을 줄은,

그래서 10퍼센트 넘게 펀드 수익률에 변동이 올 지는 예상치 못했다는 점이다.

안전투자형이든 공격투자형이든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 속수무책이다.


<사진 설명> 오늘자 나의 펀드 계좌 상황 (25.3.15.)



어느덧 마흔을 넘어서는 시점부터는 인생을 안전추구형으로 살 것인지,

공격투자형으로 살 것인지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당신은 안전추구형인가? 공격투자형인가?


왜냐하면, 공격투자형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걸

체감하게 되기 때문이다.

체감은 갑자기 떨어진 체력과 인지능력,

시력과 소화력 저하 등에서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_-


40대 초반까지 나는 '공격투자형'으로 살았던 듯하다.

펀드, 주식, 부동산까지 매매 거래에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나의 담당직원이 만류한 중국펀드를 고집대로 가입해 버렸고,

지금까지 고집스럽게 보유 중이며,

미래가 확실하지 않은 2차전 지주에 거의 몰빵한 주식계좌,

재건축 완성까지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하는 아파트를

여전히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인내심이 있는 스타일은 아닌 줄 알았는데,

나의 인내 자본은 가지고 있던 걸까, 키워진 걸까?

인내 자본일까, 고집일까?


미국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과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을 다룬 다큐멘터리(2011년)


일을 할 때도 그랬다.

최대한 나의 의견과 주장을 최대한 피력하는 편이었다.

내가 할 수 없고 하고 싶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는 할 수 없다"라고 얘기했다.

해야 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라고 내 입장을 밝혔다.

상대가 일반 직원이든 임원급이든 가리지 않았다.

그게 조직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이고,

나의 직무와 정체성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마흔 중반에 들으면서

(그 사이 자본시장이 크게 변화하기도 했지만...)

나는 판단과 직언을 잠시 미뤄두는 일이 잦아졌다.


내 판단과 직언이 틀리지 않았더라도

갑작스러운, 아무도 예측 못한 변화 변동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마주하는 경험을

심심치 않게 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재직하던 공공기관의 수장의 갑작스러운 자살과 같은 일들...

가정 내에서는 가족의 병고나 사고 같은 것,

최근엔 내가 속한 국가의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경우.

그 누가 꿈에서나 보았을까.


중국이 내놓은 딥시크를 판단의 근거 안에 넣어뒀을 리 없는 투자상담가는

아무 생각 없이 제출했던 투자유형 답변서에 대해,

"최근 투자성향 진단이 꽤 까다로워졌어요"라고 말했지만,

나도 모르는 새 '안전투자형', 안전지향형 인간이 되고(나이 들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사진 설명> 머리카락 드로잉 연습 (2025. 2. 20.)


그동안 20회의 짧은 에세이를 쓰면서 깨달은

예전만큼 공격적 방식으로 세상과 대화하는 것을 멈추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는 자각.

내 글로 하여금 누군가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검열을 한번 이상 하게 된다는 조심스러움.

세상을 공격적으로 살아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뿐 아니라 타인의 안전을 지켜주며 살아야 진짜 성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면서 나의 내면을 다스리고 치유받기도 했지만,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더 큰 치유와 행복을 얻었다.

<사진 설명> 강아지 드로잉 연습 (2025. 2. 30)


"공학자는 다리를 만들고 금융공학자는 꿈을 만든다.

그 꿈이 악몽으로 판명되는 순간 다른 사람들이 댓가를 치릅니다."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잡' 내레이션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