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급 연구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 연구원이 물었다.
"소장님, 박사 학위가 꼭 필요한가요?"
순간, 옛날 석사 과정일 때 사수였던 박사 과정 선배가 해준 얘기가 생각났다. 석사는 연장을 만드는 과정이고, 박사는 그 연장으로 집을 짓는 과정이라고. 그래서 석사 과정에서 얼마나 좋은 연장을 만드느냐가 얼마나 좋은 박사 논문을 쓸 수 있느냐를 결정한다는 말이었다. 당시에 이 말을 들은 나의 생각은, 연장으로 집을 짓는 건 회사에 가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였다.
그래서 나는 석사 졸업 후에 취업을 했고, 5년 동안 열심히 집을 지었다. 그런데 왠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했다. 회사 이름이 아닌 내 이름 석자가 붙은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절실히. 결국 안정된 직장을 뒤로한 채 늦깎이 박사 과정생이 되었고 밤낮없이 실험한 결과 뜻을 이룰 수 있었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니 데이터도 잘 나오는 것 같았다. 석사 졸업 후 바로 박사과정에 들어갔다면 그렇게 절실함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도 장담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나는 연구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다. 박사 학위는 필수가 아닌 선택인데, 선택을 한다면 반드시 명확한 이유와 목표를 가지고 하라고.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는 건 시간 낭비라고. 사실 박사 학위는 자격증과도 비슷해서 박사 학위가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 꽤 있다. 대학 교수, 기업 연구소장 및 최고기술책임자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먼 미래를 본다면 연구자로서 박사학위가 있는 게 좋다고 말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박사 학위가 반드시 필요하냐고 묻기 전에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부터 정하는 게 좋겠다는 것이었다. 늦깎이 박사를 하면서 내가 직접 겪었던 일이었으니, 진심을 실어 말해줄 수 있었다.
연구원들과의 대화 속에서 목표의 중요성에 대해 또 한 번 배울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