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대학 졸업전시회를 다녀왔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유난히 좋아하던 아이는 중학교 2학년 때 스스로 진로를 정했고, 예술고를 거쳐 미대 디자인 전공까지 한 길을 걸어왔다. 목표를 세우고 흔들림 없이 노력해 온 모습이 늘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이번 졸업전시는 대학 4년의 여정을 대중 앞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나는 디자인 전공은 아니지만, 딸아이의 설명을 듣고 이해한 작품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자아를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스토리를 담은 판타지 게임을 직접 기획 및 디자인하고, 그 세계관 안에서 게임 스토리를 구성하여, 콘셉트에 맞는 게임 트레일러 영상을 제작.
이것이 첫 번째 작업이고.
두 번째 작업에서는 AI를 활용해 게임 그래픽을 현실로 가져와 일종의 팝업 스토어를 만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본 프로젝트는 AI가 생성한 시각적 언어를 디자이너의 해석을 거쳐 공간으로 번역한 실험입니다."
"동명의 가상 게임 'INNER'의 세계관을 토대로 이미지와 테스처를 재조합해 현실의 팝업스토어로 확장하였습니다."
딸아이 말로는 본 작품에 추가 작업을 더하면 실제 게임으로 확장할 수 있고, 그것이 본인의 최종 목표라고 한다.
한 줄로 표현하면,
"직접 기획, 디자인한 게임을 기반으로 AI를 활용해 현실의 공간으로 확장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판타지 소설을 읽고 캐릭터를 그리던 아이가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가진 게임을 디자인하고, 그 트레일러까지 만들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참 대견스러웠다.
공부 안 한다고, 이과 집안에서 왠 벌써 수학 포기냐고 타박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이제와 보니 ‘수포자’가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던 '자기 주도적 탐색자'였던 거였다.
늘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 덕분에, 상처가 될 수 있었던 말들조차 창작의 힘으로 승화시킨 딸아이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조만간 작품을 기반으로 게임 관련 일을 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요즘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딸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고맙고 자랑스러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