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너스 반 데 벨데
썸네일: ©Rinus Van de Velde
현실을 기반으로 상상의 세계를 만드는
벨기에의 시각 예술가 리너스 반 데 벨데(Rinus Van de Velde 1983-) 를 소개합니다.
공상을 예찬하는 유쾌한 이야기꾼 리너스 반 데 벨데 Rinus Van de Velde는 앤트워프를 거점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작가입니다. 그는 회화뿐 아니라 설치, 영화, 조각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작업 세계를 거침없이 펼칩니다.
스스로를 '안락의자 여행자'라고 칭하는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한번 훑어볼까요?
1. 공상 예찬 �
작가는 역사와 미술 서적들 거장과 위인의 전기 등에서 영감을 받고 자신만의 공상으로 모험을 떠나곤 합니다. 실제적 이야기와 상상력은 작가의 세계관을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연료입니다.
2. 평행우주, 분신 �
반 데 벨데는 자신이 경험한적 없는 세계에 환상을 품고,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 분신을 등장시킵니다.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스토리텔링을 더 풍부하게 하는 이 분신은 19세기 외광파 화가가 되고 역사적 인물들과 교류하기도 합니다.
3. 다양한 매체 활용 ��
회화, 영상, 설치, 조각 등 그는 다양한 매체를 아우릅니다. 영화에 쓰인 자동차, 도로, 건물 등의 세트장이 전시장에 전시되고 거대한 크기의 목탄화부터 외광파 작가들의 기법을 딴 그림들과 19세기 살롱을 오마주 한 디스플레이가 보는 이들을 심심할 틈이 없게 합니다.
리너스 발 데 벤데는 벨기에 루벤에서 태어나 앤트워프의 신트 루카스 호그스쿨 Sint-Lukas Hogeschool에서 조각을 전공했습니다. 앤트워프를 거점으로 작업을 하는 그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탐험하며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그는 평소 스튜디오를 거의 떠나지 않고 여행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에게 최고의 친구는 ‘상상’ 혹은 ‘공상’이기 때문이죠. 반 데 벨데는 방대한 양의 책과 사진, 다큐멘터리 등의 일차적 사료들을 바탕으로 실제 사건과 작가의 상상이 혼재된 세계를 창조하고 자신의 분신(Alter Ego)을 등장시킵니다. 작가는 도플갱어, 평행 우주 개념을 끌어들여 예술의 가능성을 확장합니다.
"나는 결코 겪어본 적 없는 삶을 묘사합니다. 나에겐 현실보다 공상이 더 중요합니다. 결국엔 현실 세계보다 상상의 세계에서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리너스 반 데 벨데
반 데 벨데는 총 3개의 영화를 제작했습니다. 그의 영화에는 작가 자신의 얼굴을 본떠 만든 기이한 라텍스 가면을 쓴 남자가 등장합니다. 반 데 벨데의 짧은 영화 <라 루타 네추럴>에서 남자는 초현실적인 세계 안에서 마치 루프에 갇힌 것처럼 계속해서 반복되는 삶과 죽음을 경험합니다. ‘La Ruta Natural’이라는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제목처럼요.
<하루의 삶>에서는 ‘외광파 작가(자연광선에 의한 회화적 효과를 표현하기 위해 자연을 그리고자 했던 화가. 대표적으로 모네가 있다)’라는 정체성이 부여된 주인공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남자는 서류 가방을 들고 지하 금고로 출근하고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이를 금고에 보관합니다.
작가는 가상의 분신을 작품에 주요 모티프로 사용합니다. <하루의 삶>에서의 외광파 화가는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 빛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인물로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업을 하는 ‘안락의자 여행자’인 반 데 벨데와는 거리가 멀죠. 이 외광파 화가는 에밀 놀데, 몬드리안 등 실존했던 거장들과 상상적 만남을 가지기도 합니다.
“외광파 회화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는 내 현실과 가장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중요한 것은 꿈과 욕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무언가를 상상하여 상상의 풍경에 도달하거나 과거의 외광파 화가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것, 그 예술 운동을 이해하고 더 깊이 이해하려는 꿈과 욕망이다.”
—리너스 반 데 벨데, 작가 인터뷰에서 발췌.
그는 자신의 작업을 '허구적 자서전 Fictional Autobiography'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창작을 통해 겪어본 적 없는 삶을 창조하고 동시에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 세계에서 작가는 예술가들과 상상의 교류를 하기도 하고 19세기의 외광파 작가가 되기도 합니다.
반 데 벨데는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세트장을 직접 연출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과일 가판대, 자동차, 식물 등은 모두 직접 공들여 제작한 것들로 주재료는 골판지, 나무입니다. 전시된 소품들을 가까이서 보면 만듦새의 허술함이 느껴지는데 이런 의도된 투박함이 기이한 미감을 주면서 현실이 아닌 허구임을 자각하게 해줍니다. 꿈과 공상을 다룬다는 점 그리고 손수 만든 소품들을 이용해 아날로그 감성을 주는 것이 미셸 공드리 영화를 연상시킵니다.
반 데 벨데는 스튜디오에서 모든 작업을 합니다. 나무와 골판지로 만든 영화의 소품과 실물 크기의 세트장 제작, 촬영까지 모든 작업이 그 안에서 이루어지죠. 연기와 연출을 위해 지인이나 조수, 가족의 도움을 빌린다고 합니다.
작가는 초기에 목탄을 활용한 회화를 주로 선보이다 이후 색연필, 오일 파스텔로 영역을 넓혔습니다.
목탄을 이용한 작업 중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다란 평면작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의 작업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가상의 인물을 상상하고 세트장을 직접 만든 뒤 세트장 안에 앉아있는 연출된 자기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사진을 토대로 그림을 그립니다. 하단에는 작가가 직접 쓴 텍스트가 있습니다.
‘로버트 리노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신의 회화 작업실 아래 직접 파 놓은 지하실의 작은 방안에 머물렀다. 그 방은 작업실 뒤편의 무거운 자물쇠가 채워진 커다란 철제 문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었다. 거기엔 그 문으로 출입하려는 사람을 저지하는 일만 하는 어시스턴트가 있었다. 문 뒤의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밤중에 만든 작품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직접 만든 컴퓨터로 시장을 분석하고, 무언가 사고 팔아 비밀리에 거액의 돈을 버는 로버트가 극도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터무니없는 공상 속에서 작가의 진진한 예술적 고뇌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외광파 작가로 분한 작가가 그린 하늘, 바다, 호수, 숲 들판 풍경화들
이처럼 반 데 벨데의 회화는 상단의 그림, 하단의 텍스트를 병치하는 레이아웃을 취합니다. 그에게 회화는 그 자체로 내러티브를 품고있는 최적의 매체입니다. 마치 실제적 사건처럼 보이지만 이는 가상의 사건에 현실감을 부여하고 가상의 이미지와 텍스트의 조합이 주는 알레고리를 계속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유토피아 프로젝트’라고 하는 미니어처 세라믹 작업은 더 나은 인류를 위한 그의 프로젝트입니다. 가령, <조립라인>은 잘린 팔다리들이 나뒹굴고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마치 뭔가를 조립하는 듯 사람들의 잘린 신체를 만지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무엇일까요?
내용 요약
1. 리너스 반 데 벨데는 벨기에에서 조각을 전공했습니다. 현재는 앤트워프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합니다.
2. 공상을 좋아하는 예술가로 주로 스튜디오에 머물며 독서와 영상 매체들을 접하며 작업의 영감을 얻습니다. 3. 초기의 목탄 회화를 시작으로 색연필, 오일 파스텔 등 회화의 재료를 확장해 갑니다.
4. ‘평행우주’ 개념을 작업에 끌어들입니다. 실제사건들을 기반으로 꿈과 욕망이 반영된 가상의 세계를 창조하고 그 안에 ‘분신’을 등장시킵니다.
6. 영상, 설치,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를 다룹니다.
7. 그가 창조한 세계에서 분신은 현실의 작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갑니다. 분신을 통해 그는 ‘외광파’ 예술가가 됩니다.
8. 영화의 세트장 제작, 촬영 등의 모든 작품 제작은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집니다.
9. 그의 회화는 그림의 하단에 텍스트가 있는 형태를 취합니다.
Editor. Park Jung-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