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또 한 번 면접을 보았다. 면접을 볼 때마다 내가 뭘 원하는 걸까 생각한다. 뛰어난 교수/연구자로서 수십 명의 학생들을 관리하고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싶은가? 아니, 단지 내가 배워온 것들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싶고 작게나마 연구를 지속할 공간을 꾸려보고 싶을 뿐이다. (솔직히 개쩌는 연구는 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박사 진학을 하지 않았다면 학원 강사로 아이들과 부대끼는 것에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홍콩의 연구 환경이나 경제적 조건이 더 낫지만 기왕이면 나를 성장시켜 준 모국에서 기여하고 싶다는 마음은 순진하고 편협한 생각인 걸까? 아니면 외국에서 직장을 구하려는 의지 혹은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 작은 꿈을 꾸는 걸까? 아무튼 면접을 보면 볼수록 떨어지는 자신감. 세계적 수준의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고 큰 연구비를 척척 따올 교수를 뽑으려는 면접관들 앞에서 나와 내 연구를 열심히 홍보하려 애를 쓸수록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포장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때 스스로가 조금 싫어지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도 지금까지 면접을 보았던 학교 중에서는 이곳이 가장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이 학교가 이전에 면접을 보았던 곳들과 어떤 점에서 더 좋다 나쁘다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내 그릇에 맞는 곳에서 성장할 시간과 여유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강의 경험을 쌓을 기회이기도 하고 소소하지만 교내 연구비나 기본연구 과제를 통해 연구를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본가에서 출퇴근이 가능하고 남자친구 직장이 학교 주변이라는 것도 지원한 이유 중에 하나였기도 하고.
그럼에도 본부 면접 후 썩 느낌이 좋지 않았기에 더욱이 홍콩에서 연구에 정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뜬금없이 합격 전화를 받은 후 며칠간은 기쁘지도 않았다. 어색하게 느껴졌던 박사과정생과 박사 후 연구원이라는 시기가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야 내가 언젠가부터 불안하고 우울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그래서인지 의기소침했던 이 시기가 다소 아쉽기도 하다. 항상 최선을 다함보다는 좀 모자라게 노력하는 나로서는 최선을 다 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더 나답게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는 조교수로서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