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묻는 자리

2025.11.18

by 콩밥

이번 학교의 총장면접은 짧은 발표 후에 질의응답을 한다고 했다. 며칠 전에 서류와 이전 면접까지의 점수를 기준으로 내가 3순위 후보자임을 알게 되었다. 음, 2배수였다면 나에게는 기회조차 없었겠구만. 그래서 짧은 발표라도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는 더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전에는 자료를 만드는 것에 급급해서 발표 시간이나 말하는 속도 같은 것들을 적절하게 맞추지 했다는 등의 아쉬움이 남았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자주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운명과 자유의 모호한 경계에서 몇 없는 선택지를 앞두고 최선을 다하였는가 되묻는다. 목표치에 비해 내 노력이 그 수준에 미쳤던 적이 많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이 어떤 건지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괜히 나는 그 삶이 아주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라 신포도 전략을 쓴다.


그와는 별개로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엄마와 대화하는 게 예전에도 이렇게 즐거웠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엄마는 좀 행복해 보인다. 학원이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자식들도 나름대로 본인의 앞가림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그 모양새가 어설프기도 해서 종종 엄마가 챙겨줄 만한 구석도 남겨두는 딸들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엄마가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고 집에서 요리를 한다는 점은 엄마의 신체적인 건강도, 정신적인 건강도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받아들였다. 면접이 끝나고 엄마도 퇴근한 후에, 콩이를 데리고 산책을 하면서 우리는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하고 끊임없이 소리 내어 웃었다. 시답잖은 농담부터 동생의 졸업, 학원 학생들과 선생님들, 부쩍 추워진 날씨, 지나가는 강아지, 면접 질문들, 우리 가족의 옛날이야기 같은 것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아빠를 떠올렸다. 나와 아빠는 이렇게 웃고 떠들 주제가 많이 없구나. 아니, 매일 통화라도 하면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싶은 것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미워하기는 얼마나 쉬운 일인지 모르겠다. 나는 아빠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귀하게 키웠는지 호되게 혼냈는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싫었던 상사가 있었는지 말 안 듣는 후배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상대방을 많이 알게 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미워하기도 어렵고, 오히려 속절없이 좋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종종 사람들을 일부러 알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에 나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낀다.


아무튼 홍콩과 서울을 오가는 비행기에서 <Knock’em Dead>, 그리고 <Advice to Rocket Scientists>라는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절반쯤 읽은 현시점에서 두 책에 대한 인상은 이렇다. “용기를 내서 10년, 그 이후의 미래를 설계해! 똑바로 서서, 정신 차리고, 본인의 삶을 위해 행동해!”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을 저자들에게 속으로 버릇없이 말대꾸를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나도 조금 더 당차게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 조금 더 세상을 밝은 필터로 바라보고 싶어. 나, 나, 나, 나라는 이 지겹고 작은 공간보다 더 큰 세상을 느끼고 싶어라고 말이다.


그래도 이번 면접에서는 미래지향적인 질문들이 많았다. 답변을 하면서 나는 내가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앞에 앉아있는 분들이 내가 꿈만 크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라 보지는 않을지를 걱정했다.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많은데 그것들을 밖에 펼쳐놓고 도움을 요청하고 홍보하는 것에는 아직 젬병이다. 아직도 나라는 작은 것에 대해 글을 쓰고 있지만 조금 더 미래를 바라보는 앞으로를 선택하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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