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홍콩 (3)

2025.11.12

by 콩밥

총장면접은 처음이었다. 포닥을 하면서 야금야금 찐 살 때문에 정장도 새로 샀다. 엄마는 나보고 화장 좀 제대로 하라며 깨끗한 얼굴도 예의라는 말을 덧붙였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검은색 원피스 정장에는 약간의 반짝이가 있어서 혹여나 좋지 않게 보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가족들과 애인이 그나마 날씬해 보인대서 고른 건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그런 걱정을 할 바에는 퉁퉁해 보이더라도 검정 투피스 바지 정장을 살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어차피 지난 일이다. 그런 게 당락을 결정할리 없다. 그리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대각선 앞 좌석에 앉은 남성이 노트북으로 피피티를 수정하고 있다. 저 사람도 대충 연구 비스무리한 것을 하는 것 같다. 당신은 당신의 연구를 애정하시나요? 물어보고 싶다.


총장님이 안 계신 총장면접 (이렇게 쓰면 학교가 특정되어 버리려나!), 큰 어르신이 계시지 않는 면접이었음에도 나는 상당한 위압감을 느꼈다. 대략 여섯 명은 둘러앉을 수 있는 원탁에 학과장님, 단과대학장님을 포함한 네 분의 면접관이 앉아계셨다. 나머지 두 분의 소개를 해주시는 동안 이미 내 뇌는 자기소개를 곧 하게 될 것이란 예측을 처리하느라 바빠서 그 정보를 흘려버리고 말았다.


이미 내가 선발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학과에서 모시고 싶은 분은 해당 전공과목을 잘 가르쳐주실 분인 것 같았는데, 다른 후보자께서 전공이 일치했고 나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분이 나보다 먼저 들어가셨는데 예상했던 시간보다 오래 면접을 하셨기 때문에, 지레 기가 죽어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최선만 다하고 나오자 다짐을 몇 번을 하고 들어갔다. 자기소개 후에 이어지는 질문들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보다는 현재 포닥 연수기관과 이전 연수기관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그리고,


현재 기관에서 강의도 하나요?


예상했던 질문이 나와버렸다.


현재 기관에서는 연구 중심으로 연수 중이고 강의 경험은 아직 없습니다.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지는 짧은 침묵, 그래서 다음 질문이 나오기 전에 빠르게 덧붙였다.


이 점에 대해서 학과 교수님들께서 우려하신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


라며 내가 얼마나 열심히 수업을 준비할 것인지 설명했다. 아마 이런 내용들은 학과면접에서 이미 설득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었겠으나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앞서버렸다.


십 분 가량이 흐르고 문을 닫고 나오면서 약간 슬프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자책하지 않으려 했지만 약간의 자책을 했고 건강한 저녁을 먹으려 했으나 떡볶이가 포함된 키토김밥 세트를 먹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지. 처음이라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고 정신적 성숙에도 좋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고, 느려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취업이라는 것은 내가 업으로 삼고자 하는 행위의 중간 과정일 뿐이야. 몇 년 전을 생각해 보면 그때보다는 많이 발전했잖아, 스스로 다독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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